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지만, 함께 못 간다]<하·끝>“공존은 감정이 아니라 규칙”…갈등 줄일 해법은?

권종민 기자 2026. 4. 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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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상동 한 거리에서 시민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서고 있다. 김진홍 기자

반려동물 동반 출입을 둘러싼 논쟁은 겉으로 보면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이해 충돌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구도가 문제의 본질을 단순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 "문제는 동물이 아니라 사람"…갈등의 본질과 책임 구조

박순석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은 "반려동물로 인한 갈등을 집단 간 대립으로 보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다"며 "실제 갈등은 일부 비매너 행동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려가족은 특정 집단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 다수의 구성원이며 누구나 잠재적 반려인이 될 수 있는 존재"라며 "어린이가 문제를 일으켰다고 해서 모든 부모를 비난하지 않는 것처럼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갈등의 핵심은 '반려인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타인을 얼마나 배려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반복되는 갈등 사례 역시 대부분 기본적인 관리 부족에서 발생한다. 목줄을 하지 않은 채 돌아다니거나, 짖음을 방치하거나, 배설물을 즉시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호형 계명문화대학교 펫토탈케어학과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급격한 문화 확산과 느린 제도 정착 사이의 간극에서 발생한 전형적인 과도기 현상"으로 진단했다. 그는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빠르게 증가했지만 공공장소 이용 기준과 사회적 합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의 갈등은 공존 문화가 정착되기 전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충돌"이라고 설명했다.
박순석 동물메디컬센터 원장, 이호형 계명문화대학교 펫토탈케어학과 교수, 윤지환 영일 행정사 사무소 대표(왼쪽부터).

◆ "책임은 어디까지인가"…업주로 쏠리는 부담 구조

특히 이 교수는 현재 갈등의 구조를 세 주체 간 '비대칭 구조'로 분석한다. "반려인은 동반 출입이라는 권리를 요구하고, 비반려인은 위생과 안전을 이유로 불편을 제기한다. 업주는 이 둘 사이에서 모든 책임을 떠안는 구조다. 문제는 이를 조정할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이 같은 구조는 현장에서 곧바로 '책임 집중'으로 이어진다. 식품위생법 전문 윤지환 영일 행정사 사무소 대표는 "현 제도는 사고나 위생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업주에게 과도한 부담이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며 "법리적으로는 보호자 책임이 우선이지만 실제 분쟁에서는 시설 관리 책임이 함께 문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순석 원장도 같은 지점을 짚었다. "반려동물로 인한 사고는 기본적으로 보호자의 책임이지만, 업장 내에서 발생할 경우 관리 책임을 따질 수 있다. 이 구조가 업주 입장에서는 가장 큰 부담이다."
문제는 이 책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민법 제759조는 반려동물로 인한 손해에 대해 보호자 책임을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시설 안전 관리 의무'와 결합되면서 업주가 일부 책임을 질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처럼 법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업주들은 자연스럽게 '위험 회피'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결국 "차라리 받지 않는 것이 낫다"는 판단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노펫존 확대'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박순석 원장은 "반려동물 동반 시설로 운영하려면 공간 확보, 위생 설비, 안전 관리 등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여기에 사고 책임까지 불확실하게 얹히면 업주 입장에서는 참여 유인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호형 교수 역시 "현재 구조에서는 업주가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 회피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노펫존 증가 현상은 제도 실패라기보다 구조적 결과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 해법은 '기준·교육·공간 분리'…공존을 설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공존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객관적 기준 마련'을 꼽는다. 이호형 교수는 "지금은 반려동물 출입 여부가 업주의 판단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검증 가능한 기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공장소에 나와도 안전한 반려동물인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보호자의 통제 능력과 반려동물의 사회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이 교수는 미국의 'CGC(Canine Good Citizen)' 프로그램을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이 제도는 반려견이 공공장소에서 문제 행동을 보이지 않는지를 평가하고 인증하는 시스템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행동 기준을 충족해야만 다양한 공간 이용이 가능하다.
그는 "이처럼 객관적 기준이 마련되면 비반려인도 안심할 수 있고, 반려인도 권리를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다"며 "지금처럼 기준 없이 허용만 확대하는 방식은 오히려 갈등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순석 원장은 공존의 핵심을 '펫티켓'에서 찾았다. 그는 "공공장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즉시 통제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짧고 견고한 목줄 또는 캐리어 사용 △배변·털·냄새 등 위생 관리 △짖음 및 공격성 통제 △필요 시 기저귀 및 입마개 착용 등을 꼽았다. 특히 "내 개는 물지 않는다"는 인식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
"이는 가장 위험한 착각이다. 낯선 환경에서는 어떤 반려동물도 돌발 행동을 할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는 타인의 시선에서 안전을 판단해야 한다."
윤지환 행정사 역시 "공존은 감정이 아니라 교육과 규칙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반려인의 책임 의식이 전제되지 않으면 어떤 제도도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호형 교수도 "공존은 물리적 구조와 사회적 규칙이 함께 작동할 때 가능하다"며 "공간 분리와 행동 기준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책 전환의 시점…"시설에서 교육으로"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 역시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는 반려동물 놀이터, 공원 등 인프라 확대 중심 정책이 많지만, 이는 갈등 해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호형 교수는 "반려동물 정책은 결국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교육과 인증 중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순석 원장도 "법으로 세세하게 통제하려는 방식은 오히려 갈등을 키울 수 있다"며 △보호자 교육 강화 △책임 구조 명확화 △업주 부담 완화 △보험 및 보상 체계 마련 등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책임이 선행돼야 한다"며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단계부터 펫티켓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태도'다. 박순석 원장은 "공공장소는 모두의 공간"이라며 "내 자유가 타인의 불편을 넘지 않을 때 비로소 존중받는다"고 말했다. 이호형 교수 역시 "공존은 제도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라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태도와 규칙을 지키려는 의지가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 수성구 상동교 인근에서 시민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서고 있다. 김진홍 기자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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