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산림재난안전기술공단 출범 '통합 산림안보' 향한 첫걸음

(대전=뉴스1) = 우리 산림이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는 산림 재난의 규모를 키웠을 뿐만 아니라, 그 양상 또한 지극히 복합적이고 치명적으로 변화시켰다. 과거의 산림 재난이 산불, 산사태, 병해충이라는 개별 영역에서 발생했다면, 이제는 이들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 재난’의 형태로 나타나며 인명과 재산, 그리고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엄중한 상황 속에서 새로 제정된 ‘산림재난방지법’에 따라 ‘한국산림재난안전기술공단(이하 공단)’이 마침내 공식 출범했다.
필자가 산림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현장에서 목격한 산림 재난의 위협 앞에서 이 법의 제정과 공단 설립을 강력히 추진했던 기억이 떠올라 감회가 무척 새롭다. 당시 ‘사후 복구’ 중심이었던 산림 행정을 ‘통합적 예방과 회복력 강화’로 전환하기 위해 뿌렸던 정책적 씨앗이 오늘날 공단의 출범이라는 튼튼한 나무로 자라난 것을 보며 진심으로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이번 공단의 출범은 국가 산림 관리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선언하는 것이자, 우리 산림의 안녕을 지키기 위한 시대적 결단이다.
공단 출범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그동안 분산되어 있던 산림 재난 대응 역량을 하나로 결집했다는 데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산사태 방지를 담당하던 ‘한국치산기술협회’, 산림병해충 예찰과 방제를 수행하던 ‘한국임업진흥원 산림병해충모니터링센터’, 그리고 산불 방지 인력 교육과 기술 개발을 맡았던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가 각각의 법률과 조직 체계 아래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재난 현장에서 이들은 결코 독립적이지 않다. 대형산불이 휩쓸고 간 산지는 토양을 지지하던 식생이 사라져 지표면의 투수성(透水性)이 급격히 저하된다. 이 상황에서 집중호우가 내리면 빗물은 지하로 흡수되지 못하고 토사를 쓸고 내려가 대규모 산사태를 유발한다. 또한, 기후 온난화로 창궐한 소나무재선충병 등으로 고사한 나무들은 산림 내에서 거대한 ‘연료봉’ 역할을 하며 작은 불씨를 통제 불능의 대형산불로 확산시킨다.
필자가 재직 시절 법적 근거 마련과 조직 통합에 사력을 다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존의 대응 체계는 조직이 파편화되어 있어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유기적인 협업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새롭게 출범하는 공단은 이러한 단절적 대응을 극복하고, 예방부터 복구, 회복력 강화에 이르는 전 과정을 과학적으로 통합 관리하는 ‘산림 안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공단은 실행의 핵심 엔진으로서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흩어져 있던 산림 재난 관련 기술과 데이터를 통합 관리함으로써 행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공단의 최우선 과제다. 특히 ‘통합 산불관리(IFM)’ 프로토콜의 적용과 드론, 위성을 활용한 원격 감시 체계의 고도화는 인력 투입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는 기후 위기 시대에 예측 불가능한 재난 양상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문성이다. 과학적 예찰 시스템이 안착한다면, 우리는 재난이 발생한 뒤에 쫓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재난의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차단하는 선제적 방어 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다.
산림은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최후의 보루이며,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자원이다. 따라서 산림 재난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국가 안보 차원의 위기로 인식되어야 한다. 필자가 그토록 염원하며 추진했던 한국산림재난안전기술공단의 출범은 바로 이 보루를 지키기 위한 국가적 결단이다. 새로운 공단이 3대 산림 재난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과학적 전문성과 현장 대응력을 바탕으로 안전한 산림을 후세에 물려주기를 기대한다.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서 우리 산림을 지키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숭고한 시대적 사명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공단의 힘찬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우리나라가 산림 재난 강국으로 거듭나는 초석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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