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1, 2루' 노시환은 희생번트-양의지는 3구삼진, 두 팀의 선택과 결과는 달랐다 [신화섭의 스포츠 인사이드]

신화섭 기자 2026. 4. 1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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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신화섭 기자]
한화 노시환이 11일 KIA전 4회 번트를 대고 있다. /사진=OSEN
두산 양의지. /사진=OSEN
'무사 1, 2루 찬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보내기 번트다. 1사 2, 3루가 된다면 안타가 아니더라도 희생 플라이, 내야 땅볼, 폭투나 패스트볼 등으로도 득점이 가능하다. 그러나 타자가 중심 타선이거나 거포라면? 혹 최근 잘 맞거나 반대로 부진한 타자라면? 사령탑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지난 11일 KBO리그 두 경기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선택은 서로 달랐고, 결과도 엇갈렸다.

노시환. /사진=스타뉴스
#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가 맞붙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한화는 선발 왕옌청의 호투 속에 1회 2점, 3회 1점을 내며 3-0으로 앞서갔다. 4회말에도 강백호와 채은성이 상대 선발 이의리로부터 연속 안타를 치고나가 무사 1, 2루 추가 득점 찬스를 잡았다.

다음 타자는 노시환(26). 전날까지 타율 0.167의 부진으로 이날 시즌 처음으로 타순이 4번에서 6번으로 바뀌었다. 2회 첫 타석은 중견수 플라이 아웃. 프로 데뷔 후 노시환의 희생 번트 기록은 2019년 1개, 2020년 1개에서 멈춰 있었다. TV 중계 해설자는 "웬만하면 노시환 선수에게 희생번트 사인은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화 벤치의 선택은 '번트'였다. 노시환은 초구부터 번트 자세를 하더니 곧바로 투수 앞으로 공을 굴렸다. 희생 번트 성공으로 1사 2, 3루. 한화는 하주석의 투수 앞 기습 번트 때 3루주자 강백호가 아웃됐으나 허인서의 중전 안타로 추가점을 올렸다. 비록 8회초 불펜 난조로 5점을 내줘 5-6으로 역전패하긴 했지만.

김경문(68) 한화 감독은 이튿날인 12일 KIA전을 앞두고 취재진에 노시환에게 번트를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노)시환이도 마음이 아프겠지만 시환이가 안 될 때 팀도 아프다"며 "4번타자를 계속하면 좋지만 6번도 가주고, 희생도 해주고, 야구가 그런 것이다. 안 맞고 있으니까 의도적으로 한 번 대게 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의지(왼쪽). /사진=스타뉴스
# 같은 날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KT 위즈에 0-5로 끌려가던 두산 베어스는 7회초 2점을 만회하고 8회초에도 안재석의 2타점 적시타로 4-5 한 점 차까지 추격했다. 박준순의 우전 안타로 이어진 무사 1, 2루 찬스. 타석에는 4번타자 양의지(39)가 들어섰다. 그러자 KT는 마무리 투수 박영현을 등판시키는 강수를 던졌다.

역전 주자까지 나가 있는 상황. 과연 강공일까, 번트일까. 고려할 만한 사항이라면 이런 것들이 있었다.

양의지 역시 전날까지 타율 0.108의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희생 번트 성공은 NC 다이노스 시절인 2020년을 끝으로 5시즌 동안 없었다. 이날 앞선 타석에선 2루 땅볼과 삼진에 그치다 7회초 장타(좌익수 왼쪽 2루타)를 때렸다. 박영현을 상대로는 통산 타수 8타수 2안타(타율 0.250)에 홈런이 1개 있었다.

양의지의 배트는 꼿꼿하게 서 있었다. 초구는 한가운데 스트라이크(시속 131㎞ 체인지업)를 지켜봤다. 2구 151㎞ 직구는 파울. 3구째 바깥쪽 낮은 150㎞ 직구는 헛스윙. 3구 삼진이었다. 두산은 이후 카메론이 삼진, 양석환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앞서 김민석이 우익수 앞 안타를 치고 전력 질주해 2루타를 만들어내고, 안재석이 적시타를 때린 뒤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던 것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8회말 1점을 더 내준 두산은 결국 4-6으로 져 3연승에 실패했다.

두산 안재석이 11일 KT전 8회 2타점 적시타를 때린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OSEN
만약 양의지가 희생 번트를 성공시켜 1사 2, 3루가 됐다면 승부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노시환에게 강공을 지시해 장타가 나왔다면 KIA의 막판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을까.

일반인들도 타인과 얽힌 선택의 순간이면 '믿음'과 '실리'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한다. 하물며 당장 그 결과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승부의 세계에서랴. 김경문 감독이 지난 11일 시즌 처음으로 노시환을 6번으로 내리고 신인 오재원을 선발에서 제외한 뒤 말한 것처럼 "야구가 절대 만만하지 않은" 것 같다.

신화섭 기자 evermyth@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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