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자동화파괴(MAD)'로 가는 AI 군비경쟁…인간은 표적 클릭만

임화섭 2026. 4. 1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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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클릭, 우클릭, 좌클릭"…팔란티어 등 '프로젝트 메이븐' 시연
미국·중국·러시아 등 무인무기체계 개발 열중
팔란티어 (로이터=연합뉴스) 2025년 8월 3일 제작된 팔란티어 로고 포함 그래픽. (REUTERS/Dado Ruvic/Illustration/File Photo) 2026.4.13.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중국·러시아 등이 최근 수년간 인공지능(AI) 기반 자동 무기·군사 시스템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냉전 시대 초기 강대국들의 핵무기 경쟁과 유사한 양상이다.

한 쪽이 상대편을 핵무기로 공격하면 반격과 재반격이 이어지면서 모두 멸망할 것이라는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우려가 냉전 시대에 오히려 각국 군비증강의 근거로 사용됐듯이, '상호자동화파괴'(Mutually Automated Destruction)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다.

이 두 말의 머릿글자를 딴 약어는 'MAD'로 똑같으며, 한 단어로 읽으면 '미쳤다'는 뜻도 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상호자동화파괴: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 AI 군비경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런 상황을 짚었다.

NYT는 2017년 시작된 미국 국방부의 '프로젝트 메이븐'에서 중심 기업 역할을 하고 있는 팔란티어가 지난달 초순 스트리밍으로 중계한 시연 영상에 나오는 장면을 소개했다.

위성 영상으로 창고의 모습이 보였다.

한 장교가 창고 밖에 세워진 흰색 트럭 몇 대를 마우스로 클릭해 실시간으로 선택했다.

몇 초만에 AI 소프트웨어가 어떤 무기를 사용하면 될지 제안하면서 연료와 탄약 소모량을 계산해줬고, 비용을 저울질한 후에 공격 계획을 생성해줬다.

메이븐은 다양한 소스들로부터 나오는 정보를 분석해서 목표물 목록을 생성하고 우선순위를 표시해주고 어떤 무기를 쓸지까지 추천해주며, 이를 통해 목표물 파악과 파괴 사이의 시간 간격을 사실상 없애준다

메이븐은 2월 28일 시작된 이란 상대 전쟁 초기 몇 주간 수천 개의 목표물을 생성하는 작업을 도왔다.

미국 국방부의 디지털·AI 담당 최고책임자(CDAO) 캐머런 스탠리는 팔란티어 행사에서 메이븐이 하는 일이 "혁명적"이라며 인간 개입은 "좌클릭, 우클릭, 좌클릭"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런 시스템을 미국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조지타운대 안보및신기술 센터(CSET)의 에멜리아 프로바스코 선임연구원은 메이븐의 능력에 대한 주장들이 과장됐을 수 있으며 미국이 이 분야에서 지닌 강점 중 많은 부분은 유입되는 데이터의 규모와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기술 덕택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군사기술이 "로켓 과학은 아니다"라며 "중국도 이미 이와 유사한 것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 인민해방군(PLA) 조달 문건들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 미국과 유사한 시스템들을 만들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하면서, 일부 분야에서는 중국이 명백하게 미국보다도 앞서 있고 자동화 무기 제조를 위한 제조업 역량도 뛰어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또 '민군 융합' 전략을 통해 민간 상업 기술과 군의 조달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공동 연구와 개발을 진행중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부터 계속 전쟁을 벌이면서 쌓은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드론 무기 기술과 자동화 무기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 중 우크라이나는 미국 팔란티어 등에 AI가 전쟁을 수행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될만한 실제 전투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인도, 이스라엘, 이란 등도 군사 AI에 투자하고 있으며 프랑스, 독일, 영국, 폴란드 등도 드론에 맞설 드론, 알고리즘에 맞설 알고리즘이 필요하므로 최신 기술을 적용한 무기들을 미리 마련해두려고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AI 무기 추진 열기는 대단하다.

미국 국방부는 최신 예산요구안에서 자율형 무기와 시스템에 130억 달러(19조 원)를 요구했다.

AI 기업 앤트로픽이 자사 기술을 자동화 무기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하자 미국 국방부는 이 회사에 '국가 안보 및 공급망 위험'이라는 낙인을 공식적으로 찍었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더힐앤드밸리 포럼' 행사에서 제이컵 헬버그 국무부 경제성장, 에너지, 환경 담당 차관은 "우리는 AI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위산업체 안두릴의 창립자 파머 러키는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러시아, 중국, 미국 모두 AI 무기를 억제수단으로 그리고 '상호확증파괴'를 위해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냉전 시기와 마찬가지 논리로 AI 군비경쟁이 대규모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초강대국간의 충돌이 비슷한 방식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MAD가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의 전제조건은 인간의 합리성이라는 점에서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무기들의 반응 속도가 인간이 판단을 내리는 것보다 훨씬 빠른데다가 자동으로 반응하므로, 오히려 오류에 따른 전쟁 촉발을 더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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