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 "1인 3역 오가며 욕망 끝판왕 열연? 톤 조절이 가장 어려웠죠"[인터뷰]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대표작 '황금빛 내 인생'부터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웰컴투 삼달리'까지 신혜선이라는 이름 석자는 늘 재미와 시청률을 보장해왔다. 특히 신혜선이 연기했던 인물들은 남성 캐릭터의 보조 혹은 조력자에 머무르지 않고 매번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인물들이었다는 것에도 공통점이 있다.
지난 2월 선보였던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극본 추송연, 연출 김진민)에서는 기존 인물들과도 크게 결을 달리하는 본명조차 등장하지 않는 가짜 신분으로 점철된 삶을 산 인물이다. '레이디 두아'는 가짜일지라도 스스로 명품이 되고 싶었던 여자 사라킴(신혜선)과 그녀의 욕망을 추적하는 형사 무경(이준혁)의 이야기를 그렸다. 드라마의 큰 줄거리는 어느 날 청담동 명품 거리 한복판에서 발견된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고 형사 무경이 시신 발목의 문신과 현장에 있던 독특한 가방을 단서로 수사에 나서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무경은 시신이 명품 브랜드 부두아의 아시아 지사장 사라킴이라고 판단하고 그녀에 대해 조사하게 된다. 사라킴의 주변 인물들은 한결 같이 그녀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결국 그녀에게 두아, 김은재, 목가희 등의 이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내게 된다.
신혜선은 최근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사라킴이 어떤 열망을 쫓으며 거짓의 인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대본으로 읽으며 허무함이 느껴졌다. 그 꿈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진짜는 텅 비워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체력적으로는 힘들지 않았지만 극한의 모순점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다. 사라킴과 목가희, 김은재를 오가며 일정한 톤을 유지하는 것의 어려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 국내 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웠던 독보적 캐릭터가 탄생했다는 평이 많다. 캐릭터 디자인을 어떻게 했나.
▶ 저 또한 '레이디 두아'를 만족스럽게 봤다. 제가 개인적으로 의도한 것이 조금씩 녹여졌다. 사라 킴이라는 인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모든 것이 위조된 가짜 신분으로 살아가는 이 친구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것은 고품격의 자신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어떤 열망을 쫓으며 거짓의 인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대본으로 읽으며 허무함이 느껴졌다. 그 꿈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진짜는 텅 비어져 나가는 느낌이었달까.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뭔가 텅 비어있는 느낌을 내고 싶었다. 이 친구의 성격이나 하는 일들이 열정적이고 부지런했지만 그럼에도 허하고 텅 비어있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 사라 킴에게 명품 브랜드 부두아는 어떤 의미였을까. 단순한 출세를 위한 발판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 자신을 투영한 존재같은 것 아니었을까. 부두아는 명품 브랜드의 이름을 뒤바꾼 것인데 그렇게 브랜드 명을 정한 것에서도 자기 혐오와 피해의식 등이 느껴진다. 술집 동료와 대화를 나누는 에피소드 중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 이름을 (가명처럼)사용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그런 복합적 감정 안에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큰 성공을 거두고 싶다는 마음도 녹아져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은 텅 비어있으니 최대한 화려한 브랜드를 만들어가려고 했던 것 아닐까. 사라킴은 돈을 쫓는 인물도 아니고 명품 그 자체만을 쫓지도 않는다. 부두아를 끝내 지켜냈지만 그녀의 허함은 채워지지 않았을 것 같다.
- 사라 킴이 평범한 삶을 살았다면 어떨까.
▶ 그런 경우는 생각을 안해봤다. 만일 진짜 귀족같은 인물이었다면 부를 가지고 태어났다면 봉사도 하고 남을 위해 베풀고 살았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친구는 뭔가 비뚫어진 선민 의식과 우월주의, 심지어 노블레스 오블리주까지 다 종합되어 있다. 남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베풀고 싶어하기도 하고 '나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존재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불우이웃돕기 함에 현금 다발을 올려놓는 장면에서도 잘 드러났다.
- 사라 킴의 전사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는데 어떤 인물인지 명확성이 떨어진다.
▶ 사라 킴에 대한 동정이나 연민을 관객분들이 많이 느끼시지 않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사라 킴 이전 목가희라는 인물에도 동화되거나 불쌍하다고 여기실 분들이 계시겠지만 저희 의도는 아니었다.
- 형사 무경 역의 이준혁과는 tvN '비밀의 숲' 이후 8년만 호흡이다. 함께 한 소감은?
▶ 상투적인 멘트가 아니고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상대역에게 이렇게 많이 의지한 적은 처음이었다. 이전에는 제가 해내야 할 연기가 있으면 '내 것을 잘 해결하자' 주의였는데 이번에는 선배님과 호흡이 너무 중요했다. 혼자서 계획할 수 없는 신이어서 혼자서 연습도 안해봤다. 혼자 연습한다고 효율적이지 않았다. 이준혁 선배님과 같이 해서 이 신을 찍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선배님이 무경 역을 안해주셨다면 성립 될 수 없었을 거다. 저희는 대본으로 글로 받아보지 않나. 제 원래 루틴은 대본을 보면 어떤 분위기 같은 것들이 그려지는데 취조실 장면은 어떤 에너지로 흐를지 그려지지 않았다.
