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다처제 허용해달라고?”…아프리카 순방 앞둔 교황의 고민
카메룬, 앙골라 등 교황 순방 앞둬
동성애와 일부다처 문제 고심 중

분쟁이 끊이지 않는 카메룬과 권위주의 국가 적도기니에서 레오는 평화 중재자이자 외교관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것이며, 석유 부국 앙골라에서는 가톨릭과 복음주의 신앙 간의 전 세계적 각축전의 축소판을 마주하게 된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아프리카 순방을 앞둔 교황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일부다처제가 만연한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현실을 반영해 달라는 요구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시카고 출신의 레오 교황은 미 행정부의 해외 무력 사용, 국내 이민자 정책, 그리고 바티칸이 우려하는 신앙과 정치의 위험한 결합에 대해 점점 더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13일부터 시작되는 10일간의 아프리카 순방은 신앙의 전파에 집중할 기회를 준다.
역대 최장 순방인 이번 여정에서 레오는 가톨릭이 전 세계 어느 대륙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아프리카에서 ‘영혼의 최고경영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최근 바티칸 공식 통계에 따르면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세례 신자 수는 거의 정체 상태다. 반면 아프리카에서는 가톨릭이 급성장하고 있다. 신자 수는 2023년 2억 8,100만 명에서 2024년 2억 8,800만 명으로 증가해 세계 최대 기독교 신앙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이제 아프리카의 로마 가톨릭 신자 수는 유럽을 넘어섰다. 한편 아프리카의 가톨릭 성장 속도는 교회의 또 다른 주요 성장지인 아시아보다 5배나 빠르다.
바티칸에게 아프리카의 가톨릭 급성장은 기회인 동시에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 순방 기간 동안 레오 교황은 교회, 성당, 수도원, 병원, 고아원, 그리고 각종 만남의 자리에서 식민지배의 불편한 유산과 천연자원 착취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동시에 레오 교황은 세계화하는 교회가 미래를 내다보는 가운데 심화되는 문화적 충돌에도 맞닥뜨려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카의 가톨릭 주교들은 갈수록 자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들이 동성 커플에게 간략한 축복을 줄 수 있도록 허용했을 때, 일부 국가에서 동성애가 사형에 처해지는 이 대륙의 주교들은 공식적으로 해당 결정을 거부했다.
이제 그들은 자신들만의 예외를 요구하고 있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 일부다처제가 만연한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현실을 반영해, 바티칸이 다처 관계에 있는 신자들을 위한 사목적 지원을 수용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등 진보적 성향의 지역 주교들은 교회 내 동성 커플에 대한 더 광범위한 인정을 요구해왔다. 레오가 목요일에 방문할 카메룬 바멘다 대교구의 험프리 타타 음부이 신부는 이는 아프리카 성직자들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타타 음부이 신부는 동성 관계를 “혐오스러운 것”이자 “문화적 신성모독”이라 규정했다.
그러나 그는 일부다처 관계에 있는 신자들을 위한 사목적 돌봄을 확대하자는 아프리카 주교들의 최근 요청은 지지했다.
“아프리카에서 우리가 문제를 안고 있는 부분, 그리고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 부분은, 어쩌면 60년간 네다섯 명의 아내와 살아온 사람이 복음을 접하고 기독교인이 되고 싶어할 때입니다. 그에게 다섯 아내 모두를 떠나보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것이 진짜 문제입니다. 바로 여기에 사목적 접근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순방의 첫 일정은 더 개인적인 여정이다. 레오 교황이 속한 수도회의 이름과 같은 성인, 가톨릭의 대표적 신학자로 꼽히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향 알제리로 향하는 것이다. 역사상 최초의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 출신 교황인 레오는 작년 터키와 레바논 방문의 초점이었던 이슬람과의 종교 간 대화 의제를 이어갈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대 거처 히포, 현재의 아나바에서 교황은 주랑 현관으로 둘러싸인 포룸 등 로마 고고학 유적지와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사 세 명이 머무는 소규모 종교 공동체를 방문할 예정이다.
레오는 지난해 교황으로 선출된 후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나서며 자신을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이후 연구를 통해 그가 다양한 혈통의 후손임이 밝혀졌는데, 뉴올리언스의 유색인종 크레올 혈통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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