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붙으면 하이닉스 가죠" 성과급이 바꾼 채용시장

차해인 저널리스트 2026. 4. 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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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내년 1인당 '13억' 전망까지…삼성전자 직원들 "상대적 박탈감, 확실한 보상 필요"

[비즈한국] 연세대 공대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모두 지원했지만 2021년 하이닉스에만 합격했던 A 씨. A 씨는 삼성전자에 취업하기 위해 하이닉스를 다니며 학원까지 병행했다. 그리고 다음해 삼성전자 신입 공채에 합격했다. 원하던 삼성전자에 취업하기 위해 월 수십만 원에 달하는 학원비도 지출했지만, 최근에는 후회가 막심하다. 

하이닉스가 성과급을 압도적으로 많이 지급하면서 과거 동료들과의 연봉 격차가 커졌기 때문. A 씨와 삼성전자 동기들은 요즘 “이럴 줄 알았으면 하이닉스를 갈걸 그랬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주고받는다. 심지어 A 씨는 “하이닉스 이직이 가능하면 가고 싶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꽤 있다”며 “우스갯소리지만 만일 실제로 이직 제안이 온다면 가는 이들도 꽤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 역대급에 달하면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에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직원도 있다고. 사진=생성형 AI

#MZ ‘가장 가고 싶은 기업’ SK하이닉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2~3년 이상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내년 SK하이닉스의 임직원 성과급이 1인당 13억 원에 가까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증권은 내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447조 원으로 전망해 PS 재원을 44조 7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이 경우 SK하이닉스 임직원의 1인당 평균 성과급은 12억 9000만 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의 생산 능력이 단기간에 급증할 수 없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400조 원을 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최소 4억~5억 원 이상의 성과급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국내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영업이익 250조 원 정도로 계산하면 1인당 7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9월 SK하이닉스의 노사 협상 때부터 시작됐다. 노사 협상을 통해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하면서 ‘기본급 1000%’라는 지급 상한선을 폐지했다. 그 결과 1인당 1억 4000만 원이라는 역대급 성과급으로 화제가 됐다.

“번 만큼 확실히 준다”는 이미지가 쌓이면서 SK하이닉스는 M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고 싶은 기업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은 성인남녀 2304명을 대상으로 ‘입사하고 싶은 대기업’을 조사했는데,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응답률 20%로 가장 많이 선택했다. 줄곧 1위를 지켜왔던 삼성전자는 18.9%의 응답을 받으며 처음으로 2위로 내려앉았다.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가장 가고 싶은 기업’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앞선 하이닉스, 쫓아가는 삼성? 

이 같은 분위기에서 삼성전자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인재 역량 부족’이 아니라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주된 문제라는 지적이다. 과거에 묶여 있는 삼성전자 성과급 제도에 대한 불만도 크다. 삼성전자는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 방식인데, 노조는 이를 손봐 하이닉스처럼 ‘영업이익 10%’를 재원으로 활용하고 상한제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앞선 A 씨는 “SK하이닉스보다 인원이 많고 실적은 떨어져도 삼성전자 역시 역대 최고치 호실적이기에 ‘성과급을 확실하게 받아야 인재를 지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다”며 “고연봉이라는 확실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실력 있는 인재들은 하이닉스를 선택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DS 부문에서 10년 넘게 일한 연구원 B 씨 역시 “윗선에서 미래를 대비해 어떤 결정을 하고 직원들을 투입하느냐에 따라 회사 실적이 엇갈리는데,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 등을 두고 경영진의 소극적 결정이 지금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격차를 만든 것”이라며 “젊은 직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성과급 재원 투명화’를 요구하는 것도 이런 불만이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HBM 시장의 주도권 차이가 실적으로 나타나고 이것이 다시 성과급 격차로 이어지면, 채용 선호도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는 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양쪽에 합격 시 하이닉스로 입사하는 채용 시장 구조가 보편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선 A 씨는 “성과급 차이가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이 아니라 수억 원이 난다면 누가 삼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들어오려 하겠냐”며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만 해도 10명이면 9명은 삼성을 간다고 했는데, 이젠 10명 중 9명이 하이닉스를 가려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