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한도 '1000억원?'…수요 폭발 땐 '조기 대출 절벽' 우려↑
하반기 금리인하 최대 변수…수요 늘면 금새 바닥날 수도
연간 1% 총량 규제 부작용…조기 셧다운에 실수요자 직격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관리 기조 속에 주요 시중은행들의 대출 잔액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고요함을 '폭풍 전야'로 진단하고 있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과 맞물려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댈 경우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부과할 것으로 보이는 '연간 1% 증가율 캡'이 족쇄로 작용해 올해 조기 '대출 절벽'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최근 가계대출 잔액(정책대출 제외)은 지난해 말 대비 6조4704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이 요구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인 1%로 묶일 경우 산술적으로 5대 은행이 1년간 최대로 늘릴 수 있는 대출 총량은 약 6조4493억원 정도이다.
당장 지표만 보면 한도가 넉넉해 대출 취급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거래 관망세, 그리고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맞물려 대출 수요 자체가 말라붙어 생긴 효과로 분석된다. 주택 거래가 조금이라도 회복되면 대출 수요는 금세 차오를 수 있다.
실제 1% 증가액인 6조4493억원을 5대 은행이 12개월 동안 고르게 나눈다고 가정하면 합산 최대 월 증가폭은 5374억원에 그친다. 은행 한 곳당 한 달에 늘릴 수 있는 대출 총량이 단 1000억원 남짓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과거 부동산 호황기 당시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한 달에 수조원씩 불어났던 것을 생각하면 사실상 '대출 취급 최소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뇌관은 하반기 거시경제 변수다. 최근 대내외적 변수가 이어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하반기에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추후 금리 인하 시그널이 뚜렷해지고 서울 강남 3구 등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억눌렸던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면 대출 수요는 순식간에 폭발하게 된다.
가계대출은 한 번 불이 붙으면 증가 속도를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실제로 과거 집값 상승기에는 한 달 만에 3~4조원의 가계대출 잔액이 폭증한 바 있다. 만약 하반기에 이 같은 쏠림 현상이 재현되면 은행권이 상반기에 쌓아둔 여유 한도는 짧으면 3개월 만에 모두 동날 수 있는 상황이다.
단기간에 주요 은행들의 대출 한도가 소진되고 '1% 캡' 도달 위기가 닥치면 은행들은 연말 목표치를 방어하기 위해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당국이 가계대출 목표치를 초과하면 내년도 대출 목표치에 페널티를 주는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수요를 인위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대폭 인상하거나 과거 사례처럼 아예 주택담보대출 창구 자체를 닫아버리는 조기 '셧다운'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
결국 셧다운의 피해는 고스란히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봄·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자금이 절실한 무주택자나 신용대출 만기 연장이 필요한 서민들이 대출 창구에서 발길을 돌려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잔액이 줄어들고 있어 1% 캡이 당장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혹여나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면 1000억원이라는 월별 한도는 단 며칠만에도 마감될 수 있다"며 "매년 반복되는 대출 절벽을 막기 위한 방안이 오히려 조기 대출 절벽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실수요자의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한 당국의 유연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성주 기자 moonsj7092@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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