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P 250 테니스 대회는 얼마면 살 수 있을까?

연초에 유럽에서 열리고 있는 ATP 250 대회가 2천만 달러에 매물이 나왔다. 국내기업도 매수를 검토했으나 최근 이 대회는 이탈리아 쪽에서 2천3백만 달러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테니스 투어는 온코트에서 일어나는 선수들의 경기 외에도 오프코트에서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거대한 비즈니스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대회 소유권과 수익 분배 구조, 매매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에 대해 알아보자.
ATP 투어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엄청난 자금이 오가는 하나의 기업이자 부동산과도 같다. ATP 투어 캘린더에 포함된 대회(마스터스 1000, 500, 250)는 ATP가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각 대회는 별도의 소유주(개인 자산가, 스포츠 에이전시, 투자 회사 등)가 있으며, 이들은 ATP로부터 해당 주간에 대회를 열 수 있는 '라이선스(회원권)ʼ를 보유하고 있다. 이 라이선스는 마치 아파트 분양권처럼 서로 사고팔 수 있다.
그렇다면 간혹 매물이 나오는 ATP 250 대회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개최 도시의 시장성, 스폰서 유치 능력, 중계권 수익 등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일반적으로 ATP 250 라이선스의 거래 가격은 수천만 달러(약 150억~500억 원)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다.
테니스를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는 그 정도의 투자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투어 대회 라이선스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희소성이 매우 높다. 성공적으로 잘 운영되는 250 대회는 안정적인 스폰서십과 티켓 판매, 중계권을 통해 쏠쏠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알짜배기 자산이다.

투어 대회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
대회 소유주(조직위원회)가 돈을 버는 구조는 크게 네 가지이다.
1)타이틀 스폰서십 & 파트너십 : 대회의 이름을 파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롤렉스 파리마스터스, BNP 파리바오픈 등이다. 이러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타이틀 스폰서를 영입하는 것 외에도 공식 자동차, 시계, 음료, 공, 의류 등의 스폰서를 유치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2)글로벌 중계권료(TV/스트리밍) : ATP 미디어가 전 세계 방송국에 중계권을 일괄 판매한 뒤, 각 대회 등급에 따라 수익을 분배한다. 이는 대회의 가장 안정적인 수입원이다.
3)티켓 판매(Ticketing) : 현장 관중 수익이다. 알카라스나 조코비치 같은 슈퍼스타가 출전하면 입장권은 순식간에 매진되며, VIP 박스석 판매도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준다.
4)현장 판매(F&B, 머천다이징) : 대회장 내 식음료 판매와 기념품 판매 수익이 있다.
물론 수익이 많은 만큼 지출 규모도 상당한데 크게 차지하는 항목은 다음과 같다.
1)상금(Prize Money) : 투어 대회에서 가장 큰 지출 항목 중 하나이다. 선수가 대회에 출전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2)선수 초청료(Appearance Fee) : 상금 외에 대회측이 톱 랭커들을 모셔오기 위해 별도로 지급하는 돈이다. 마스터스 1000 대회는 상위 랭커 출전이 의무지만, 500이나 250 대회는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조코비치나 알카라스 같은 선수를 부르려면 대회 상금을 훌쩍 뛰어넘는 수십만~수백만 달러의 초청료를 따로 지불해야 한다. 올해 ATP 500으로 진행된 카타르오픈에서 알카라스와 시너를 초청하였을 때에 각각 120만달러(약 17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3)대회 운영비 : 코트 임대료, 인건비, 마케팅, 심판, 볼보이, 선수 숙식(호텔) 및 교통 제공 등 막대한 운영 비용이 발생한다. 최근 들어 ATP가 'OneVisionʼ이라는 전략적 계획 하에 도입한 것이 수익 분배 모델 (Profit-Sharing Model)이다. 전통적으로 테니스계는 대회 측과 선수 측 간의 수익 배분 문제로 갈등을 겪어왔다. 선수들은 대회가 버는 돈에 비해 자신들이 가져가는 파이(상금)가 너무 적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ATP는 최근 새로운 '수익 분배 모델ʼ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대회의 재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회가 세금과 운영비를 제외하고 얻은 '순 이익(Net Profit)ʼ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그 초과 수익의 50%를 선수들에게 추가 보너스 형태로 나누어 주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선수와 대회가 서로 대립하는 구조 가 아니라, 대회가 흥행하여 수익이 커질수록 선수들도 더 많은 돈을 가져가는 '동반 자 관계ʼ를 구축하려는 시도이다.

