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로 로봇 만든다”…누르는 속도 따라 달라지는 힘의 비밀

이휘빈 기자 2026. 4. 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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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은 빠르게 압력을 가하면 약해지지만, 천천히 압력을 가하면 강도를 유지한다.

연구팀 관계자는 "쌀은 세계적인 주식(主食)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첨단 공학 소재로는 좀처럼 주목받지 못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쌀이 새로운 기능성 소재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쌀이 자연소재라는 점과 중간 속도에서 불확실성 등이 한계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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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는 속도 따라 버티는 힘 달라지는 쌀알
연구진, ‘속도 연화’ 속성 활용 메타물질 개발
충격 속도로 강도 조절…소프트 로봇 등 기대
영국 버밍엄대학교 연구팀이 쌀의 독특한 성질을 활용해 신소재를 개발했다.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제미나이

쌀은 빠르게 압력을 가하면 약해지지만, 천천히 압력을 가하면 강도를 유지한다. 영국 버밍엄대학교 연구팀이 이 독특한 성질을 활용해 신소재를 개발했다. 충격 속도에 따라 강도가 바뀌도록 만든 ‘소프트 로봇(유연한 소재 로봇)’이나 적응형 보호 장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 효과를 이용해 새로운 ‘메타물질(metamaterial)’을 설계했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특성을 구현하도록 인공적으로 설계된 복합 구조체다. 연구 결과는 3월 국제 학술지 ‘매터(Matter)’에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쌀알을 가득 채운 상태에서 누르는 속도를 달리하면 버티는 힘이 크게 달라진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강도가 낮아지는 이 현상을 ‘속도 연화(rate softening)’라 한다. 대부분의 물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빠르게 누를수록 쌀알끼리의 마찰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버티는 힘도 함께 약해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모래·유리구슬·커피가루 등 8가지 입자 소재를 비교 실험했다. 그 결과, 쌀알은 최저 속도와 최고 속도에서의 강도 변화 비율이 3.27로 나타났다. 수수(1.58)나 커피가루(1.44)보다 두 배 이상 강한 반응으로, 테스트한 소재 중 가장 두드러진 수치다.

연구팀은 쌀을 다른 소재와 결합해 새로운 입자 소재를 만들었다. 쌀(빠를수록 약해짐)과 실리카 모래(빠를수록 강해짐)를 각각 채운 두 기둥을 나란히 붙인 구조다. 천천히 누르면 쌀 쪽 강도가 더 높아 그 방향으로 휘어지고, 빠르게 누르면 쌀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모래 쪽으로 방향이 바뀐다. 전자 장치나 센서 없이 충격 속도만으로 변형 방향이 결정되는 셈이다.

이 소재는 소프트 로봇과 보호 장비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금속 로봇보다 가볍고 적응력이 높아 인간과의 협업이나 수술 보조 같은 정밀 작업에 적합하다. 충격 속도에 따라 즉각 변형되는 특성을 살려 착용형 보호 장비 제작에도 쓸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쌀과 같은 일상적인 입자 물질이 고유한 역학적 성질만으로도 지능적으로 반응하는 공학 시스템으로 탈바꿈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연구팀 관계자는 “쌀은 세계적인 주식(主食)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첨단 공학 소재로는 좀처럼 주목받지 못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쌀이 새로운 기능성 소재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쌀이 자연소재라는 점과 중간 속도에서 불확실성 등이 한계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어 쌀 대신 고무 입자나 특수 코팅 소재를 활용해 성능을 높이고 대량 생산에 적합한 형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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