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할인’에 잘나가던 전기차…테슬라, 가격 인상으로 찬물 끼얹나 [여車저車]

권제인 2026. 4. 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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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3·모델Y L 500만원 기습 인상
보조금 정책 변화에 가격 인상으로 대응
중동사태로 비용↑…가격 ‘키맞추기’ 우려
“내연기관 대비 가성비 지켜야 전기차 성장”
테슬라 모델 YL. [테슬라 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국내 전기차 시장 상승세를 주도해 온 테슬라가 가격을 기습 인상하면서 향후 시장에 미칠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완성차 업체들의 잇따른 가격 인하와 유가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올라갔던 전기차 시장에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전기차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가성비 매력을 지속해서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최근 모델3와 모델Y의 일부 사양 가격을 최대 500만원 인상했다. 모델3 퍼포먼스 가격의 경우 기존 5999만원에서 6499만원으로 올랐으며, 모델Y 롱레인지 AWD 모델의 경우 5999만원에서 6399만원으로 뛰었다. 최근 출시된 모델 Y L 가격도 6499만원에서 6999만원으로 인상됐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에 따라 가격을 인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하반기부터 ‘국내 전기차 생태계’에 기여하는 제작·수입사 차에만 보조금을 주기로 하고 최근 관련 평가 기준을 공개했다. 해당 기준에는 ▷기업 신용도 ▷국내 전기차 보급 사업 수행 기간 ▷국내 특허 보유 현황 등 국내 제조업체에 유리한 내용이 다수 담겨 있어, 테슬라 등 수입차 업체들은 보조금을 받기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로이터]

테슬라는 정부가 보조금 100% 지급 상한액을 낮출 때마다에 기준선에 맞춰 차량 가격을 조정하는 식으로 국내 시장에 대응해 온 바 있다. 올해 초 모델Y RWD 가격을 5299만원에서 4999만원으로 낮췄던 당시에도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전액을 지급하는 차 가격 기준인 ‘5000만원 미만’에 맞춘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정책 개편에서는 가격과 상관없이 보조금을 받기 어려워지자, 테슬라가 가격 인상으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인기를 견인하던 테슬라가 가격을 인상하자 일각에선 전기차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테슬라가 가격 인하 효과를 톡톡히 보자, 기아, 볼보, BYD 등 경쟁사들도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거나 국내 신차 가격을 글로벌 시장 대비 낮게 설정하며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기차 신차등록 대수는 8만352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9.5% 상승했다. 특히, 가격에 민감한 20대들이 지갑을 열며 전기차 시장의 상승세를 이끌어 왔다. 1분기 20대의 신차 등록 대수(승용 기준)는 2만356대로, 지난해 같은 동기(1만5006대) 대비 35.7% 증가했다. 이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로, 지난해 20대 신차 등록 점유율이 1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20대 신차 구매가 매년 감소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차봇모빌리티 관계자는 “영업 일선 현장에서는 고유가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며 “실제 현장 체감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0~40%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출고 대기 가능성이 다시 커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사용자가 충전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경쟁사들이 테슬라의 가격 인상에 맞춰 ‘키 맞추기’에 나설 경우 1분기 이어졌던 상승세가 다시금 꺾일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중동사태가 장기화하며 원자재 가격 인상과 원화 가치 하락 등이 이어지고 있어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차값을 끌어올릴 유인은 충분한 상황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교수는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유사하거나 저렴하지 않으면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의사가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장기적으로 유가가 하락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가성비 전기차 보급은 시장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 교수는 “중동 사태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기차 캐즘(수요정체)은 근본적인 문제”라며 “충전 인프라 구축과 가격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정부와 업계가 지속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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