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전자·배터리·석화 등 주력 사업 한파…체질 개선으로 돌파구 찾을까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영원한 라이벌'로 묘사되던 삼성과 LG의 희비가 올봄 극명하게 엇갈렸다.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으로 축배를 들고 있는 사이, LG그룹은 전자·배터리·석유화학 등 주력 사업의 동반 부진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LG그룹은 구조조정과 포트폴리오 전환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업황 회복을 실적 반등의 핵심 변수로 지목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3조7330억원, 영업이익 1조673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22조7398억원) 대비 4.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조2591억원) 대비 32.9%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이후 1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전장(VS)과 냉난방공조(HVAC) 등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이 실적을 견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상반된다. 실질적인 수익성 향상보다는 허리띠를 졸라맨 측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수요 둔화와 마케팅 비용 증가,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며 9년 만에 10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비용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부담을 털어낸 데다 올해 1분기 성수기 효과가 더해지며 이익이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LG전자의 표정은 밝지 않다. 핵심 수익원인 전자 부문의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아서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소비 심리 위축이 장기화하면서 핵심 수익원인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가전 및 TV 시장의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또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 시장 내 관세 부담으로 수익성 하락 압박도 거세다. 여기에 중동발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LG전자는 최근 내부적으로 경비 절감 등 비상경영 체제를 주문한 상황이다.
또 다른 주력 사업인 배터리 부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과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글로벌 점유율 확대로 실적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그 결과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20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45X) 혜택이 없었다면 영업손실 규모는 3975억원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룹 내에서 가장 큰 부담은 기초소재 및 석유화학 부문을 담당하는 LG화학이다. 글로벌 석유화학 설비의 폭발적인 증설과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수요 둔화가 동시에 덮치면서 공급과잉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그 결과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413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뚜렷한 업황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반등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나마 통신(LG유플러스)과 IT(LG CNS) 부문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며 그룹 전체 실적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경쟁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반사효과로 가입자가 증가했다. LG CNS도 최근 5년간 평균 10%대 매출 성장과 8%대 EBIT 마진율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 부문이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한적인 만큼 전자·배터리·화학 등 주력 사업의 실적 부진을 온전히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LG그룹은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미 주요 계열사 지분 및 사업부 매각 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한 상태다. 올해도 추가적인 자산 유동화 계획이 예정돼 있다. LG전자 인도법인 지분 추가 매각과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및 에스테틱 사업부 매각, LG에너지솔루션의 혼다 합작법인 유형자산 매각 등이다. LG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AI(A)와 바이오(B), 클린테크(C) 등 'ABC'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계열사별 체질 개선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LG전자는 B2C 중심에서 전장·냉난방공조 등 B2B 비중을 확대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중심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일부 생산 라인을 전환 중이다. LG화학도 자산 매각과 설비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룹 전체의 반등을 위해서는 주요 사업 부문의 업황 회복이 필수라고 분석한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자산 매각을 통해 LG그룹의 차입금 증가세는 둔화할 것으로 보이나 약화한 이익창출력을 감안할 때 채무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배터리와 석유화학 부문의 업황 회복 여부가 그룹 실적 반등의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석방된 전광훈 “이스라엘 욕한 이재명, 나라 끝장나” - 시사저널
- [포토뉴스] 공공기관 차량 2부제…국회 찾아가 봤더니 - 시사저널
- 월드컵이 코앞인데…왜 여전히 홍명보 감독에는 ‘물음표’가 붙을까 - 시사저널
- ‘영업익 15% 성과급’ 삼성전자 노조,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르나 - 시사저널
- 직무 정지에 고발까지…녹취 후폭풍, ‘사면초가’ 박상용 - 시사저널
- “마라탕 배탈 조심”…프랜차이즈 3곳서 식중독균 검출 - 시사저널
- 피멍 든 얼굴로 눈물 흘린 故김창민 감독…불구속 가해자는 활보 - 시사저널
- 제균치료 했는데 왜 위암? 흡연·음주·비만이 좌우했다 - 시사저널
- 우울 막는 생활습관, 성별·연령 따라 달라진다 [박민선의 건강톡톡] - 시사저널
- 야식·커피 즐겼다면 주의…가슴 쓰림 부르는 ‘위산 역류’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