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 허수아비 감리… 위험한 사고의 경로들 [참사의 사슬④]
대형사고 10년의 기록 4편
2022년 잇달아 발생한 참사들
위험한 속도전, 허술한 감리 등
사고 키우는 원인 여전히 숱해
# 우리는 '대형 사고 10년의 기록' 3편에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참사의 궤적을 살펴보며 반복되는 인재人災의 흐름을 분석했다. 제도의 맹점이 드러난 법의 사각지대와 위험의 징후를 보고도 모른척한 안전불감증, 관계 부처의 늑장 대응이 시계태엽처럼 맞물려 비극을 키웠음을 확인했다.
# 문제는 참사를 잉태하는 구조적 병폐가 이후에도 계속됐다는 점이다. 2022년 한해에만 3건의 대형사고가 터진 것만 봐도 그렇다. 이 비극들 속엔 또 어떤 위험한 병폐들이 방치돼 있었을까. 2022년의 사고들을 찬찬히 되짚어보자.
☞ 視리즈_대형사고 10년의 기록
1편_우린 참사를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2편_'샌드위치 패널' 불편한 사각지대
3편_관리 부실, 늑장 대응… 인재 똑같은 패턴
4편_허수아비 감리… 위험한 사고의 경로들
5편_묵살, 은폐 … 습관이 돼버린 인재
6편_참사 12년… 관피아는 왜 사라지지 않았나
7편_"사고 막는 비책? 해야 할 일 잘 하라"
8편_법 자체가 '안전망'이어야 한다
![참사는 대부분 비슷한 경로를 통해 나타난다. [사진 | 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3/thescoop1/20260413131339396ymxx.jpg)
혼신의 진화 작업 끝에 7시간 만에 불길을 잡는 데 성공했지만 2시간 후 진짜 문제가 터졌다. 벽면 등의 마감재로 사용한 우레탄폼이 연소하면서 건물 내부에 가연성 가스가 쌓였고, 순간적으로 발화한 거다. 그로 인해 건물에 진입했던 소방관 3명이 고립돼 목숨을 잃었다.
이 화재 사건 역시 제도적 결함이 불씨를 제공했다. 2021년 건축법을 개정해 준불연 인증을 받은 우레탄폼만 사용하도록 했지만, 이 개정안은 2021년 이후의 일만 통제할 수 있었다. 2022년 1월 터진 평택 물류센터 화재 사건은 '법적 사각지대'에서 터진 셈이다.
시공사의 안전불감증도 또 다른 원인이었다. 이 현장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제출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했다가 공단에 적발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시공사 측이 뒤늦게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확인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측은 이렇게 지적했다. "지상 4층에 배관 절단 작업 시 화재 위험이 있다. 불티 비산 방지포 및 소화기 등을 설치하라." 사고 발생 40여일 전 지적이었다. 현장에서 뒤늦게 해당 내용을 개선했지만 다른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었던 셈이다. 대형 사고는 늘 이렇게 터진다.
■ 사고⑤ 허수아비 감리 : 광주 아이파크 붕괴 = 평택 냉동 물류센터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6일 만인 2022년 1월 11일 광주광역시에선 신축 공사 중이던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파트 외벽이 속절없이 무너진 주요 원인은 '무단 구조 변경'에 있었다. 바닥 시공 방식을 임의로 변경하면서 PIT층 바닥 슬래브에 가해지는 하중이 2.2배(국토교통부 조사위) 증가했다. PIT층 하부 최소 3개층에 설치해야 하는 가설 지지대(동바리)를 조기에 철거한 것도 붕괴의 또다른 원인이 됐다.
여기에 콘크리트가 채 마르기도 전에 건물을 올리면서 총체적인 부실 공사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불법 재하도급을 통해 진행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이렇게 문제점이 숱했지만 감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사고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 현장 감리를 맡은 건축사무소 측은 사고 하루 전 제출한 보고서에서 '공정ㆍ시공ㆍ품질ㆍ안전관리 등이 모두 양호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감리자가 시공사나 시행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보완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감리 시스템 강화 논의는 그로부터 1년 후인 2023년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터질 때까지 지지부진했다. 정부가 3년여 만인 2025년 9월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있는지엔 의문부호가 찍힌다.
