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트럼프가 꺼내든 해협 봉쇄 카드…“선택지 없는 트럼프의 좌절감 보여주는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내놓은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작전은 자칫 해협을 ‘화약고’로 만들어 중동 지역을 확전의 위험으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과의 회담이 ‘노딜’로 끝난 후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역봉쇄에 더해 이란에 대한 제한적인 폭격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그러고 싶지는 않지만 그들의 해수 담수화 시설, 발전소는 공격하기 매우 쉬운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전쟁을 장기화하고, 미국의 군수품 재고를 더 고갈시킬 수 있어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해상 봉쇄가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최선, 혹은 차선책이라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 미 싱크탱크인 외교협회의 리처드 하스 명예회장과 니얼 퍼거슨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 연구교수, 필립 젤리코우 전 미 국무부 고문은 지난 10일 프리프레스에 공동기고한 글에서 “세계 주요 해상 통로 중 하나인 호르무즈를 누가 이용할 수 있는지 이란 정권이 결정하도록 용납해서는 절대 안 된다”면서, 이를 막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오만만 해역 봉쇄를 제안했다. 이들은 “일정 기간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제한적이고 위험해질 수 있지만, 해협은 모두에게 열려 있거나 모두에게 닫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상 봉쇄 작전은 이란산 원유를 수출하는 데 사용되는 유조선을 차단해 이란의 경제난을 가중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란 정부 수입의 절반은 석유와 가스 수출에서 나온다. 특히 이란은 전쟁 기간 하루 185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는데 이는 전쟁 전보다 평균 10만 배럴 증가한 규모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전 세계에 원유 공급난이 발생하자, 미국이 국제 유가 급등을 우려해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 일부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아라비아해에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배치해 호르무즈 해협을 드나드는 선박들을 검문하고, 이란과 연관된 것으로 확인된 선박은 나포할 것으로 예상된다.
퇴역 해군이자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 연구원인 마크 몽고메리는 “미군이 모든 선박을 저지하지 않고 단지 겁을 주어 이란에 경제적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면 효과적인 작전일 수 있다”면서도 “미국이 단독으로 (이 작전을)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WSJ에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봉쇄 작전에 동참 의사를 밝힌 동맹국은 없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국가도 봉쇄에 관여할 것”이라고 했지만, 영국은 거부 의사를 밝혔고 일본도 자위대 파견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만약 미 군함이 해협을 봉쇄하는 과정에서 이란군에 피격되는 사태가 벌어지면 사태는 급속한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 싱크탱크인 워싱턴연구소의 파르진 나디 선임 연구원은 미·이스라엘의 폭격에도 불구하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보유한 고속정의 60%가 온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란 석유 수출 차단은 세계 석유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악화시켜 유가를 더 상승시킬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전 세계 공급량의 12%인 하루 1300만 배럴의 원유 생산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이란 원유 공급이 중단되면 하루 약 200만 배럴의 수급이 더 감소한다.
마크 워너 미 연방 상원의원(버지니아·민주)은 “해협을 봉쇄하는 것이 어떻게 이란으로 하여금 해협을 열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CNN에 말했다.
미 싱크탱크인 ‘국방 우선순위’의 제니퍼 카바나흐 연구원은 “해협을 폐쇄하면 유가가 이전보다 더 급등할 것이고 국제사회의 더 큰 압력이 미국에 가해질 것”이라면서 “봉쇄 카드를 꺼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좌절감을 느끼고 있으며,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UAE, 내달 1일 ‘OPEC 탈퇴’···호르무즈 봉쇄 장기화에도 독자적 증산 나서나
- ‘조국 저격수’ 김용남 “먼저 공격 안 해” 혁신당 “민주당 우군 맞냐”···재보선 핫플 ‘
- [속보]이 대통령 “하정우 수석, 큰 결단했다…어디에서든 국가·국민 위해 역할 하길”
- 도이치 주가조작 ‘유죄’ 뒤집힌 김건희, 2심 ‘징역 4년’···“시세 조종 가담, 중대 경제 범
- “오배송 책임 전가” 거센 반발에 결국···쿠팡이츠 ‘라이더가 메뉴 확인’ 하루 만에 중단
- [단독]“생각보다 빡빡한 선거될 수도, 절대 오만해선 안돼”···민주당, 비공개 의총서 ‘내부
- MBC ‘추경호 클로징 멘트’에 국힘 “사과 안 하면 취재 거부”···‘선거 개입’ 주장
- ‘진짜 사나이’ 출연했던 해군 첫 여소대장, 최초 주임원사 역사 썼다
- 30년 넘게 제사 지냈는데…대법 “종손 지위는 양도 불가능”
- 대학 붙어 자취방 구했는데 입학 취소?…농어촌전형 거주요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