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태준의 美·이란戰중계 <16> 트럼프 도박의 3대 시나리오: “해협 통제와 패권 질서 재편의 마지막 승부수”

정충신 선임기자 2026. 4. 1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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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 명예교수
프롤로그: 협상 이후의 전쟁 …보이지 않는 질서 재편
이란의 해협통제 vs 트럼프의 맞봉쇄가 충돌하는 장면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2026년 4월 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된 미국과 이란 간 21시간 협상은 결국 합의 없이 종료됐다. 표면적으로는 ‘노딜’에 불과하지만, 그 실질은 전혀 다르다. 이 협상 결렬은 단순한 외교 실패가 아니라, 군사·경제·국제질서가 결합된 새로운 국면의 시작을 의미한다.

현재 중동에서 전개되는 상황은 국지적 충돌의 범주를 넘어선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흐름을 통제하고, 해상 교통로를 재정의하며, 나아가 기존 국제질서의 작동 방식 자체를 재편하려는 구조적 전환 과정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상 봉쇄’라는 수단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군사력이 단순한 억제 수단을 넘어 질서를 직접 집행하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두 가지 상이한 전략 개념의 충돌이다. 하나는 필자가 기존 ‘현존 함대(Fleet in Being)’ 개념을 이론적으로 확장해 새롭게 정립한 ‘능동적 현존함대(Active Fleet in Being·AFIB)’이며, 다른 하나는 필자가 본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제시하는 ‘현존위협(Threat in Being·TIB)’이다. 전자는 해군 전력이 단순한 존재를 넘어 해상 교통과 에너지 흐름을 능동적으로 통제하는 전략이고, 후자는 실제 행동 없이도 위협의 존재만으로 상대의 선택을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전략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란의 TIB가 단순히 해협 봉쇄 능력에만 기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은 아직 완성된 핵무기가 아닐지라도, 그 자체로 이미 전략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잠재적 억제력’으로 작용한다. 핵무기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언제든 핵무장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상대방을 공격과 방치 사이의 딜레마에 빠뜨린다.

바로 이 지점에서 TIB가 가장 강력하게 작동한다. 핵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그 이전 단계(고농축 우라늄)에서부터 이미 정책 결정을 마비시키는 구조적 위협이 되는 것이다.

결국 지금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는 긴장은 단순한 군사적 대치가 아니다. 한쪽은 실제 해상 통제를 통해 질서를 재구성하려 하고, 다른 한쪽은 해협 봉쇄 가능성과 핵 잠재력이라는 이중의 위협을 통해 그 질서를 흔들고 있다. 이는 곧 통제와 위협, 질서와 불확실성 간의 구조적 충돌이다.

이제 전쟁은 더 이상 영토를 점령하는 방식으로 승패가 갈리지 않는다. 누가 흐름을 통제하는가, 그리고 누가 그 흐름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다시 말해, 현대의 전쟁은 AFIB가 구축하는 질서와, 핵과 해협을 결합한 TIB가 만들어내는 위협 사이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전장에 국한되지 않고, 에너지 시장과 금융 시스템, 나아가 국제정치 질서 전체를 직접적으로 재편하게 될 것이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국방대 명예교수
I. Threat in Being: 핵과 고농축 우라늄… ‘존재하는 위협’의 완성

현대 안보 환경에서 위협은 더 이상 ‘사용되는 무기’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강력한 위협은 아직 사용되지 않았고, 심지어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형성된다.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Threat in Being·TIB’이다.

AFIB는 더 이상 이론적 개념에 머물지 않는다. 트럼프가 선언한 ‘선별적 역봉쇄(reverse blockade)’는 이 개념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이 조치는 이란 항구를 출발지 또는 목적지로 하는 선박만을 선별적으로 통제함으로써, 해협 전체를 봉쇄하지 않고도 해상 교통의 흐름을 직접 관리하려는 전략이다.

이는 전통적인 봉쇄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면 차단을 통해 적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흐름만을 선택적으로 통제함으로써 해상 질서를 능동적으로 설계하고 집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해군 전력은 단순히 존재함으로써 억제력을 형성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흐름을 관리하고 규정하는 ‘질서 집행자’로 기능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AFIB의 본질이 드러난다. 그것은 힘의 과시가 아니라 통제의 실행이며, 존재의 유지가 아니라 흐름의 관리이다. 그리고 이러한 통제는 물리적 충돌 없이도 전략적 효과를 발생시키며, 해상 교통과 에너지 흐름, 나아가 국제질서의 작동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는 힘으로 작동한다.

