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팝니다, 단 새롭게” K-약국의 등장과 헬스앤뷰티 공간의 변신 [Cover Story]

이승연 시티라이프 기자(lee.seungyeon@mk.co.kr) 2026. 4. 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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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이라는 공간이 변신하고 있다.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큐레이션 콘셉트 형태부터 마치 미국 대형 마트에 온 듯한 창고 형태가 속속들이 등장했다. 뿐만 아니다. 리테일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한 ‘웰니스(Wellness)’, ‘경험’, ‘HB(Health+Beauty)’와 결합한 전용 매장도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이제 약국은 아프면 찾는 곳이라는 인식 대신 ‘사전에 건강을 관리하고,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가 된 것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가파른 변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 역시 적지 않다. 약국은 현재 다양한 미래의 갈림길, 그 길목에 서 있는 중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 메카로 꼽히는 서울 중구 명동은 최근 ‘약국 거리’라는 오랜 명성을 지닌 종로에 필적하고 있다. 2026년 상반기, 서울 명동·을지로 일대에는 약 40여 개의 약국이 운영 중이다. 소형 약국부터 드럭스토어형, 대형 약국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명동에선 화장품과 의류·스포츠 브랜드, 음식점뿐만 아니라 익숙하게 약국에 들어서는 관광객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풍경은 명동뿐만이 아니다. 성수, 강남과 같은 관광 대표 상권에도 ‘한국 약국 쇼핑’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장소들이 생겨나고 있다.

명동 대형약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사진 매일경제 한주형 기자, 매경DB)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의 외국인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 관광객의 약국 및 건강식품 소비가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1~9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병원과 약국에서 사용한 금액은 1조 4,28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480억 원) 약 68% 증가한 수치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진료과별 소비비율 중에서 약국은 6.2%에 달했다.

이는 약국이 단순 처방 공간을 넘어 외국인들에게 ‘헬스&뷰티(H&B) 쇼핑 거점’으로 안착했음을 입증한다. ‘색조 화장품은 올리브영과 같은 복합 라이프스타일 스토어에서, 기초 기능성 제품은 약국에서 구매를 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는 이제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국 쇼핑 관광’의 새로운 공식이 되었다. K-뷰티 중심 소비에서 건강기능식품, 위생·헬스케어, 릴랙싱 굿즈 등 웰니스 전반으로 지출을 넓혀가고, 의료관광 열풍과 뷰티 브랜드 열풍이 더해지는 추세에 맞춰 새롭게 변화하는 약국(Pharmacy), 드럭스토어(Drugstore)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약국 관광의 메카가 된 관광 상권, 창고형 매장의 등장
용산 메디킹덤 내부(사진 이승연 기자)
최근 창고형(마트형) 약국이 화제다. 지난 2025년 6월 경기도 성남시에 처음 생긴 메가팩토리약국을 시작으로, 금천 메가팩토리, 용산 메디킹덤, 관악 메가라운지 등 150~300여 평의 창고형 약국들이 도심 한복판, 역세권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다. 대부분 창고형 약국은 대형 매장 규모에 수천 종의 의약품들이 마련돼 있어, 주로 소비자가 쇼핑 바구니와 카트를 이용하는 셀프 쇼핑 형태(마트형)를 띤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브랜드의 의약품 또는 비의약품을 효능, 가격 등을 비교해 가며 살펴볼 수 있고, 상주해 있는 약사에게 전문 상담이나 복약지도 등도 받을 수 있다.

금천 메가팩토리나 용산 메디킹덤의 경우 처방전 조제실도 운영하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 역시 적지 않다. 창고형 약국이 약사법상 문제는 없지만, 기존 소형 약국과의 갈등, 그리고 약국의 공공성 훼손이라는 반발과 함께 의약품 오남용 우려에 대한 의견도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생활 밀착형’ 약국의 등장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약국 이용 패턴의 변화가 예고되고 브랜드형 약국의 확장세가 가파른 만큼 기존 소형 약국도 상생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라이프스타일에 맞춤 큐레이션된 의약품 공간
옵티마 웰니스 뮤지엄(OWM) 약국(사진 이승연 기자)
‘옵티마 웰니스 뮤지엄(OWM) 약국’ 역시 새로운 약국 모델로 언급되는 브랜드이다. 지난해 9월 강남점 오픈을 시작으로, 종각점, 분당서현점, 이태원점을 선보인 데 이어 최근엔 성수점을 오픈한 OWM약국이 국내 주요 상권 내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OWM약국에선 현재 카테고리별 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해 뷰티, 라이프스타일 제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는 팝업존도 만나볼 수 있다. 처방전 조제는 하지 않지만, 일부 지점의 경우 AI 분석을 통해 방문객에게 맞는 건강기능식품을 소분해서 판매를 하고 있다. 뮤지엄 콘셉트의 약국이라는 공간을 통해 정보를 얻고, 체험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OWM약국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공간의 활용’이다. 전반적으로 따뜻한 우드톤과 조명 인테리어가 기존 약국과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벽면 상단에 쓰여 있는 구분표를 보고 해열 진통제, 소염진통제, 생리통, 근육통, 알레르기, 종합감기, 한방감기, 코감기, 목감기 등 증상별 어떤 약을 먹어야 하는지 분류돼 있어 한눈에 보기 편하다.

