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자체를 제어한다”…패러다임 바뀌는 ‘역노화 연구’

구본혁 2026. 4. 1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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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역노화 바이오 혁신기술로 부상
‘건강하게 오래 사는’ 수명 향상 목표
국내 연구진 다양한 노화 연구 수행
정부, 항노화 연구 전략과제로 투자
조광현(오른쪽) KAIST 교수 연구팀이 노화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KAIST 제공]

“미국의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은 젊어지기 위해 매년 27억원 상당을 쓰면서 심지어 대량의 아들 피까지 수혈받아 화제가 됐다. 노화를 정말 막을 수 있는걸까.” 100세 시대 좀더 젊고 건강하게 사는 삶을 누구나 꿈꾼다. 하지만 현대의학이 아직 정복하지 못한 것이 바로 노화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돌파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노인 의료비는 전체 의료비의 절반에 육박하고 만성질환 증가와 돌봄 수요 확대는 사회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평균수명은 늘었지만 질병없이 건강하게 사는 기간, 즉 건강수명과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화로 인한 암, 치매, 대사질환 등 거의 모든 만성질환을 대다수의 노년층이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로 여겨져만 왔다. 그러나 최근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이 오래된 상식을 뒤흔들고 있다. 노화를 ‘조절 가능한 생물학적 과정’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힘을 얻으면서, 저속 노화, 항 노화, 역 노화 연구가 글로벌 바이오 분야의 핵심 트렌드로 부상했다.

사이언스, 네이처 등의 세계적인 과학 잡지들도 항노화 기술을 미래 유망 혁신기술로 선정다.

오두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연구소장은 “과거에는 노화 이후 발생하는 질병을 치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노화 자체를 제어함으로써 질병의 발생을 원천 차단하려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늙어서 병들면 치료한다는 접근에서, 애초에 건강하게 나이 들게 하자는 발상의 전환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노화세포를 골라 제거하는 기술, 혈액 속 ‘회춘 인자’ 탐색, 세포를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리프로그래밍 기술, DNA의 후성유전적 변화를 바탕으로 생물학적 나이를 정밀 측정하는 ‘생체시계’ 연구까지 다양한 접근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노화된 신체 장기 내의 노화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약물을 이용하여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임상연구도 진행 중이다. 분화가 끝난 세포를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분화과정을 되돌리는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동물에 적용하여 늙은 생쥐의 시력을 되돌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최근 보고됐다.

미국에서는 구글이 설립한 캘리코(Calico), 아마존 창업자가 투자한 알토스랩(Altos Labs) 등 빅테크 기업들도 역 노화 연구에 본격 뛰어들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헤볼루션(Hevolution) 재단은 매년 10억 달러 규모를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강수명의 획기적 향상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노화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린다=역 노화 기술은 지난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일본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처음 제시했다. 분화된 세포를 역분화시키는 4개의 전사인자를 일시적으로 발현시켜 노화세포를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이 기술은 노화세포가 젊은세포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지만 유전자 돌연변이로 암세포가 생기거나 상처가 났을 때 조직재생을 더디게 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이 같은 부작용을 배제할 수 있는 정교한 제어전략이 난제로 남아있다.

조광현 KISA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역 노화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 돌입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피부 노화와 각종 노인성 질환 발병시기도 크게 늦출 것으로 기대된다.

조 교수 연구팀은 노화된 인간 진피 노화된 피부조직에서 감소된 콜라겐의 합성을 증가시키고 재생 능력을 회복시켜 젊은 피부조직의 특성을 보이게 하는 역 노화 기술을 개발했다. 조 교수는 “개발하고 있는 역 노화 기술은 노화세포를 없애는 항노화 기술과 다르게 노화세포를 정상으로 되돌려 암과 같은 노인성 질환의 발병을 늦추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노화된 인간 진피 섬유아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데 필요한 핵심 인자 ‘PDK1’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PDK1을 억제함으로써 노화된 인간 진피 섬유아세포를 다시 정상적인 젊은 세포로 되돌릴 수 있음을 분자 세포실험 및 노화 인공피부 모델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노화된 인간 진피 섬유아세포에서 PDK1을 억제했을 때 세포노화 표지 인자들이 사라지고 주변 환경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정상 세포로서 기능을 회복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최종 목표는 피부의 노화를 막는 것에서 인체 전반의 신체활성을 역노화시킬 수 있는 약물 개발이다.

조 교수는 “역노화 연구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2020년 원천기술 개발 이후 3년이라는 단기간 내 기술이전과 사업화, 나아가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이어진 실제 사례가 있는 현실적인 기술임을 이미 입증했다”고 말했다.

▶국가형 역노화 플랫폼 개발 착수=급격한 고령화는 의료비와 복지 지출을 늘려 국가적·사회적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 때문에 정부도 항노화·노화극복 연구를 국가전략과제로 선정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지난해 ‘노화연구소’를 공식 출범시키며 국가 차원의 역노화 연구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노화 진단 및 역노화 기술 개발’, ‘면역 기능 회복을 통한 노화 대응’, ‘에너지 대사 조절을 통한 노화 지연’에 연구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천아 박사 연구팀은 노화가 시작되는 순간을 초기에 포착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실험용 쥐의 간에 적용해 노화에 따른 조직변화 과정을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간 뿐만 아니라 폐, 신장, 심장 등 다른 장기의 노화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어 각종 노인성 질환의 조기 발견과 예방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노화를 늦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운동’이다. 양용열 박사팀은 바로 이 점에 착안, 운동할 때 혈액에서 변화하는 물질을 분석하여 노화를 억제하는 핵심 인자인 마이오카인(CLCF1 단백질)을 찾아냈다. 이 단백질이 운동 중에 근육에서 분비되어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 근골격 노화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근육은 단순한 운동 기관이 아니라 다양한 신호 물질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관’으로도 기능하는데, 나이 든 쥐에 이 인자를 투여하자 실제 운동 없이도 근력이 증가하고 뼈가 튼튼해지는 효과가 확인됐다.

양용열 박사는 “이번 연구는 왜 나이가 들수록 운동 효과가 떨어지는지에 대한 생물학적 근거를 밝혀낸 것으로 건강한 노화를 위한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의 토대가 될 것”이라며 “특히 노인에서 흔히 나타나는 근감소증과 골다공증 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오두병 노화연구소장은 “노화를 제어해 건강수명이 늘어나면 개인의 삶의 질이 높아질 뿐 아니라, 노동생산성 유지와 사회적 돌봄 비용 절감이라는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면서 “향후 노화에 따라 감소한 생체회복탄력성을 복원함으로써 면역력과 대사 기능, 활력을 되살려 노화를 실현하는 ‘K-역노화 토탈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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