- 8년 전 '비밀의 숲'때와 차이가 컸나.
▶ '비밀의 숲' 때는 준혁 선배님과 그렇게 대사를 많이 주고 받은 적이 없다. 그 때는 목을 조르는 신 한두 장면밖에 없었다. 연기 호흡을 엄청 나누고 하는 경험을 하지는 못했다. 목을 조르는 신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시고 같이 만들어가는 신이었기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때 무작정 선배님 대기실에 찾아가서 고민 상담 하고 그랬다. 선배님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친척 오빠처럼 상담해주고 그러셨었다. 선배님께 이런 말씀은 좀 그렇지만 정말 잘 지내오시고 걸어오신 것 같다. 선배님이 잘 되신 걸 보면 저도 마음이 너무 좋다.

- 사라킴은 자신의 갈증과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남을 속이고 이용한다. 극한의 모순 속에 있는 인물인데 어떻게 구체적 인물로 만들어 나갔나.
▶ 그것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지점이었다. 체력적인 것들은 어렵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힘든 역할들은 더 많이 해봤다. 사라킴이 가진 모순점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보는 사람들에 따라 진심으로도 읽히고 또 거짓으로도 보이는 인물이어야 했다. 그동안 제가 연기한 캐릭터는 감정이 정확히 읽히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명확한 감정을 가지고 하지 않았다. 연기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다.
- 극중 사라킴의 본명이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따로 알고 있는 것이 있나.
▶ 대본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촬영하며 진짜 이름이 뭔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지만 진짜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 김미정 역의 이이담과 호흡도 궁금하다.
▶ 대본리딩할 당시부터 준비도 많이 해오고 고민도 많이 해오는 좋은 배우였다. 진지하게 임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봤다. 같이 연기해보니 정말 연기에 대한 마음이 진지하더라. 마치 사라킴을 응축시켜놓은 것 같은 인물이다. 사라킴 5년의 서사를 응축시키고 극대화시켜 폭발시키는 역할인데 잘 해줘서 고마웠다.
- 출연 장면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장면은.
▶ 사라킴이 미정의 시체를 끌고 삼월백화점에 갔을 때의 룩을 좋아한다. 초록 퍼를 입고 눈화장은 번져있고 엘리베이터에 기대어 있던 장면인데 그때 제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피, 땀, 눈물이 등장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 분장하는 걸 즐거워 한다.
- 목가희였다가 김은재로 또 사라킴으로 살아온 인물을 연기했다. 어떤 점이 가장 고민되고 힘들었나.
▶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재미있어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역할은 재미보다 힘든 감정이 컸다. 주위분들이 확확 다른 인물 같고 감정의 고저 차이도 커보인다고들 하시더라. 그런데 제가 찍으면서는 속이 텅 비어 있다는 느낌이 가장 컸다. 목가희나 김은재 모두 감정의 기복을 크게 느끼지는 못했다. 보시는 분들은 서로 다른 인물로 봐주시는데 제가 볼 때는 연장선상에 놓인 인물들이다. 각 페르소나별로 겪는 상황이나 엮이는 주변 인물이 다르지만 결은 비슷했다. 제가 어려웠던 점은 톤 조절이었다. 매 인물별로 설득력이 있어야 했고 또 사라킴은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인물이기에 그런 것도 잘 표현해야 했다. 감정적으로는 진심인지 거짓인지 모호하게 표현해야 했기에 전체적 톤이 어려웠던 것 같다.
- 끝내 사라킴의 삶을 포기하고 김미정을 선택한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부두아라는 브랜드는 결국 사라킴이 가장 최종 목적지로 가닿고 싶은 무언가였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가질 수 없을지언정 부두아가 번성해야 내 정체성도 함께 지켜지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부두아는 사라킴 자신이 투영된 존재와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등장하는 대사 중 가장 제 마음을 흔든 대사가 있다. '부두아는 잘 돌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 '제가 없어도요?'라고 되묻는 대사였다. 그 대사가 제 마음을 치더라.
- 방송가와 영화계에서 신혜선 하면 시청률도 흥행도 보장되는 신뢰의 아이콘으로 통하고 있다. 오랜 시간 꾸준히 주연 배우 자리를 지켜올 수 있는 비결은 뭘까.
▶ 이 일을 하는 것이 재미있다. 작품에 출연하면서 연기하는 일이 재미있다. 연차가 쌓이면서 재미가 덜한 순간도 있지만 제가 일상을 살아가는 것보다 일을 할 때가 훨씬 재미있다. 그런 배우의 에너지가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관객분들께 전달되는 것 아닐까. 차기작 '은밀한 감사'도 많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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