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폭탄 발언'에 또 비상…반도체·가전 공급망 꼬였다 [테크로그]
이란 오가는 선박만 통제 방침
미군 조치로 해협 병목 현상 우려
삼성전자 등 반도체 대형주 휘청

외교 테이블이 멈춰서자 셈법이 다시 꼬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21시간 대치 끝에 합의 없이 마무리돼서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보장하겠다면서도 "이란을 오가는 선박을 통제한다"고 밝혀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 기항 선박을 겨냥한 항행 제한만으로도 공급망 불안정성이 지속된다는 분석이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중부사령부는 이란을 오가는 모든 항만 선박을 봉쇄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한국시간으로 13일 오후 11시부터 시행된다. 단 이란과 무관한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는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외 산업계에선 호르무즈 해협 전면 봉쇄보다 위험 수위를 한 단계 낮춰 잡았다. 하지만 공급망 불안이 완전하게 해소된 단계는 아니다. 이번 조치에 따라 하루 200만배럴 안팎의 이란 원유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 미 중부사령부 발표 이후 국제유가가 출렁였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배럴당 104달러 선을 나타내면서 8% 올랐고 브렌트유는 7% 오른 102달러 선으로 치솟았다. 이란은 해상에 약 2100만배럴에 달하는 부유 저장 물량을 쌓아둔 것으로 알려졌다. 항만 봉쇄가 길어질수록 이 물량을 처리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미군이 이란행 선박 선별을 위한 검문을 진행하면 병목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해협을 통과하는 시간이 48~72시간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호르무즈 해협을 대체할 수 있는 육상 파이프라인 용량도 제한적이라 에너지 공급망 불안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미군의 이란 봉쇄 조치를 '확전 신호'로도 해석하고 있다. 해상 봉쇄에 맞선 이란의 보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급망 불안 요인도 계속 남아있게 됐다. 다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에어프로덕츠·린데 등과 반도체용 헬륨 추가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해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들 회사가 가격 인상을 감수하고 계약을 체결한 이유는 그만큼 수급 불안이 길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반도체용 6N 순도의 헬륨·극자외선(EUV) 공정용 헬륨 가격이 이달 2일 기준으로 5%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헬륨이 웨이퍼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에 불과하지만 식각과 공정 냉각 단계에선 마땅한 대체재가 없다. 이 때문에 헬륨 공급 차질은 반도체 공정 리스크로 곧장 이어질 수 있다.
가전 업계 입장에선 원재료 수급 리스크에 시선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란 전쟁 이후 플라스틱·폴리머 가격이 4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 제조원가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외장재와 내장 부품, 포장재에 쓰이는 플라스틱·수지 원가가 오른 탓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석유화학 제품은 매년 200억~250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중동 지역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폴리에틸렌 수출 가운데 40% 이상을 차지했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는 중동 지역이 전 세계 에틸렌글리콜의 절반, 폴리에틸렌의 4분의 1을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이란 해상 봉쇄에 따른 보험료·운임 인상, 선사의 항로 회피 등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요인을 모두 종합하면 비(非)이란 물량도 '느리고 비싸게' 움직이게 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브라이언 마틴·다니엘 하인즈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 조치(미군의 이란 해상 봉쇄)는 페르시아만 석유 생산국들의 수출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이란의 석유 수출 능력을 제한하고 시장이 겪고 있는 공급 차질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반도체 대형주인 삼성전자는 이날 장 초반 주당 20만1500원으로 2%대 하락 폭을 보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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