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없는 토트넘은 앙꼬 없는 찐빵? SON 엔진 꺼진 거함의 침몰

권준영 2026. 4. 13. 10:3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캡틴’ 손흥민 떠난 자리에 깃든 침묵…데 제르비의 ‘마법’도 백약이 무효
부상에 운 운수까지, 144년 명가 덮친 ‘강등 포비아’…북런던이 운다

‘앙꼬 없는 찐빵’ 수준을 넘어, 이제는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명가 토트넘 홋스퍼가 144년 구단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득점과 리더십을 책임졌던 ‘영원한 캡틴’ 손흥민이 떠난 자리는 생각보다 깊고 거대했다. 유럽 무대를 호령하던 ‘북런던의 사자’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엔 생존을 걱정하는 초라한 뒷모습만 남았다.

‘캡틴’ 손흥민이 지난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디펜딩 챔피언’ 크루스 아술(멕시코)과 2026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 8강 1차전에서 전반 30분 선제 결승골을 터트린 뒤 '블라블라'(Blah blah blah)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FC 공식 SNS
토트넘은 12일(한국시간) 영국 선덜랜드의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2025~2026시즌 EPL 3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선덜랜드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이날 패배로 강등권인 18위까지 추락했다. ‘빅6’라는 수식어는 이제 사치가 됐고, 현지 매체들은 “북런던의 거인이 잠든 것이 아니라 죽어가고 있다”는 자극적인 헤드라인까지 뽑아내고 있다.

구원투수의 등판도 백약이 무효했다.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 체제로 전환하며 반전을 꾀했던 토트넘의 승부수는 첫 경기부터 무참히 꺾였다. 전술적 유연함이 아닌 무기력함만이 가득했던 90분은 토트넘이 마주한 강등의 공포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보여줬다

전반 초반 토트넘은 특유의 후방 빌드업으로 활로를 찾으려 했으나, 짧은 전술 이식 기간 탓에 자잘한 실수를 연발했다. 틈을 놓치지 않은 선덜랜드는 탄탄한 수비와 날카로운 공수 전환으로 삐걱대는 토트넘 골문을 위협했다. 토트넘도 몇 차례 공세를 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은 나오지 않았다.

후반 들어 토트넘은 짧은 빌드업 대신 롱 패스를 늘려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실리적인 공세로 전환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선덜랜드는 이를 차분히 막아내며 도리어 점유율을 지배해 토트넘을 압박해 나갔다.

결승골은 후반 15분에 터진 ‘불운의 굴절’이었다. 선덜랜드 무키엘레의 슈팅이 토트넘 수비수 미키 반 더 벤의 발을 맞고 굴절돼 골문 왼쪽 상단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키퍼 안토닌 킨스키마저 역동작에 걸릴 만큼 궤적이 급격히 변했다.

설상가상으로 수비의 핵이자 주장인 크리스티안 로메로마저 충돌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실려 나가며 토트넘은 공수 밸런스가 완전히 붕괴됐다. 이후 토트넘은 만회골을 위해 공세를 폈으나, 위축된 선수들의 드리블과 패스 실수가 잇따르며 선덜랜드의 수비벽을 뚫지 못한 채 경기를 마쳤다.

토트넘 홋스퍼는 12일(한국시간) 영국 선덜랜드의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2025~2026시즌 EPL 3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선덜랜드에 0-1로 패하며 마침내 강등권인 18위까지 추락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축구계 일각에서는 토트넘의 몰락이 지난여름 팀의 상징이었던 ‘캡틴’ 손흥민을 로스앤젤레스(LA)FC로 떠나보낸 시점부터 시작됐다고 입을 모은다. 손흥민은 단순한 득점원을 넘어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전술의 핵심이었다. 그가 빠진 토트넘은 ‘앙꼬 없는 찐빵’처럼 실속 없는 점유율에만 집착했고, 위기 상황에서 팀을 일깨울 리더십마저 사라진 모습이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사퇴 이후 토마스 프랭크와 이고르 투도르가 거쳐 갔지만, 그 누구도 ‘손흥민 없는 토트넘’의 해답을 찾지 못했다.

기록은 더욱 참담하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에 따르면, 토트넘은 2026년 새해가 밝은 이후 리그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이는 과거 강등의 수모를 겪었던 2007~2008시즌 더비 카운티나 2002~2003시즌 선덜랜드와 비견되는 최악의 행보다. 통계 전문 매체 ‘옵타’는 토트넘의 강등 확률을 44.9%로 상향 조정했다. 리그 종료까지 단 6경기만을 남겨둔 시점에서 사실상 동전 던지기와 같은 확률로 2부 리그행이 결정될 위기다.

데 제르비 감독은 경기 후 “우리가 질 만한 경기는 아니었으며, 승리 한 번이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며 반전을 약속했지만 현지의 반응은 냉담하다. 창의성 없는 미드필더진과 수비 불안, 그리고 무엇보다 손흥민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한 공격진의 무기력함이 해결되지 않는 한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 잔류’는 기적에 가까워 보인다. 런던을 연고로 한 빅6의 일원이 2부 리그로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