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축출’ 논란…기로에 선 사모펀드 ‘포괄적 주식교환’ 전략

박지영 2026. 4. 1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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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로 도입된 포괄적 주식교환
현금 교부형 도입에 사모펀드 전략으로
금감원·법무부 심사 고도화
핵심은 가격 적정성과 절차 공정성
베인캐피탈은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 운영사인 에코마케팅에 대한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안다르 호주 시드니 단독매장 모습. [안다르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도입되면서 기업 지배구조 재편과 사모펀드(PEF) 투자 전략에서 활용돼 온 ‘포괄적 주식교환’이 도마 위에 올랐다. 소액주주를 사실상 ‘축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며 주주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커지자 금융당국도 절차적 통제를 강화하고 나선 모습이다.

IMF사태 구조조정 위해 도입…사모펀드도 애용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지난 6일 ‘주식교환·이전결정’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3월 이마트와 신세계푸드가 포괄적 주식 교환을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정정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모회사가 자회사 주주들의 주식을 모회사 주식이나 현금으로 교환해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 촉진, 지주회사 체제 도입을 쉽게 하기 위해 도입됐다. 합병이나 현물출자 등 기존 방식보다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성이 반영된 제도다.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은 기업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자주 사용됐다. 2012년 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 2016년 KB금융지주-현대증권, 2020년 한화갤러리아-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2025년 코오롱-코오롱모빌리티그룹 등이 대표적 사례다.

2015년 상법 개정으로 모회사 주식 대신 ‘현금’을 교부할 수 있게 되면서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됐다. 특히 사모펀드들이 인수 이후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개매수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결합하는 전략이 자리 잡았다.

사모펀드는 통상 기업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별도로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를 통해 인수 기업의 지분을 취득한다. SPC 주식을 인수 대상 기업의 주주들에게 교부할 경우 해당 주주들이 SPC의 주주로 남게 된다. 하지만 현금을 지급하면 소액주주 없이 사모펀드-SPC-인수기업으로 이어지는 주주 관계로 단순화 된다. 기업 경영권 인수 이후 배당·자산 매각·인수·합병 등 의사결정을 보다 쉽게 수행할 수 있고 상장폐지 할 경우 공시 의무에서도 벗어난다.

소액주주 반발 거세…금감원 ‘현미경’ 감시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소액주주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포괄적 주식교환이 사실상 소액주주를 ‘축출’하는 제도로 악용돼 왔다는 비판이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구조 재편 수단으로 도입됐지만 실질적으로는 특정 주주의 지분을 일괄 정리하는 기능을 한다. 특히 현금교부형 주식교환의 경우 모회사 주식도 받지 못해 주주로서의 지위가 완전히 사라진다. 상장폐지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주식교환 자체만으로 기업에 참여할 권리가 소멸한다.

하지만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명문화 되면서 이러한 거래에 대한 규제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2월 이사회가 회사 뿐 아니라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계열회사 간 합병이나 상장폐지를 위한 거래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간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개매수, 포괄적 주식교환, 장내매수, 주식병합, 대주주 매도청구권 행사 등 상장폐지를 전제한 다양한 거래를 가이드라인의 적용 대상으로 규정했다.

특히 상장폐지를 위한 거래의 경우 일반주주가 주식을 팔지 않을 수 없는 ‘매도압력’이 상당하다고 봤다. 상장폐지를 한 이후에는 주식을 팔기가 힘들어지고, 공개매수 이후 현금교부형 주식교환이 예정돼 있는 경우 회사가 주식교환 가격을 공개매수 가격보다 낮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금교부형 주식교환은 주주로서 입는 피해가 더욱 클 수 있어 특별위원회 구성, 외부전문가 검토 등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이마트-신세계푸드의 포괄적 주식교환에 제동을 건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정 상법과 법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포괄적 주식교환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주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가격·절차 공정성 쟁점…입법 논의도

시장에서는 유사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베인캐피탈은 오는 6월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 운영사 에코마케팅에 대한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할 예정이다. 베인캐피탈은 3차례 공개매수를 시도했으나 92.4% 지분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교환 가격은 공개매수와 동일한 1만 6000원이다.

EQT파트너스 역시 코스피 상장사 더존비즈온에 대한 2차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공개매수 완료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 지배주주의 매도청구권 행사 등을 통해 상장폐지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결국 ▷주식교환 가격의 적정성 ▷가격 산정 과정의 공정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가격을 두고 벌어지는 소액주주와 지배주주의 줄다리기다. 지배주주의 자의적인 가격 설정을 막기 위해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했는데 이제는 시장가격도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교환가격을 시장가치로 하든, 순자산가치로 하든 외부 전문가들이 공정하게 가치평가를 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입법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장사 합병 시 주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시장가치 외에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고 ‘순자산가치’를 하한선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주식의 포괄적 교환은 합병과 경제적 실질이 유사하다고 보고 있어, 합병 관련 유산한 내용의 법이 통과될 경우 포괄적 주식교환에도 준용될 가능성이 높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와 포괄적 주식교환이 있을 때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법원도 현행 법제에서는 회사가 지급한 가격에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며 “두산밥캣이 이슈가 되었음에도 제도 개선이 뒤따르지 못했고 올해 또 다시 신세계푸드의 상장폐지를 위한 포괄적주식교환이 문제가 되고 있다. 유사한 사례가 또 다시 발생하여 소액주주들이 피해입지 않도록 입법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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