이란의 핵 잠재력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TIB는 단순한 군사적 억제 개념을 넘어선다. 그것은 특정 능력의 실제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그 존재 자체가 상대의 전략적 선택을 제한하고 정책 결정을 마비시키는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핵과 고농축 우라늄 문제는 이 개념이 가장 극적으로 구현되는 영역이다.

핵무기 이전 단계에서 작동하는 위협

기존의 억제 이론은 핵무기 보유 이후를 전제로 한다. 핵을 보유하면 보복 능력이 형성되고, 그 결과 상호 억제가 작동한다는 구조다. 그러나 현재 이란 사례는 이 전통적 틀을 넘어선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분석에 따르면, 이란은 이미 고농축 우라늄을 상당량 축적한 상태에 도달해 있다. 미국은 60% 농축우라늄 450kg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진전이 아니라, 핵무기 보유 직전 단계에 해당하는 전략적 상태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핵무기 보유 여부’가 아니다. 핵심은 언제든 핵무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잠재적 능력(latent capability)이다. 이 능력은 실제 핵무기와 유사한 수준의 전략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즉, 핵무기가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위협은 완성된 상태에 가까워진다.

전략적 딜레마의 구조: 공격할 수 없는 대상

이러한 상태는 상대방에게 근본적인 딜레마를 형성한다.

첫째, 선제 타격을 선택할 경우 단기적으로 핵 개발을 저지할 수 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동시에 핵 개발을 가속화시키고, 지역적 확전을 초래할 위험이 커진다. 둘째, 타격을 보류할 경우 단기적 안정은 확보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핵 보유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증가한다.

이처럼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전략적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에서, 정책 결정은 지연되거나 회피되는 경향을 보인다. 바로 이 지점에서 TIB는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TIB의 핵심은 상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불확실성’의 무기화: 핵 이전 단계의 억제

핵 기반 TIB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불확실성’이다. 상대방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이란은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핵무장을 완성할 수 있는가. 이미 은닉된 핵 능력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군사행동이 핵 사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등이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명확한 답이 존재하지 않는 한, 모든 군사적 선택은 높은 위험을 동반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핵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장치로 작동한다. 그리고 이 불확실성 자체가 전략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 바로 TIB의 본질이다.

해협과 핵의 결합: 복합 TIB 구조

이란의 전략은 단일 차원이 아니라 복합 구조로 이뤄져 있다.

첫째, 해상 차원에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능력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흐름을 교란할 수 있다. 이는 물리적 행동이 없어도 시장과 국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둘째, 핵 차원에서 고농축 우라늄 보유는 군사적 충돌의 비용을 급격히 상승시키며, 외부 개입을 제약하는 역할을 한다.

이 두 요소가 결합되면서, 이란은 경제적 압박과 군사적 억제를 동시에 구현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해협은 세계를 압박하고, 핵은 그 압박에 대한 대응을 제한한다.

기존 억제이론을 넘어서는 새로운 위협 개념

이러한 구조는 기존 억제 이론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전통적 억제는 핵무기 보유 이후의 보복 능력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TIB는 핵무기 보유 이전 단계부터 이미 전략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즉, 핵은 ‘사용되는 무기’가 아니라, 존재하는 상태 자체로 작동하는 위협이 된다. 이 개념은 현대 안보 환경에서 핵과 비대칭 전략이 결합되는 방식을 설명하는 데 핵심적인 분석 틀을 제공한다.

핵은 무기가 아니라 ‘상태’다

결국 이란의 전략에서 핵과 고농축 우라늄은 단순한 군사 자산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의 행동을 제약하고, 국제사회의 대응을 지연시키며, 경제와 정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요소다.

