“웃다가 울었다”... 이수지 영상이 드러낸 유치원 교실의 민낯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코미디언 이수지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유치원 교사 패러디 영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월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근무하다 숨진 부천 20대 유치원 교사 사망 사건과 맞물리며, 유치원 교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7일 이수지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는 '유치원 교사 이민지 씨의 끝나지 않는 24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약 16분 분량의 영상에서 이수지는 '햇님유치원 윤슬반 담임 이민지 교사'로 분해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하루를 연기했다. 영상 속 교사는 새벽돌봄과 야간돌봄을 모두 맡으며 쉴 틈 없는 일상을 보낸다.

◇ 민원과 요구에 '귀 피나는' 교사
영상은 학부모 민원과 요구에 시달리는 교사의 현실을 풍자적으로 그려냈다. '(키즈노트 사진을 찍어주는 카메라는) 아이폰이 좋다'는 요구에 휴대폰을 바꾸는 설정부터 '아이 피부가 예민하니 대변보고 유칼립투스 티슈로 써달라', '우리 아이가 INFJ(MBTI)니까 E인 친구들과 반을 분리해달라' 등 세세한 부분까지 이어지는 요구가 등장한다.
이어지는 항의와 민원 속에서 교사의 귀에서 피가 나는 장면이 연출되며 극한의 스트레스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맞벌이 가정을 위해 이른 시간부터 아이들을 돌보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학부모 요구로 업무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특히 학부모에게 전달하는 디지털 알림장 '키즈노트'를 준비하느라 퇴근하지 못하는 장면에는 "현실 고증"이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수업 외에도 행정과 소통 업무까지 과도하게 떠안고 있는 교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평가다.
해당 영상에 댓글을 작성한 한 유치원 교사는 "보는 내내 웃음이 하나도 안났다. 과장 하나도 없고, 다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된 영상인듯하다"며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영상"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교사는 "내용들 하나하나가 다 공감이 된다. 실제로는 훨씬 더하다는 것이 사실"며 "엄청 순한맛으로 잘 표현해주셨다"고 전했다.
◇ 사생활·외모까지 간섭하는 모습도 담겨

영상에는 교사의 사생활을 둘러싼 간섭도 담겼다. 한 학부모가 "압구정 로데오 가셨어요? 클럽같은데 다니시는 건 아니시죠?"라고 묻자 교사가 "정말 안심하셔도 된다"며 버터떡을 사러 갔다고 해명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외모에 대한 지적 역시 주요 장면으로 그려졌다. "(아이가) 선생님 얼굴은 너무 크고 쭈글쭈글해서 부섭다고 하네요"라는 항의에 교사가 공감하며 대응하고, 시술을 알아보는 모습이 묘사됐다.
영상 공개 이후에는 전직·현직 교사들의 공감과 호소가 이어졌다.
현장에 근무하는 한 20년차 교사는 "처음에는 웃다가 나의인생을 보는것 같아 눈물도 나고 목이 메인다"며 "교사들의 작은 목소리를 대신 내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다른 교사는 "저도 이일 하다가 공황장애가 생겨 일 그만뒀다"며 "몸이 회복돼 지금은 다른일 하는데 이렇게 쉬운일도 있나 싶다"고 털어놨다.
현장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교사는 "본인 아이만 봐달라는 부모님들, 본인 가정사 토로, 교사 복장 간섭, 아이말만 믿고 교사 폭행의심으로 경찰대동 ccvt 검열 등으로 하염없이 예뻐 보이던 천사같은 우리 아이들이 부모님의 갑질로 악마로 보이기 시작해 교사생활을 영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 학부모도 공감... 제도 개선 필요성 제기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교사의 현실에 대한 공감이 이어졌다. 학부모들은 "학교나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 어디든지 학부모를 상대해야 하는 건 다 극한직업같다. 좋은 선생님만큼 좋은 학부모가 중요하다", "다들 보고 선생님들 고충을 많이들 알아주시면 좋겠다", "선생님들께 따뜻한 한마디 배려 부탁 드린다. 내 아이를 보기가 바빠 맡기는데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교사 개인 연락 제한, 과도한 민원 관리 등 제도적 보완과 함께 교사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처우 개선은 현장의 요구에 비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상당수 교사들이 한 유치원에 장기간 근무하지 못하고 이직을 반복하고 있다.
실제로 유치원 정보공개 사이트 '유치원알리미'에 공시된 '교사의 현 기관 근속연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7449개 유치원(국공립 및 사립) 교사 4만 340명 가운데 근속연수 1년 미만 교사는 1만 1684명(29.0%)에 달했다.
여기에 1년 이상 2년 미만 교사 7950명(19.7%)을 더하면 전체의 48.7%가 2년 미만 근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근속연수 6년 이상 교사는 전체의 11.9%에 불과했다.
과도한 업무 부담과 민원 대응, 감정노동,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현장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윤지혜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위원장은 "유치원 교사의 주된 업무는 교육이지만, 교육 외 업무가 과도하게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행정업무가 매우 많은 데다 교육과정 시간 외 방과후 과정까지 책임지면서 돌봄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책임이 교사에게 집중되면서 업무 과중과 교권 침해가 심각해졌고, 무리한 요구와 민원으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아교육의 질은 높아져야 하는데, 오히려 질을 저하시키는 구조가 문제"라며 "교육과 무관한 비본질적인 업무에 교사들이 소모되지 않도록 교육·행정·돌봄이 분리되고, 이에 따른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사에게 모든 책임을 떠안기지 않는 구조가 자리 잡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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