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일 남았는데 준비 부족 논란…여수섬박람회 '제2의 잼버리' 우려

한지원 기자 2026. 4. 1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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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섬박람회 조직위 "우려 겸허히 수용, 더 촘촘히 준비"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가 개막을 약 150일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준비 상황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최초로 ‘섬’을 전면에 내세운 국제행사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현장 인프라와 예산 구조, 콘텐츠 경쟁력까지 전반적인 준비 상태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행사에 대한 기대보다 ‘제2의 잼버리’ 가능성을 먼저 거론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점이 특징이다.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는 내년 9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 61일간 여수 일원에서 열린다. 주행사장은 돌산읍 진모지구다. 개도와 금오도, 거문도 등 여수의 섬 지역도 부행사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여수시는 365개의 섬을 품은 도시라는 지리적 특성을 앞세워 섬을 도시의 미래 자산으로 브랜딩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2012년 여수엑스포를 치른 경험도 자신감의 배경이 됐다.

문제는 취지와 현실의 간극이다. 섬의 생태와 지속가능성을 말하는 국제행사인데, 정작 현장에서는 기본 인프라와 환경 정비조차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국동항 일대 모습은 이런 불안을 키웠다. 국동항은 여수 도심과 섬을 잇는 핵심 관문이다. 그런데 생활 폐기물과 대형 폐기물이 장기간 방치된 정황이 드러났다. 소파와 변기, 싱크대 같은 폐기물이 쌓여 있었고, 계고장 날짜가 수개월 전으로 확인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항만 주변 해상에는 폐선박 수십 척이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된 음료 캔과 기름띠 흔적까지 거론됐다. 박람회의 첫인상이 돼야 할 진입로부터 신뢰를 깎아먹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부행사장으로 거론된 섬들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도는 가게와 공공 편의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으로 꼽힌다. 단기간 방문객이 몰리면 식수와 위생, 휴식 공간조차 감당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 일부 섬 해안가에는 생활쓰레기와 불법 소각 흔적이 이어졌고, 주민들은 수거 체계가 원활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섬의 가치를 보여주겠다며 국제행사를 추진하면서 정작 섬의 기본 관리 상태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예산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 박람회는 기획재정부 국제행사 승인 당시 총사업비 248억 원 규모로 출발했다. 이후 사업 범위가 커지며 676억 원 수준으로 공식화됐다. 그런데 전남도와 여수시가 외부에 설명하는 총투입 규모는 161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수치 안에 박람회 직접사업비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섬의 날 행사, 어촌문화센터 건립, 도시숲 조성 같은 별도 연계 사업 예산까지 박람회 이름 아래 얹힌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248억 원짜리 국제행사가 어느새 1600억 원대 사업으로 불어난 셈이다.

재원 구조도 불안하다. 676억 원의 직접사업비 가운데 국비 비중은 크지 않고, 상당 부분을 전남도와 여수시가 분담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지방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국제행사에 지방비를 투입하는 구조다. 여수는 석유화학 업황 영향을 크게 받는 도시다. 경기 둔화와 산업 부진으로 세수 기반이 흔들리면 박람회 예산은 도로와 복지, 환경 정비 같은 민생 예산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시민 입장에서는 국제행사의 상징성보다 당장 생활 인프라가 더 절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산이 눈덩이처럼 커졌다는 인식은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 박람회가 벌써부터 ‘제2의 잼버리’ 소리를 듣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잼버리와 섬박람회는 행사 성격이 다르다. 하나는 청소년 야영 중심 행사였고, 다른 하나는 전시와 체험, 국제교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시민들이 두 행사를 겹쳐 보는 이유는 문제의 패턴이 닮았기 때문이다. 주행사장인 돌산 진모지구는 간척지다. 배수도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지공사 매립 당시부터 부실공사 논란이 있었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준공된 지 15년이 넘도록 주택이 들어서지 못한 부지라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거론된다. 결국 “왜 하필 그 장소냐”는 의문이 반복된다.

