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남는 문장 산책] 봄을 알아보는 시간, 자세히 보고 오래 바라본다는 것
![[마음에 남는 문장 산책] 봄을 알아보는 시간, 자세히 보고 오래 바라본다는 것. 사진=생성형AI이미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3/552805-UDxyZm4/20260413122102831qrov.png)
[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현주 기자]
나태주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 실린 「풀꽃」은 참 조용한 시입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짧은 문장이지만, 읽고 나면 한동안 마음에 머뭅니다. 오늘은 그 문장을 떠올리며, 조금 천천히 걸어보게 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문득 고개를 들어 주변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느새 꽃은 더 많이 피어 있었고, 먼저 피었던 꽃이 진 자리에는 푸릇한 나뭇잎이 자리를 채우며 싱그러운 빛을 더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길을 걷고 있었지만, 풍경은 전보다 훨씬 깊어진 얼굴로 다가왔습니다.
늘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있는 것 같지만, 제가 미처 알아보지 못한 사이에 새로움과 변화가 쌓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많은 것을 너무 빠르게 지나쳐 봅니다. 사람을 만날 때도, 아이를 바라볼 때도, 보이는 모습만으로 금세 판단해버리곤 합니다. '잘한다', '조용하다', '산만하다' 같은 말들은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붙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충분히 보지 못한 시간과, 오래 머물지 못한 시선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시 속의 "자세히 본다"는 말은 단순히 오래 본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을 조금 더 가까이 두는 일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한 번 더 들여다보고,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그 사람의 시간을 상상해보는 일입니다. 그렇게 바라보다 보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따뜻한 모습이 천천히 드러납니다. 오늘 마주한 꽃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오래 본다"는 것은 기다림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모습만으로 단정하지 않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시간을 함께 믿어주는 일입니다. 꽃이 피기까지 계절을 견디듯, 사람도 각자의 속도로 피어납니다. 그 시간을 함께 지나고 나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아, 이 사람은 참 사랑스러운 사람이구나.
"너도 그렇다"는 마지막 문장은 그래서 더 오래 남습니다. 누군가를 향한 말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아직 충분히 바라보지 못한 나 자신에게 건네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서는 이 시와 닮아 있습니다. 한 문장을 여러 번 읽고, 한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쉽게 이해되지 않는 마음에 조금 더 머물러 보는 일. 그 시간을 통해 우리는 책을 읽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천천히 바라보셔도 좋겠습니다.
조금 더 오래 머물러 보셔도 좋겠습니다.
그 시선 하나로, 스쳐 지나갈 뻔한 오늘의 봄이 우리 안에 오래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