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도 있는데 왜 우리만 비판”... 삼전 노조 주장 따져보니

김성민 기자 2026. 4. 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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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톡]
삼성 13개 계열사 연합 노조인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소속 관계자들이 작년 9월 30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성과급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노조가 반도체 사업(DS)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면서 여론의 비판을 받는 가운데, 일각에서 “SK하이닉스 노조도 많이 받는데 왜 삼성전자 노조만 비판하느냐”는 반발이 나옵니다. 작년 9월 SK하이닉스 노사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는데, 이에 따라 직원 1명당 최대 13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노조 측은 이 수치를 들며 자신들이 요구하는 메모리 사업부 1인당 평균 6억2000만원의 성과급이 무리한 액수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직접 분석해보니, 이는 잘못된 주장이었습니다. 먼저 비율 자체가 다릅니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두는 반면, 삼성전자 노조는 15%를 요구합니다. 삼성전자 측은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한다”고 했지만 노조 측은 영업이익 15% 명시를 주장하며 교섭이 중단됐습니다.

“1인당 13억원”이라는 수치도 따져봐야 합니다. 이 금액의 근거는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가 내놓은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447조원)입니다. 영업이익의 10%인 44.7조원을 직원 3만4466명(작년 말 기준)으로 나눈 것이지요. 하지만 맥쿼리는 증권사 중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낸 곳입니다. 국내 증권사 컨센서스 기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194조4330억원, 내년은 235조5562억원으로 맥쿼리의 거의 절반 수준입니다. 이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SK하이닉스 1인당 성과급은 올해 5억6403만원, 내년 6억8375만원입니다.

같은 국내 컨센서스 기준으로 삼성전자 노조 요구안(15%)을 적용하면 어떨까요. 삼성전자 노조는 올해 반도체 사업부(DS) 영업이익을 270조원으로 추정하고, 15%인 40조5000억원을 성과급으로 나누자고 합니다. 노조 측 계산에 따르면 메모리 사업부 1인당 평균 성과급은 6억2419만원입니다.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 360조6812억원 기준으로는 1인당 8억3388만원입니다. 올해도, 내년도 삼성전자 메모리 직원이 SK하이닉스보다 더 많이 받는 겁니다. 일각에서 나온 “삼성전자가 하이닉스보다 성과급을 적게 받는다”는 것은 낙관적인 전망치를 골라 쓴 결과였습니다.

사업 구조의 차이는 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단일 사업에 직원 3만4466명입니다. 벌어서 나누면 됩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스마트폰·가전·TV·AI·로봇까지 아우르는 종합 기업으로, DS 부문만 직원 7만7896명, 전체 직원이 12만8271명에 달합니다. 투자해야 할 곳도 훨씬 많습니다. 작년 R&D 투자액이 삼성전자는 37조7500억원, SK하이닉스는 6조7325억원입니다. 특히 차세대 HBM4E부터는 HBM이 올라가는 베이스 다이를 수요처 맞춤형으로 제작해야 하는데, 이는 파운드리를 보유한 삼성전자만의 강점입니다. 지금 파운드리 투자를 줄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성과급을 많이 받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노조가 회사 전체 상황엔 눈을 가린 채 주머니에 꽂힐 성과급 액수에만 신경 쓴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 노사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는 특정 부서의 단체 메신저 방에서 수십 명의 이름과 부서명, 조합 가입 여부 등이 적힌 자료가 공유된 것을 확인하고 이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노사 간 합리적 접점을 찾아 그 에너지를 기술 경쟁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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