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드론에 놀란 美…AI 군비경쟁, '핵' 등장 때처럼 불붙었다

성주원 2026. 4. 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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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핵' 등장처럼…2026년 'AI' 군비 경쟁 가속
中 자율 드론 충격…美 안두릴, 3개월 앞당겨 양산
클로드 탑재 '메이븐', 수천개 표적 수초 만에 생성
"검증 안 된 시스템 조기 배치, 확전 악순환 위험"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자율 무기 시스템을 둘러싼 강대국 간 군비 경쟁이 핵무기가 처음 등장한 1940년대에 비견될 만큼 빠른 속도로 가열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서 열병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AFP)
지난해 9월 베이징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란히 서서 전투기와 함께 자율 비행이 가능한 드론 편대를 지켜봤다. 이는 즉각 미 국방부에 경보를 울렸다. 당시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의 복수 관계자들은 미국의 무인 전투 드론 프로그램이 중국에 뒤처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 당국의 압박을 받은 캘리포니아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Anduril)은 지난달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인근 공장에서 AI 기반 자율 비행 드론 양산을 시작했다. 예정보다 3개월 이른 가동이었다.

“클릭 몇 번이면 공습”…AI가 표적 선정

NYT에 따르면 AI 군비 경쟁의 실전 적용은 이미 현실이 됐다. 앤스로픽(Anthropic)이 개발한 AI 챗봇 클로드(Claude)의 군사용 버전을 탑재한 표적 분석 시스템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은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작전 초기 수 주 동안 수천 개의 표적을 생성했다. 브래드 쿠퍼 미군 중동 담당 중부사령관은 이 같은 속도의 배경 중 하나로 “첨단 AI 도구”를 꼽았다.

팔란티어(Palantir)가 운영하는 이 시스템은 위성 영상을 포함한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우선순위가 매겨진 표적 목록과 권고 무기를 수초 만에 산출한다. 국방부 최고 디지털·AI 책임자 캐머런 스탠리는 인간의 개입이 “왼쪽 클릭, 오른쪽 클릭, 왼쪽 클릭” 수준에 불과하다고 묘사했다.

中 제조 우위·러 실전 검증…미국 쫓는 두 강국

미국만이 아니다. 중국은 수십 대의 자율 드론이 인간 개입 없이 공격을 조율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2024년 광둥성 주하이에서 열린 ‘에어쇼 차이나’에서는 장갑 차량과 드론으로 구성된 여단 전체를 AI 하나가 통제·운영하는 시스템과 비행 중 소형 드론 수십 대를 방출할 수 있는 16톤급 제트 드론을 공개했다. 일부 연구자들은 중국의 AI 군사 예산이 미국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제조업 우위를 바탕으로 미 국방부가 따라잡기 어려운 규모의 자율 무기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부각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장을 실험실로 삼았다. 처음엔 유인으로 운용됐던 란셋(Lancet) 드론에 자율 표적 식별 기능을 추가했고, 우크라이나 역시 취미용 레이싱 드론을 개조해 최전선에서 포병보다 치명적인 무기로 활용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팔란티어 등 AI 기업들과 방대한 전장 데이터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미 국방부는 최신 예산안에서 자율 시스템에만 130억 달러(약 19조4100억원) 이상을 요청했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올해 1월 미군 전 분야에 AI 도입을 지시하며 “미친 듯이 가속하라”고 촉구했다.

이란군이 2022년 5월 공개한 지하 드론 기지 모습.(사진=AFP)
트럼프 행정부, AI 군사화 드라이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AI 무기화 드라이브는 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앤스로픽을 안보 위협으로 분류했다. 앤스로픽이 자사 기술의 자동화 무기 활용을 제한하려 했기 때문이다. 앤스로픽은 클로드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미 군사 AI 생태계에 편입돼 있으나, 기술 남용에 선을 그으려다 역풍을 맞은 것이다. AI 기술 기업의 군사화 압박이 강화되는 흐름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AI 반도체 핵심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하는 우리 기업들의 사업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억지력일까, 확전 뇌관일까

안두릴 창업자 팔머 럭키는 이 군비 경쟁이 냉전의 핵 억지력처럼 대규모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양측 모두 상대방의 AI 전력을 알면 어느 쪽도 실제로 시험해보려 들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억지력은 합리적 판단을 전제로 하지만 AI 무기는 인간의 이성보다 빠르게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미 싱크탱크 랜드(RAND)연구소의 시뮬레이션에서는 미·일 자율 시스템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인간의 결정 없이 반격을 가하는 시나리오가 재현됐다.

자율 무기 개발에 관여했던 잭 샤나한 전 중장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검증되지 않고 안전하지 않은 시스템을 조기에 전장에 투입하는 확전 악순환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4년 미·중 간 체결된 핵 사용 결정에 인간 통제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은 구속력이 없고, 러시아는 어떤 약속도 하지 않은 상태다.

AI 군비 경쟁의 다음 변수는 규범이다. 현재로선 기술이 각국 정부의 통제를 앞질러 가기 전에 국제적인 합의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 2023년 5월 25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진행된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에서 군집 드론 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성주원 (sjw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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