투어 대회를 움직이는 큰 손들
이러한 거대한 비즈니스를 개인이 혼자 감당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테니움이나 IMG 같은 거대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돈을 모아 대회 라이선스를 직접 사들이고(소유), 대회를 기획 및 운영하며(운영), 스폰서를 유치하고, 자신들이 관리하는 소속 선수들을 출전시켜 대회를 흥행시키는 등 테니스 비즈니스의 전 과정을 수직 계열화하여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있다. 테니스 투어 대회의 소유권 매매와 임대는 마치 상업용 부동산이나 프랜차이즈 가맹권 거래와 매우 유사하게 움직인다. 실제 테니스 업계에서 라이선스가 얼마에 거래되고, 렌트할 경우 비용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1)투어 대회 라이선스 매매 : 앞에서 말한 대로 대회의 등급(마스터스 1000, 500, 250)과 개최 도시의 시장성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며, 전세계 9개 밖에 없는 마스터스 1000 대회는 매물이 거 의 나오지 않는 초우량 자산이다. 마스터스 대회의 매매는 지난 2021년과 22년에 있었다.
역대급 메가 딜로 불리는 마드리드오픈의 거래가 최근 있었다. 테니스계의 거물인 이온 티리악이 소유하고 있던 마드리드오픈은 2021년 거대 스포츠 매니지먼트사 인 IMG(Endeavor 소속)에 매각되었다. 당시 매각 대금은 약 3억 9,000만 유로(약 6,7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스포츠 비즈니스 업계를 크게 놀라게 했다. 미국테니스협회가 소유하고 있던 신시내티오픈도 지난 2022년 미국의 억만장자 벤 나바로(투자사 Beemok Capital)에게 매각되었다. 당시 거래액은 약 1억 3,000만 달러(약 1,92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가장 흔하게 거래되는 250 등급의 라이선스도 보통 수천만 달러 선에서 매매된다. 최근 ATP가 투어 일정을 개편하면서 일부 250 대회를 500으로 승격시키거나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라이선스 매매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다만, 테니스 라이선스 거래는 프라이빗한 기업 간 계약이거나 사모펀드, 자산가들의 비공개 거래인 경우가 많아 정확한 계약서상의 최종 금액은 외부에 100% 공개되지 않으며, 주요 스포츠 비즈니스 매체의 보도와 업계 추산치이다.

2)개최권 임대 : 수백억 원을 들여 라이선스를 완전히 구매하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당장 시장에 나온 매물이 없을 때, 개최를 희망하는 측은 기존 소유주로부터 몇 년간 개최권을 '임대(Rent)ʼ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도 매우 흔하고 공식적인 비즈니스 형태이다. ATP 250 대회를 기준으로, 원래 소유주에게 지불하는 순수 연간 임대료(Lease Fee)는 최하 5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약 7억 3천만 원 ~ 15억 원) 사이로 형성된다. 노박 조코비치의 가족(동생 조르제 조코비치가 디렉터를 맡은 회사)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개최했던 세르비아오픈(ATP 250)이 테니스계의 가장 유명한 임대 사례 중 하나이다. 조코비치 측의 스포츠 이벤트 회사는 라이선스를 직접 사는 대신, 앞서 언급한 이온 티리악이 소유하고 있던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대회의 개최권을 수년간 임대하여 세르비아에서 대회를 열었다. 물론 지난해에는 이 대회를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WTA 투어 코리아오픈도 JSM이 소유주로부터 임대하여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개최권을 렌트한 측(임차인), 즉 개최권자는 단순히 임대료만 내는 것이 아니다. 대회의 총상금, 선수 초청료, 경기장 임대 등 운영비 일체를 모두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대신 티켓 판매, 로컬 스폰서십, 식음료 수익 등을 모두 가져가는 구조이다. 만약 대회 기간 내내 비가 와서 티켓이 팔리지 않으면 그 막대한 적자는 모두 임차인이 떠안고, 원래 소유주(임대인)는 가만히 앉아서 확정된 임대료 수익을 안전하게 챙기게 된다.

