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엘비, AI·DDR5 물 들어왔다…1200억 증자로 베트남에 승부수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전문기업 티엘비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및 고성능 서버용 DDR5 메모리 수요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실탄 확보에 나선다. 확보한 자금 전액을 생산 시설 확충에 투입,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격의 공격적인 외형 확장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엘비는 총 12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보통주 207만3000주가 신주로 발행되며, 예정 발행가액은 주당 5만7900원이다. 2020년 12월 코스닥 입성 후 처음으로 시장에서 대대적인 자금 조달에 나섰다.
이번 증자의 핵심은 시설 자금 확보에 있다. 티엘비는 조달 자금 전액을 종속회사인 티엘비 비나(TLB VINA)의 베트남 현지 공장 증축 및 신규 라인 구축에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 티엘비의 가동률은 사실상 풀 캐파(Full Capacity) 상태에 도달했다. 회사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베트남 2공장을 건립해 현재 월 2만㎡ 수준인 전사 생산능력을 월 4만㎡까지 두 배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유상증자 직후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대 1 비율의 무상증자도 실시한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주를 포함해 신주배정기준일 현재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들에게 소유주식 1주당 신주 1주를 무상으로 배정한다.
티엘비가 대규모 증설에 나설 수 있는 배경에는 가파른 실적 회복세가 있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2585억원으로 전년 대비 43.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60억원을 기록하며 1년 전(약 34억원)보다 8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AI 서버 수요 확대에 따라 고부가가치 공법인 블라인드 비아 홀을 적용한 DDR5 기판 매출 비중이 확대된 것이 주효했다. BVH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단가가 약 1.8배 높아 전반적인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티엘비의 ASP가 2025년 매 분기 최고치를 경신해 올해 1분기에는 ㎡당 120만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규모 증자로 최대주주의 일부 지분 희석 효과는 나타난다. 증권신고서 제출 전일 기준 최대주주인 백성현 대표는 1904만 주(지분율 19.36%)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29.12%다. 백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에 배정받은 주식(40만5959주)의 약 25% 수준인 10만여 주에 대해 참여할 계획이다. 청약 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 중인 보통주 약 15만3000주(발행주식 총수 대비 1.56%)를 블록 방식으로 매각할 예정이다. 증자 이후 백 대표의 개인 지분율은 15.56%로 소폭 하락할 수 있으나, 사재를 털어 증자에 참여함으로써 책임 경영 의지를 표명했다는 분석이다.
티엘비는 공격적인 시설투자 과정에서 재무 지표가 다소 악화됐다. 부채비율은 2021년 50.2%에서 2025년 95.4%로 상승했으며, 차입금 의존도 역시 35.2%로 업종 평균(19.0%)을 웃돌고 있다. 안산 2공장 매입과 베트남 투자를 위해 차입금을 늘린 결과다. 증자 완료 시 재무 안정성 회복도 예상된다.
원재료 가격 변동 리스크도 상존한다. 금 가격 상승으로 핵심 부재료인 청화금(PGC) 매입 단가가 전년 대비 약 55% 급등하며 원가 부담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상위 2개 고객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82.5%에 달해, 전방 산업의 경기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구조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티엘비가 확보할 차세대 메모리 모듈인 소캠(SoCAMM) 및 LPCAMM2 등 신제품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회사가 대규모 증설을 발표한 이유는 소캠 등 고부가 메모리 모듈 기판 시장의 수요 확대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기 때문”이라며 “특히 소캠은 엔비디아가 랙(Pod) 단위 솔루션과 함께 단일 랙 기준 소캠 탑재량이 크게 증가한 베라 CPU 전용 랙을 공개하고, 베라 CPU 랙의 단일랙 기준 외부 판매를 추진함에 따라 시장 예상 대비 훨씬 큰 TAM 형성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어 “메모리 모듈 기판 업체별 매출 베이스를 고려할 때, 소캠 등 고부가 메모리 모듈 시장 확대에 따른 실적 레버리지 효과는 티엘비가 가장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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