이 점에서 핵은 더 이상 단순한 무기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전략적 상태(state)이며, 그 상태가 유지되는 한, 위협은 계속 존재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Threat in Being(TIB)’의 논리가 가장 강력하게 구현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가지 리더십 시나리오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I. 전략적 분기점: 세 가지 리더십 시나리오

핵 기반 TIB가 작동하는 현재 상황에서, 트럼프의 선택은 단순한 군사 옵션이 아니라 리더십의 유형에 따라 구분되는 세 가지 전략 경로로 수렴된다. 이 경로들은 각각 상이한 시간 구조와 위험 분배 방식을 갖는다.

1. 역사의 설계자(The Great Architect): 전략적 타격 시나리오

협상이 결렬된 이후 “장전완료(LOCKED AND LOADED)”라는 공언대로, 제한적이지만 결정적인 타격, 이른바 트럼프가 ‘급소 한방’을 선택하는 경우다. 이 시나리오는 핵 기반 TIB가 완성 단계에 도달하기 이전에 물리적 개입을 통해 시간 구조 자체를 재설정하려는 시도다.

단기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와 함께 유가 급등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핵·미사일 인프라의 약화와 함께 이란의 전략적 미래가 일정 방향으로 수렴된다는 확신이 형성될 경우, 시장은 빠르게 안정 기대를 반영하게 된다.

즉, 이 시나리오는 단기 충격을 감수하고 중장기 확실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다만, 핵심 리스크는 명확하다. 핵 프로그램의 완전 제거가 실패할 경우, 오히려 핵 개발을 가속화시키며 TIB를 강화시키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 현실적 타협자(The Pragmatist): 제한적 타협 시나리오

트럼프가 남은 휴전 기간 물밑 협상을 지속하며 적절한 수준에서 긴장을 완화하는 경로다. 핵 문제와 해협 통제권이라는 구조적 쟁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채 부분적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시장과 금융시장의 안정이 확보될 수 있다. 그러나 핵 기반 TIB가 제거되지 않은 채 유지되며, 오히려 장기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이 시나리오는 충돌을 관리하지만 위협을 제거하지 못하는 전략이며, 불확실성을 장기화시키는 구조를 낳는다.

3. 정치적 후퇴 (Strategic Retrenchment): 후퇴 시나리오

트럼프가 군사적·외교적 압박을 유지하지 못하고 사실상 현상 유지를 수용하는 선택이다. 단기적으로는 충돌을 회피하고 정치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으나,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늘 한발 뒤로 빠진다. 꽁무니를 뺀다는 조롱)라는 바판을 감수해야 하는 트럼프가 지불하게 될 전략적 비용은 가장 크다.

이 경우 핵 능력을 기반으로 한 TIB가 실질적 억지 구조로 작동하기 시작하며, 이는 중동을 넘어 글로벌 안보 및 해상 질서의 권력 분포에 구조적 재편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영향력 확대를 촉진하고, 해상 질서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며, 미국 중심 해양 패권 구조의 균열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 시나리오는 단기적 위험을 회피하는 대신, 중장기적으로 더 큰 전략적 리스크를 증폭시키는 선택이다.

호르무즈의 경제학: 기대의 전쟁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II. 호르무즈의 경제학: 핵 TIB와 시장: ‘기대’가 가격을 결정한다

현대의 에너지 시장에서 가격은 더 이상 단순한 수급의 결과로 형성되지 않는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전략적 병목지점에서는 실제 공급 변화보다, 공급이 차단될 가능성에 대한 인식, 즉 ‘기대(expectation)’가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동한다. 이 점에서 현재 중동의 긴장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을 넘어 시장의 작동 원리 자체를 재편하는 사건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핵 기반 ‘Threat in Being(TIB)’이 자리하고 있다. 핵과 고농축 우라늄이 만들어내는 전략적 불확실성은 해협 봉쇄 가능성과 결합되면서 군사적 긴장을 경제적 변수로 전환시킨다. 위협은 더 이상 전장에 머물지 않고, 비용을 수반하는 가격이라는 형태로 시장에 반영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초크 포인트(choke point)다. 그러나 유가를 움직이는 것은 실제 공급 차질이 아니라, 봉쇄 가능성, 그 지속 기간, 그리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인식이다. 이 세 요소가 결합되면서 형성되는 ‘위험 프리미엄(risk premium)’이 가격을 선행적으로 움직인다.

