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문과생도 AI 만드는 시대…"현업이 주도해야 진짜 혁신"

백지현 2026. 4. 1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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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AX인사이트 3.0]
'1인 1AI' 전략으로 조직문화 개편
SKT, 클릭만으로 AI 에이전트 구축
"AI로 아낀시간, 고부가 업무 투입"
조승훈 SK텔레콤 AX체인지팀 팀장이 지난 8일 서울 을지로 SKT본사에서 비즈워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SKT

SK텔레콤 경영전략실 소속 50대 직원 A씨는 이틀간 구글의 영상생성모델 '비오(Veo)'와 씨름한 끝에 사내 캠페인 영상을 직접 제작했다. 평생 개발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온 그가 만든 생애 첫 '개발작'이다. 이 에피소드는 SKT 임직원이 참여하는 타운홀 미팅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누구나 인공지능(AI)을 도구로 삼아 일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기업마다 AI를 통한 업무혁신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SKT는 모든 구성원이 자신만의 AI를 직접 만드는 '1인 1 AI 에이전트' 전략을 내걸었다. 이를 전담해 추진하는 'AX체인지팀'도 신설했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 본사에서 조승훈 AX체인지팀장을 만나 SKT가 그리는 AI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그 역시 마케팅과 경영전략을 거친 문과 출신이다.

AI 에이전트, '예쁜 쓰레기' 돼서야…현업이 주도

조 팀장은 SKT AX 전략의 차별점으로 '현업 주도'를 제1원칙으로 꼽았다.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이 직접 AI를 설계해야 현장에서 제대로 쓰인다는 논리다.

그는 "개발자가 현업의 요구를 받아 시스템을 구축해도 실제 현장과는 괴리가 생겨 '예쁜 쓰레기'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본인 업무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현업 담당자가 주도해야 실질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SKT 구성원들은 전용 플랫폼 'AX매니지먼트시스템(AXMS)'을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지난달 중순 가동을 시작해 이미 228건의 아이디어가 등록됐으며, 이 중 19건은 실제 개발로 이어졌다. 비개발 직군도 마우스 클릭만으로 개발이 가능하도록 △에이닷비즈(범용) △폴라리스(마케팅 전용) △플레이그라운드(네트워크 분석용) 등 3가지 플랫폼을 제공한다. 

성과는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네트워크 관리조직은 품질 측정 업무도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장비 하나하나의 네트워크 품질을 점검했지만 티맵과 연동해 이동 경로에 따라 품질을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또 코어 네트워크 전 장비를 통합 관제하고, 알람 및 통계 데이터를 자동 분석하는 '스파이더' 시스템을 구축했다.

조 팀장은 "과거에는 알람을 지켜보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대응 방안을 판단해야 했기에 최소 5년차 이상의 숙련도가 필요했다"며 "지금은 신입 직원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자동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조승훈 SK텔레콤 AX체인지팀 팀장이 지난 8일 서울 을지로 SKT본사에서 비즈워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SKT

'상사 페르소나'로 보고서 검토받는 직원들

흥미로운 실험도 진행 중이다. 이른바 '상사 잔소리 피하기' AI다. 상사의 발언 패턴과 피드백 방식을 학습시킨 페르소나(가상의 인물) 모델에 보고서를 사전에 검토받는 방식이다. 조 팀장은 "직원 입장에서는 일종의 리스크 관리 수단"이라며 "C레벨 임원의 페르소나는 실험적으로 만들어봤다"고 귀띔했다.

그렇다고 모든 구성원이 변화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비개발직군도 해야 하느냐',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왜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조 팀장은 "AI의 도움을 받아 코드를 짜는 '바이브 코딩'을 경험해보는 것만으로도 AI에 대한 개인의 역량과 이해도가 높아진다"며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과정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교육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전 직원이 참여하는 하루짜리 필수 교육부터, 우수 사례 선정시 참여하는 5일간의 집중 캠프, 1개월간의 전문가 과정까지 촘촘히 설계했다. 집중 캠프에는 연내 800명을 참여시킬 계획이다. 직원 5~6명 중 1명은 AI와 관련해 준(準) 전문가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문가 과정은 직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내부 개발자들에게 'SOS'를 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AXMS 커뮤니티에 질문을 올리면 내부 개발자나 외부 인력이 직접 답변하거나 자리로 찾아가 현업 직원들의 기술적 고민을 해결해준다.

"AX로 번 시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 투입"

내부에서 검증된 AI 시스템은 수익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보이스피싱 판별 솔루션 '페임'을 개발해 신한카드에 공급하고, 발달장애인의 위험행동 감지·분석 솔루션 '케어비아'를 지방자치단체에 공급해 지난해 약 1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조 팀장의 시선은 이제 '시간의 재배분'으로 향한다. SKT 구성원이 개발한 보안 코딩 검증 자동화로 연간 3000시간의 업무 시간을 줄인 것처럼, AI로 절감한 시간을 어디에 쓸지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고객을 직접 만나 인사이트를 얻고 상품과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일처럼 시장의 맥락을 이해하는 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최종 목표는 AI로 절감한 시간을 고부가가치 업무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개발이 완료된 AI 에이전트는 2000개다. SKT는 연내 5000개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조 팀장은 "모든 AI 에이전트가 전부 활용된다고 보긴 어렵지만 직접 만들어보는 과정 자체가 조직 역량과 문화를 바꾸는데 의미가 있다"며 "AX는 모두에게 위기이면서 기회다. 문과생, 개발을 잠깐 쉬었던 개발자 등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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