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착한가격업소 새 모집…홈페이지 물가표가 골목상권 새 기준선
시청 물가표엔 자장면 6천970원·김밥 3천870원·커피 3천370원 등 공개
파마 9만8천460원·세탁료 9천390원·숙박료 5만2천800원까지 생활서비스 전반 비교
홍보·인센티브는 기회지만, 원가 부담 속 ‘싼 가격 유지’ 압박도 함께 커져

고양시가 고물가 속에서도 저렴한 가격과 양질의 서비스를 유지하는 업소를 대상으로 '착한가격업소' 신규 모집에 나서면서, 지역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공모는 단순한 표창 성격을 넘어, 시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월별 물가정보를 기준으로 업소의 가격 경쟁력을 가늠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고양시는 착한가격업소를 행정안전부, 경기도, 고양시가 함께 지정하는 물가안정 모범업소로 안내하고 있다.
◇ 시 "싸고 깨끗한 업소 찾는다"…분명한 기준 마련
고양시가 안내한 선정 기준은 분명하다. 가격 수준이 지역 평균보다 낮거나 동결·인하된 업소, 종사자가 친절하고 영업장이 청결한 업소, 옥외가격 표시와 원산지 표시 등 정부·지자체 시책에 호응하는 업소가 대상이다.
반대로 지역 평균 가격을 넘는 업소, 2년 이내 행정처분을 받은 업소, 지방세 체납 업소, 전국단위 프랜차이즈 업소 등은 지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결국 이번 모집은 "우리 가게가 저렴하다"는 주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실제 공개된 물가정보와 견줘 가격 경쟁력을 보여줘야 하는 절차에 가깝다.
착한가격업소가 되려면 가격뿐 아니라 위생, 친절, 행정 협조까지 두루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골목상권에는 적지 않은 기준선이 제시된 셈이다.
◇ 홈페이지 가보니…자장면 6천970원, 김밥 3천870원, 커피 3천370원
고양시 홈페이지에 게시된 '2026년 3월 고양시 및 3개구 평균' 개인서비스업 물가조사표를 보면, 고양시 평균 가격은 자장면 6천970원, 짬뽕 9천040원, 돈가스 1만2천60원, 김밥 3천870원, 커피(외식) 3천370원으로 집계됐다. 설렁탕은 1만820원, 냉면은 9천700원, 비빔밥은 9천140원, 김치찌개백반은 9천330원, 된장찌개백반은 8천770원이었다.
생활서비스 품목도 적지 않다. 세탁료는 9천390원, 의복수선료는 4천990원, 이용료는 1만3천740원, 미용료(단발 디지털펌)는 9만8천460원, 네일아트는 3만6천980원으로 조사됐다. 숙박료(일반호텔)는 5만2천800원, 노래방은 2만9천320원, 당구장은 1만440원, 볼링장은 5천660원, 목욕탕은 1만40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고양시 안에서도 구별 차이는 적지 않았다. 자장면은 덕양구 7천20원, 일산동구 7천620원, 일산서구 6천280원으로 조사됐고, 커피는 덕양구 3천310원, 일산동구 3천450원, 일산서구 3천350원으로 집계됐다. 미용료(파마)는 덕양구 8만2천880원, 일산동구 10만1천80원, 일산서구 11만1천420원으로 격차가 더 컸다.
◇ 상인들에겐 기회…'공공 인증' 자체가 홍보 수단
착한가격업소에 선정될 경우 주어지는 혜택은 분명하다. 고양시는 착한가격업소에 대해 쓰레기봉투 등 업소 소모품과 희망물품을 지원하고, '고양시 소상공인환경개선사업' 신청 때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차원에서도 지자체별 공공요금 지원과 온라인·모바일 홍보가 이뤄지는 만큼, 선정 업소는 공공 인증을 통해 별도 광고비를 들이지 않고도 가시적인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 홈페이지와 행정안전부 플랫폼, 지도앱 등에 노출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믿고 찾을 만한 가게'라는 인식이 형성될 여지가 있다.
3호선 정발산역 인근 일산 웨스턴돔의 한 음식점 관계자는 "착한가격업소 인증은 의미가 생각보다 크다"며 "가격을 낮게 유지한 노력을 행정이 공적으로 인정해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장면 6천970원, 김밥 3천870원, 커피 3천370원 같은 공개 평균가가 제시돼 있는 만큼, 이보다 낮은 가격의 대표 메뉴를 갖춘 업소라면 착한가격업소 지정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 '평균보다 낮게'…현실적 부담, 무시 못해
문제는 현실적인 부담이다. 외식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지역 평균보다 낮은 가격을 계속 유지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외식뿐 아니라 파마 9만8천460원, 세탁료 9천390원, 숙박료 5만2천800원처럼 생활서비스 전반의 평균가격이 공개돼 있는 만큼, 업소들은 소비자와 행정 모두의 비교 대상이 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고양시는 2024년 사업체조사보고서 기준 전체 사업체가 11만9천540곳에 이르고, 이 가운데 숙박·음식점업이 1만2천92곳, 협회 및 단체·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이 9천695곳에 달한다. 경쟁 업소가 많은 구조에서 가격을 억누르며 서비스까지 유지해야 하는 부담은 적지 않을 수밖에 없다.
주엽역 인근 라페스타에서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은 "착한가격업소가 되려면 지역 평균보다 낮은 가격을 유지해야 하는데, 매출은 줄고 임대료는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감당하는 일은 적지 않은 압박"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이번 모집은 골목상권 입장에서는 무시하기 어려운 제안이다. 가격을 낮게 유지한 업소에는 공공 인증과 홍보, 소모품 지원 같은 실익이 뒤따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믿고 찾을 기준이 하나 더 생긴다. 결국 고양시의 이번 착한가격업소 모집은 단순 공모가 아니라, 공개된 월별 물가표를 토대로 지역 상권의 '합리적인 가격'을 다시 가늠해보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이다.
유제원·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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