국토교통부는 그해 9월 '국가인증감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옥상옥屋上屋'에 그칠 거란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미 감리자격(건설기술인) 등급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국가인증'이라는 또 다른 인증 체계를 더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어서다. 결국 감리자의 자격뿐만 아니라 '공사 중단권' 등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 아이파크 붕괴의 원인은 무단 구조 변경이었다.[사진 | 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3/thescoop1/20260413131342085hffc.jpg)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은 행정처분 취소소송 판결이 날 때까지 영업을 이어갈 수 있는 '합법적 경로'를 확보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아파트 부실 공사'를 걱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사고⑥ 먹통 차단기 : 과천 방음터널 화재 = 2022년 12월 19일. 경기도 과천시를 가로지르는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가 불길에 휩싸였다. 교통사고 때문은 아니었다. 최초 화재는 폐기물 운반 트럭에서 발생했는데, 운전자가 트럭을 갓길에 세운 사이에 방음터널로 불이 옮겨붙으면서 피해 범위가 확산했다. 이 화재로 830m 길이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중 600m 구간이 소실되고 차량 45대가 전소됐다. 인명 피해도 작지 않았다. 5명이 사망하고 41명이 다쳤다.
비극을 키운 건 구멍 난 안전 시스템이었다. 해당 고속도로 운영사인 '제이경인연결고속도로'는 사고 발생 10분 만에 도로 양방향에 설치해 놓은 '터널 진입 차단시설'을 작동했다. 문제는 성남 방향의 차단시설은 정상 작동했지만, 안양 방향 차단기는 전기가 끊겨 '먹통'이 됐단 점이었다. 이 때문에 안양 방향 운전자들이 화재 사실을 모른 채 방음터널로 진입했다. 사망자 5명이 모두 안양 방향 운전자였던 이유다.
가연성 방음벽 자재도 화마火魔의 주범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쓰인 물질은 플라스틱 아크릴의 일종인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이다. 강화유리보다 가볍고 싸지만 인화점이 280도에 불과해 화재에 취약하단 단점을 갖고 있다. 이 소재가 열기로 인해 녹아내리면서 유독가스를 내뿜고 2차 화재를 일으키는 등 피해를 확산시켰다.
사고가 수습되고 해가 바뀌자, 하나둘씩 재발 방지책이 나왔다. 2023년 1월 국토교통부는 전국 지자체에 당시 진행 중인 방음터널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 PMMA를 사용했는지 파악하고 교체를 검토하기 위해서였다. 한달 뒤인 2월 경기도는 PMMA를 사용한 도내 방음터널 19곳 전체를 2024년까지 불이 붙지 않는 불연소재로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2025년 4월 '도로터널 관리지침'을 개정해 방음터널 내 비상전원설비 설치를 의무화했다. 비상사태로 전기가 끊겨도 진입 차단기와 같은 핵심 방재 시설이 '먹통'이 되지 않도록 이중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PMMA 교체 자재로 선정한 폴리카보네이트(PC) 역시 '정답은 아니다'고 보고 있다. PC는 인화점이 400도로 PMMA(280도)보다 높지만, 마찬가지로 열가소성 소재라여서 화재 시 2차 피해를 낳을 수 있다. 방음터널 자체 제연除煙 설비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다.
![[사진 | 더스쿠프 포토]](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3/thescoop1/20260413131343431covx.jpg)
자! 어떤가. 천편일률적이지 않은가. 시간과 장소만 바뀌었을 뿐, 제도의 구멍과 둔감해진 안전의식이 빚어낸 참사의 궤적은 과거의 사고들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었다. 참사를 낳는 패턴들을 뿌리 뽑지 않는 한, 사고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최근의 상황은 이 지독한 굴레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났을까. 5편에선 2023년 이후에 발생한 대형사고들의 패턴을 이야기해보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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