개최 시기 역시 안심하기 어렵다. 박람회는 9월 초 시작한다. 한여름 폭염은 피했지만, 9월은 여전히 태풍 시즌이다. 역대 강한 태풍 매미도 9월에 여수를 강타했다. 새만금 잼버리 때 카눈이 덮쳤던 경험도 아직 생생하다. 여수시가 한 차례 개최 시기 변경을 검토했다가 결국 9월로 확정한 만큼, 시민들 사이에서는 “폭염만 피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지 않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잼버리 사태는 단순히 더위 하나 때문에 무너진 게 아니었다. 부지 선정, 배수, 위생, 교통, 편의시설, 위기 대응이 한꺼번에 흔들리며 실패로 이어졌다. 여수가 잼버리와 비교되는 이유도 바로 이런 구조적 닮은꼴 때문이다.

접근성과 교통 문제도 현실적인 숙제다. 주행사장으로 향하는 진입 동선, 도심과 항만, 섬을 잇는 교통체계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조금만 병목이 생겨도 현장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섬을 연계 행사장으로 활용하려면 육상 교통만으로는 안 된다. 선박 운항 횟수, 승하선 대기 공간, 기상 악화 시 대체 동선, 장애인과 고령자 접근성까지 촘촘하게 짜야 한다. 그런데 지금 나오는 우려를 보면 이런 세부 설계보다 큰 그림과 홍보가 먼저 앞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여수에는 이미 2012 여수엑스포 시설이 있다. KTX역 바로 앞에 있고, 호텔과 식당, 교통 여건도 갖춰져 있다. 그런데 이런 기존 전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기보다, 두 달짜리 행사 뒤 철거될 수 있는 임시 시설을 새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논란이 되고 있다. 왜 검증된 전시관을 두고 위험성이 거론되는 간척지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느냐는 문제 제기다.

콘텐츠 경쟁력도 약점으로 꼽힌다. 세계 최초로 ‘섬’을 주제로 한다는 설명만으로는 관람객을 설득하기 어렵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그래서 왜 여수까지 가야 하느냐”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만약 행사의 중심이 실내 전시와 영상 체험, 포토존, 단기 공연 위주에 머문다면 수도권 대형 전시장과 차별화하기 어렵다. 섬의 생태와 문화, 주민의 삶, 이동의 불편과 체류의 의미까지 살아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장거리 이동의 이유가 생긴다. 그런데 현재 보강 중이라는 콘텐츠 역시 포토존과 거리공연, 단순 체험 위주라는 말이 나오면서 콘텐츠 부재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사례는 방향이 다르다. 이탈리아 사르데냐는 섬의 자연과 식문화를 건강과 장수 이미지로 묶어 브랜드화했다. 크로아티아 흐바르는 이동과 체류를 하나의 관광 경험으로 설계했다. 일본 나오시마는 예술과 건축을 통해 섬 전체를 하나의 서사로 재구성했다. 세 지역 모두 대형 행사 하나에 기대지 않았다. 섬 자체를 장기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가치로 만들었다. 반면 여수 섬박람회는 아직도 개막 전 홍보와 목표 관람객 수에 더 무게가 실린 모습이다.

사후 활용 계획도 뚜렷하지 않다. 여수엑스포 역시 국제행사 자체는 성공으로 평가받았지만 일부 시설의 활용도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섬박람회에서도 행사장 시설과 연계 인프라가 종료 뒤 어떻게 쓰일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 만약 유지비와 철거비 부담만 남는다면, 결국 그 비용은 지역사회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여수시와 전남도는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주행사장 공정률은 70%까지 올라왔고, 7월까지 시설을 완공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업 유치와 대외 홍보, 콘텐츠 보강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목표 관람객 300만 명은 여전히 도전적인 숫자로 평가된다. 2012 여수엑스포 때 820만 명이 찾았지만, 당시에는 국제박람회기구 공인 엑스포였고 대규모 국비가 투입됐다. 이번 섬박람회는 규모와 인지도, 후원 기업 수 모두 그때와 다르다. 현재 후원 기업이 3곳뿐이라는 점도 이런 현실론에 힘을 싣는다.

여수세계섬박람회는 아직 결과가 정해진 행사는 아니다. 다만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현장 부실과 예산 논란, 콘텐츠와 교통·안전 문제를 그대로 둘 경우 행사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남은 기간 동안 무엇을 보완하고 어떤 방향으로 정비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