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가, 종전 이후 투자 전략 다시 짜야 하는 이유…"다음 기회는 한국·아시아"

류종은 기자 2026. 4. 1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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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종료 선언에도 불구하고 고유가 고착화와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경제 시스템에 구조적 충격을 가하면서, 안도 랠리보다는 추가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시장의 냉정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출처=제미나이 생성

미국과 이란의 종전 선언은 안도 랠리의 출발점이 아닐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고유가, 높은 밸류에이션이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지금은 '저가 매수'보다 추가 조정 가능성을 먼저 점검해야 할 구간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로젠버그 리서치 CEO는 이번 전쟁을 단순한 지정학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적 충격으로 규정했다. 과거 1차 걸프전처럼 영토 분쟁 중심의 전쟁과 달리, 이번 충돌은 이념과 체제 리스크가 결합된 복합 변수라는 점에서다. 이런 유형의 전쟁은 종료 이후에도 경제 시스템에 잔존 충격을 남긴다.

로젠버그 CEO는 "전쟁이 끝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가정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특히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축인 호르무즈 해협이 변수"라고 지목했다. 실제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경로로, 부분 통제만으로도 가격과 물류에 구조적 영향을 준다.

유가 역시 과거처럼 빠르게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전쟁 이전 서부텍사스유(WTI) 기준 배럴당 60~65달러 수준에서 형성되던 가격은 공급 차질로 120달러, 최대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이후에도 90달러 수준에서 고착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기존 대비 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런 고유가 환경은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디젤, 운송비, 식료품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상승하며 실질 소비를 압박한다. 전쟁 종료 여부와 무관하게 경기 둔화 압력이 지속될 수 있는 구조다.
미국 증시가 닷컴버블 수준의 과열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CAPE) 지표를 통해 시장의 밸류에이션 부담과 금리 하락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출처=제미나이 생성

로젠버그 CEO는 현재 미국 증시를 여전히 고평가 구간으로 판단했다. 그 근거로 제시한 지표가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CAPE)이다. CAPE는 10년 평균 이익을 기준으로 주가를 평가하는 장기 밸류에이션 지표로, 단기 실적 왜곡을 줄여 시장의 구조적 고평가 여부를 판단할 때 사용된다.

이 지표의 장기 평균은 약 25 수준이다. 닷컴버블(2000년) 당시에는 40을 상회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도 30 내외에서 형성됐다. 현재 39 수준은 역사적으로도 상단에 가까운 구간으로, 과거 과열 국면과 유사한 위치다.

로젠버그 CEO는 "지금은 아직 매력적인 매수 기회라고 보기 어렵다"며 "주가가 일부 조정을 받았더라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특히 기업 이익 추정치가 아직 하향 조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로 지목된다.

또 주식시장 반등의 전제 조건으로 금리 하락을 꼽았다. 로젠버그 CEO는 "주식시장에 다시 들어가려면 채권 수익률이 내려가는 것을 봐야 한다"며 "금리와 상대가치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처럼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는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져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시장 심리가 냉각된 이후의 기회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대한민국 증시가 차기 사이클의 핵심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 출처=제미나이 생

로젠버그 CEO는 투자 타이밍 판단 기준으로 시장 심리를 강조했다. 변동성지수(VIX)가 40~50 수준까지 상승하고, 투자 심리가 '탐욕'에서 '공포'로 전환되는 구간이 진짜 매수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현재는 여전히 낙관 심리가 남아 있어 본격적인 진입 구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그는 "탐욕이 공포로 바뀌는 순간이 진짜 매수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마켓베인 지표 기준 강세 전망 비율이 60%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이 수치가 20~40 수준까지 내려와야 시장이 항복형 매도를 거쳤다고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모든 시장을 동일하게 본 것은 아니다. 로젠버그 CEO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 대해 구조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증시는 밸류에이션이 낮고 이익 성장 기대가 높은 시장으로 평가되며, 기술·헬스케어·필수소비재 중심의 산업 구조도 장기 투자 관점에서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전쟁 리스크가 정리되고 시장 심리가 충분히 냉각된 이후에는 아시아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즉 지금 당장 진입하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다음 사이클에서 자금을 배분할 핵심 지역으로는 미국보다 아시아를 더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현재는 관망 구간이지만, 이후 투자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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