투어 대회는 누가 소유하고 있나?
현재 ATP와 WTA 투어는 1년에 130개가 넘는 대회가 전 세계에서 열리고 있다. 테니스 비즈니스 생태계의 소유 구조는 크게 거대 매니지먼트 및 투자 그룹, 각국 테니스 협회, 그리고 독립 자본가(억만장자 및 사모펀드)의 세 축으로 형성되어 있다.
1)거대 스포츠 매니지먼트 및 전문 운영사 : 가장 많은 투어 대회의 라이선스를 보유하거나, 라이선스 소유주를 대신해 운영 전 반을 대행하는 기업들이다. 먼저 MARI는 2025년 말, 기존 거대 에이전시였던 IMG(Endeavor)의 테니스 포트 폴리오를 인수하여 새롭게 출범한 글로벌 이벤트 기업이다. 이들은 마이애미오픈 (1000), 마드리드오픈(1000), 무바달라 아부다비오픈(WTA), 시티 DC오픈 등을 소 유하고 있다. 또한 청두오픈(ATP 250), 홍콩오픈(ATP 250), 재팬오픈(ATP 500), 리우오픈(ATP 500) 등을 운영 대행하고 있다.
유럽과 남미를 중심으로 테니스 비즈니스에서 매우 활발하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기업이 테니움(Tennium)이다. 이들이 소유한 대회는 바르셀로나오픈(ATP 500), 함부르크오픈(ATP 500), 아르헨티나오픈(ATP 250), 유러피언 오픈(앤트워프, ATP 250) 등 다수의 ATP 250 대회와 남미와 유럽의 WTA 대회 등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옥타곤(Octagon) 등 기타 에이전시들도 여러 ATP 250 및 WTA 250 규모의 중소형 대회 개최권을 소유하고, 개최 도시 지자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대회를 운영하고 있다.
2)각국 테니스협회 : 그랜드 슬램을 비롯한 오랜 역사의 굵직한 대회들은 해당 국가의 테니스협회가 직접 개최권을 소유하고 주관한다. 따라서 대회 수익의 상당 부분이 자국 테니스 인프 라 발전에 재투자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미국테니스협회 : US오픈
호주테니스협회 : 호주오픈, 브리즈번 인터내셔널 등 호주오픈 웜업 대회
프랑스테니스연맹 : 롤랑가로스(프랑스오픈), 파리마스터스(ATP 1000)
영국테니스협회 : 윔블던, 퀸즈클럽 챔피언십, 이스트본 인터내셔널
이탈리아테니스협회 : 로마마스터스(이탈리아오픈, ATP/WTA 1000)
캐나다테니스협회 : 내셔널뱅크오픈(캐나다마스터스, ATP/WTA 1000)
3)독립 자본 : 특정 대회의 비즈니스 가치를 높게 평가한 개인 자산가나 기업이 개최권을 단독으로 사들여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비목 캐피탈은 미국의 억만장자 벤 나바로가 이끄는 투자 회사로, 최근 미국협회로부터 신시내티오픈(ATP/WTA 1000) 개최권을 인수했으며 찰스턴오픈(WTA 500)도 소유하고 있다. 두바이 면세점은 두바이 정부 산하 기업으로 두바이 테니스챔피언십(ATP 500, WTA 1000)의 개최권과 운영을 직접 총괄한다.
오라클의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은 인디언웰스(BNP 파리바오픈)의 개최권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2009년 12월, 테니스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투자를 바탕으로 당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인디언웰스 토너먼트와 대회가 열리는 인디언웰스 테니스 가든 시설 일체를 약 1억 달러에 인수했다. 인수 이후 인디언웰스 대회는 그랜드 슬램에 버금가는 '제5의 메이저(The Fifth Grand Slam)'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총상금을 그랜드슬램 수준으로 대폭 인상하여, 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회로 만들었다. 스타디움을 신축하고, 선수들을 위한 라커룸, 식당, 연습 코트 등 부대 시설을 최고급으로 업그레이드하며 시설 개선을 했다. 코트 전체에 최첨단 호크아이 시스템(판독 기술)을 전면 도입하는 등 오라클의 기술력을 대회 운영에 적극 활용했다.

투어 대회의 인수 과정
ATP는 연간 열릴 수 있는 투어 대회 수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이 있다고 해서 임의로 대회를 신설할 수 없다. 따라서 ATP 250 대회를 개최하려면 기존 대회의 개최권을 매입하거나 임대해야 하며, 그 과정은 깐깐한 심사를 동반한다.
1)매물 탐색 및 사적 협상 : 재정난을 겪고 있거나 전략적으로 라이선스를 매각하려는 기존 투어 대회 소유주를 찾아야 한다. 그러면 매입 대금, 인수 시기 등을 협상하고, 거래 자체는 기본적으로 소유주(개인, 에이전시, 혹은 투자 그룹) 간의 사적 계약으로 이루어진다.
2)ATP 이사회 승인 :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합의가 끝났다고 해서 바로 개최권이 넘어오는 것은 아니다. 가장 핵심적이고 까다로운 관문인 ATP 이사회의 투표와 승인을 통과해야 한다. 이 때 새 소유주가 수백만 달러 규모의 대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선수들에게 상금을 체불 없이 지급할 수 있는 확실한 자금력이 있는지 철저히 검증한다. 대회를 인 수한 뒤 다른 국가나 도시로 이전하려는 경우, 기존 ATP 투어 일정과 충돌하지 않는지, 직전, 직후 대회와 비교해 선수들의 이동 동선에 무리가 없는지도 평가한다.
3)시설 및 인프라 실사 : 대회 개최지를 변경할 경우, 새로운 경기장이 ATP 투어가 요구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족하는지 실사를 받는다. 평가 항목은 메인 코트 및 서브 코트의 관중 수용 능력, 연습 코트의 수, 조명 및 방송 송출, 인프라, 선수 전용 라커룸 및 식음료 시설, 공식 지정 호텔과의 거리 등 세밀한 가이드라인을 통과해야 한다. 투어 대회 개최권 인수는 단순한 자본력을 넘어 ATP 이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테니 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탄탄한 인프라 기획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철저한 승인제 비즈니스이다. 이처럼 테니스 투어는 코트 위 선수들의 치열한 승부만큼이나, 장외에서 자본을 굴리고 라이선스를 확보하려는 기업과 거부들의 수 싸움이 치열한 거대한 비즈니스 현장이다. 투어 대회의 비즈니스 구조를 알고 나면, 선수의 샷 하나하나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서 움직이는 자본의 흐름까지 볼 수 있어 테니스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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