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경고등’ 켜진 사모 대출…한국 시중은행도 5400억원 투자

김신영 기자 2026. 4. 1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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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2025년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금감원, 전체 규모 파악 중
은행 빼고도 벌써 60조원 넘어
허위 담보를 제공하고 사모 대출을 받았다가 파산한 자동차 부품 회사 '퍼스트브랜즈'의 패트릭 제임스 창업자가 지난 2월 뉴욕 연방법원을 나서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사모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미국 등 주요국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 은행권도 54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해외 사모 대출에 직접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 대출은 펀드를 통해 기업에 돈을 대출하는 일종의 ‘사채’다. 본지가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사업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은행이 ‘타법인 출자’ 형태로 자금을 투자한 사모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총 5376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KB국민은행이 257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이 960억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929억원·916억원 규모의 해외 사모 대출 펀드에 투자하고 있었다.

사모 대출은 은행권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 발행을 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주로 받는다. 최근엔 인공지능(AI) 호황으로 설비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대출·회사채 등으로 다 조달하지 못하는 투자금을 사모 대출을 통해 많이 충당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사모 대출 규모를 10년 전의 약 열 배 수준인 약 2조1500억달러(약 3207조원)로 추정한다.

한국 시중은행들의 해외 사모 대출 펀드 투자는 AI 관련 설비 투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2020년대 들어 절반 이상이 이뤄졌다. 분석 결과 35개 사모 대출 펀드 중 18개, 금액 기준으로는 57%인 3071억원이 이 기간에 집행됐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최근 사모 대출 위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은행권의 해외 사모 대출 직접 투자 규모도 증가하는 모습”이라며 “보험사·연기금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불어나는 속도나 투자처 쏠림 등에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한국 은행의 자산 규모를 보면 사모 대출 직접 투자가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대체 투자 차원에서 사모 대출 펀드 투자를 최근 많이 늘린 보험사·연기금 등에 대한 대출을 통한 간접 투자까지 감안하면 은행권의 사모 대출에 대한 실질적인 노출도는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파악된 한국 비은행 금융사 및 연기금의 사모 대출 펀드 투자액은 60조원이 넘는다. 12개 증권사를 통해 사모 대출 펀드 판매 잔액이 17조원, 보험사 투자액 28조5000억원, 국민연금·한국투자공사의 투자액 합계가 18조원 등으로 파악됐다. 각종 공제회의 사모 대출 투자액은 아직 집계도 안 된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은행이 보험사·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NBFI·Non-Bank Financial Intermediation)’에 대출한 돈이 은행과 사모 대출 등 ‘그림자 금융’ 간 연계를 가늠할 지표라 보고 그 수치를 매달 집계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관련 통계를 별도 공표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은행의 ‘상세자금순환표’에 따르면 은행의 보험사·연기금·투자펀드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은 2020년 37조1118억원에서 2024년 50조1644억원으로 불어났다. 패트릭 코리건 노트르담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본지에 “은행들은 사모 대출 직접 투자뿐 아니라 이들 펀드의 지분을 보유한 보험사 및 대출을 받는 기업 등 모든 단계마다 자금을 투입해 왔다. 사모 대출 펀드가 은행이 빌려주기에 적합하지 않은 위험한 대출에 투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은행의 실질적인 노출도가 얼마나 되는지 각국 금융 당국이 보다 투명한 공시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모 대출 규모가 가장 큰 미국에서는 지난해 자동차 부품 회사 퍼스트브랜드, 중고차 거래 및 자동차 대출 회사 트라이컬러 등이 허위 담보로 사모 대출을 받은 후 파산하면서 사모 대출의 위험이 부각됐다. 올해 들어서는 AI 거품론과 함께 소프트웨어 업계의 위기론까지 불거지며 사모 대출 부실 우려가 커져 투자자들의 조기 환매 요청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블랙록·블랙스톤·아레스 등 대형 운용사들은 잇따라 조기 환매 제한·축소 방침을 발표하며 불안을 키우고 있다. 한국 은행들 또한 이들 운용사의 사모 대출 펀드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이사회 의장 등이 사모 대출의 위험을 잇따라 경고한 가운데 지난 9일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도 장문의 사모 대출 분석 메모를 통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현재의 저금리 환경에서 사모 대출의 수익률은 매우 매력적이고 그래서 많은 투자자가 모이고 있다”며 “기업들의 채무 불이행이 증가할 때 대출 기관이 부실 채권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회수하고 재조정할 수 있는지가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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