옵티마 웰니스 뮤지엄(OWM) 약국(사진 이승연 기자)
OWM을 브랜드화한 의류(모자, 상의), 가방 등의 상품 등도 이곳이 약국이란 기능을 넘어서, 웰니스와 라이프스타일을 전시 및 체험해보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강남점을 포함한 일부 지점 내 ‘셀프 건강측정 서비스’ 공간은 국내외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요소다. 스트레스 지수부터 혈압, 악력, 체성분, 피부 상태까지 한번의 측정으로 내 몸의 상태를 진단한 후, SNS 메시지나 전용 앱을 통해 결과를 전송해준다.

OWM약국 지점별 지역 특성을 반영한 공간 구성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기자가 찾은 강남점, 이태원점의 경우 방문객 중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던 만큼, 야외 테라스 공간(강남점)이나 락커룸 서비스 공간(이태원점)도 인근에 있어 여행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했다. 또한 상주 중인 약사를 비롯해 직원들 대부분이 영어, 일본어 등으로 서비스 응대를 이어가는 등, 약국이 ‘K-뷰티·헬스 쇼핑’의 필수 코스로 자리하며 외국인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모습도 목격된다.

+++핀테크 기업과 만난 약국관광 서비스 외국인 관광객들을 중심으로 의료관광, 약국관광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서비스 접근성 또한 높아지는 추세다. 일례로, 관광 핀테크(Fintech) 전문 기업 KTP는 최근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결합한 약국 전용 외국인 구매 도우미 솔루션 ‘메디큐알(MediQR)’을 공식 론칭했다. 이는 스마트폰 정보 탐색이 익숙한 관광객의 소비 행태에 맞춘 서비스로, 외국인 고객은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약국에 비치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즉시 전용 웹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고객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제품의 바코드 혹은 QR을 스캔해 모국어로 효능, 복용법, 주의사항을 실시간 확인하고 구매 및 택스리펀 요청까지 진행할 수 있다.
More Insight…약국 외에도 뷰티·헬스를 넘어선 웰니스 케어
웰니스 체험 공간으로 등장한 올리브베러
‘올리브영N 성수’에 마련된 ‘뉴 웰니스 라운지’ 팝업 내부전경(사진 CJ뉴스룸)
국내 H&B 스토어의 대표 격인 올리브영은 최근 ‘웰니스 수요’를 겨냥한 전문 매장을 오픈했다. ‘몸과 정신의 조화로운 균형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하는 웰니스는 이미 글로벌 리테일 시장의 핵심 성장축으로 부상했다. 코로나19 이후 ‘셀프케어’와 ‘마음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해외 주요 리테일러들은 뷰티와 헬스를 통합한 ‘웰니스 리테일’과 전용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올리브베러’는 올리브영의 온오프라인 고객 데이터 자산과 상품·카테고리 큐레이션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설계된 공간이다.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식습관·운동·이너뷰티·수면·마음 건강을 분류해 △잘 먹기(이너뷰티 푸드, 건강 간식 등) △잘 채우기(영양제 등) △잘 움직이기(보충제, 운동용품 등) △잘 가꾸기(아로마테라피, 더마코스메틱 등) △잘 쉬기(수면용품, 허브티 등) △잘 케어하기(구강·위생용품 등)의 6대 영역으로 상품을 구성했다.

올리브베러 오프라인 1호점은 서울 강북의 대표적인 업무지구인 광화문에 오픈했다. 직장인 유동 인구가 많고, 요가·헬스장 등 건강관리를 위한 인프라가 풍부한 입지에서 자연스럽게 웰니스 상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30여 평 규모의 복층(1~2층) 매장은 500여 개 브랜드, 3,000여 종의 웰니스 상품을 선보인다. 1층은 바쁜 일상에서도 웰니스를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간편함’에 초점을 맞춰 샐러드·고단백 간편식 등이 배치돼 있고 개인의 필요에 맞춘 영양제, 건강기능식품도 선보인다. 2층은 웰니스 루틴을 제안하는 공간으로, 매일의 ‘먹는 것’이 곧 웰니스라는 관점에서 라이트 밀, 헬시 스낵,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해 이너뷰티·슬리밍·슬립뷰티(수면 건강) 등 웰니스 대표 상품군을 전문적으로 소개한다. 이 밖에도 운동을 즐기는 고객들을 위한 에너지젤과 스포츠용품, 나이트 케어에 초점을 맞춰 차(茶)·대체 커피 등 카페인 대용 음료부터 아로마테라피, 조명·파자마 등 숙면을 위한 상품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올리브베러는 광화문점, 강남점 오픈에 이어 올리브영N성수 팝업 공간 등도 선보이는 등 K-뷰티에 이어 K-웰니스 유통 플랫폼으로 입지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 이승연 기자] [사진 매경DB, CJ뉴스룸, 이승연]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25호(26.04.1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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