핵 기반 TIB가 이 위험 프리미엄을 구조적으로 확대시킨다. 이란이 실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고농축 우라늄 보유는 군사적 충돌의 비용을 크게 높이며 외부 개입을 제약한다. 그 결과 해협 통제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지고, 이는 보험료 상승과 운송 비용 증가를 거쳐 유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핵은 단순한 군사 자산을 넘어 가격 형성의 핵심 변수로 기능한다.

이러한 변화는 해상 보험과 해운 시장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다. 위험 인식이 상승하면 선박 보험료와 운임이 증가하고, 이는 에너지 가격과 소비자 물가로 확산된다. 이 과정에서 전쟁은 특정 지역의 충돌을 넘어 글로벌 경제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현상으로 확장된다.

앞에서 제시한 전략 시나리오에 따라 시장 반응도 달라진다. 제한적 타격이 이뤄질 경우 단기적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핵 위협이 약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면 중장기적으로 안정이 가능하다. 반면 제한적 타협은 단기 안정과 함께 불확실성을 유지시키며, 전략적 후퇴는 초기 안정 이후 구조적 위험을 누적시키는 경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시장은 현재 상황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에 반응한다. 그리고 이 기대는 군사적 행동 자체보다,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에 대한 인식에 의해 결정된다. 이 점에서 호르무즈를 둘러싼 긴장은 글로벌 시장의 기대 구조를 재편하는 사건으로 이해돼야 한다.

현재 시장은 AFIB가 만들어내는 통제의 힘과, 핵 기반 TIB가 만들어내는 위협의 힘 사이에서 움직인다. 전자는 흐름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후자는 불확실성과 위험 프리미엄을 확대한다. 이 두 힘의 균형이 유가와 금융시장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결론적으로 현대의 전쟁은 더 이상 전장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시장 속에서 동시에 전개되며, 가격과 기대라는 형태로 그 결과를 드러낸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는 긴장은 위협을 가격으로 전환하려는 힘과, 그 가격을 통제하려는 힘 간의 충돌이며, 그 결과는 가장 먼저 유가와 금융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전쟁과 시장, 질서의 충돌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에필로그: 흐름을 지배하는 자가 질서를 만든다

이슬라마바드에서의 협상이 결렬되자,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트럼프와 이란의 긴장은 더 이상 외교적 실패의 단순한 여파에 머물지 않는다.

트럼프는 이란 관련 선박만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역봉쇄’를 시행하며, 전면 차단이 아닌 제한적 해상 통제를 통해 압박에 나섰다 그것은 곧바로 군사적 대결인 해협 통제와 유가 시장 불안으로 전이되며, 국제질서의 방향을 실시간으로 재편하고 있다.

호르무즈에서 벌어지는 충돌의 본질은 영토가 아니라 흐름에 있다. 오늘날 전쟁은 땅을 점령하는 방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해상교통로와 에너지, 금융의 흐름을 누가 통제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이 과정에서 AFIB는 질서를 구축하려는 힘으로 작동하고, 핵과 고농축 우라늄을 기반으로 한 TIB는 그 질서를 흔드는 위협으로 작동한다.

현재의 갈등은 군사적 대결이 아니라, 질서를 만들려는 힘과 그것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 간의 경쟁이다. 그리고 이 경쟁은 전장이 아니라 시장과 정책, 그리고 국가의 선택 속에서 동시에 전개된다. AFIB가 질서를 구축하는 힘이라면, TIB는 그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며, 오늘의 전쟁은 바로 이 두 힘의 충돌로 규정된다.

이 구조 속에서 완전한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타격은 충격을, 타협은 불확실성을, 후퇴는 더 큰 위험을 남긴다. 문제는 무엇이 옳은가가 아니라, 어떤 위험을 감당할 것인가에 있다.

호르무즈는 이제 단순한 해협이 아니라 21세기 질서의 시험대다. 이곳에서의 결과는 에너지 시장과 금융, 나아가 글로벌 패권 구조에까지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에게도 이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흐름에 의존하는 국가는 그 안정에 편승하는 데서 그칠 수 없으며, 그 질서를 유지하고 형성하는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구조 속에서 한국은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니라, 해상 질서를 함께 설계하고 책임지는 주체로 전환돼야 한다.

결국 국제정치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누가 흐름을 통제하고, 누가 그것을 흔들 수 있는가. 그 답이 정해지는 순간, 새로운 질서가 시작된다.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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