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마스터스 순례자들 속에 빛난 '골프 가오리' 로리 맥길로이!

방민준 2026. 4. 1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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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남자골프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출전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멤버인 디펜딩 챔피언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가 2년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사진은 로리 맥길로이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가장 우아한 헤엄을 치는 해양생물을 꼽으라면 단연 만타가오리(Manta birostris)가 첫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대왕쥐가오리로도 알려진 만타가오리는 날개폭이 7m 이상, 체중은 1톤이나 된다. 몰디브, 인도네시아, 하와이, 멕시코 등 열대와 아열대에 서식한다. 인간에게 위험이 없는 평화로운 해양생물로, 다이버들과 함께 유영을 즐길 정도로 지능이 높다.



 



가오리는 날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히 물속을 '난다'. 넓게 펼쳐진 지느러미는 단순한 기관이 아니라 바다라는 공간을 해석하는 언어다. 몸을 뒤틀지 않고, 힘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그저 물의 흐름에 자신을 얹는다.



 



가오리의 움직임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저항을 거부하지 않고 흡수한다. 물은 밀어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흘러야 할 동반자다. 둘째, 힘을 과시하지 않는다. 큰 몸을 지녔으되 속도를 뽐내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움직인다. 셋째, 인식에 경계가 없다. 가오리는 눈만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몸 전체로 주변을 느끼고 받아들인다.



 



가오리의 이 세 가지 덕목은 골퍼들이 평생 배우려 애쓰는 덕목과 다르지 않다. 골퍼는 어쩌면 페어웨이를 걷는 또 다른 가오리인 줄 모른다. 골프장에서 우리는 종종 헤드 스피드, 비거리, 폭발력 등 힘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진정한 고수는 안다. 스윙은 밀어붙이는 행위가 아니라, 흐름에 올라타는 기술이라는 것을.



 



잭 니클라우스의 스윙은 거칠지 않았다. '영원한 아마추어' 보비 존스(Robert Tyre Jones Jr. 1902-1971)의 걸음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들의 플레이는 마치 심해를 유영하는 가오리처럼, 공간을 지배하지 않고 이해하는 태도였다. 가오리가 물을 밀지 않고 물 위에 몸을 맡기듯, 그들은 물 위에 뜨듯 공을 보내는 법을 터득했다.



 



진정한 골퍼는 클럽을 휘두르지만 않고 중력과 회전, 그리고 타이밍에 몸을 맡긴다. 힘을 더하려는 순간, 흐름은 끊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움찔하는 그 찰나가 저항이 된다. 그래서 고수의 스윙은 언제나 느긋해 보인다. 그 안에는 부드러우면서도 빠른 흐름이 숨어 있다. 마치 심해를 유영하는 가오리처럼.



 



10~13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지구촌 최고의 골프 제전 제90회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골프 가오리'들의 유영을 보는 듯했다. 최고의 골프 명인(名人)들이 신들이나 노닐 골프 코스에서 개성 넘친 샷과 호흡으로 코스를 누비는 모습은 영락없이 심해를 유영하는 만타가오리를 닮았다. 명인들의 그림 같은 샷, 코스와 동반자 갤러리들에 녹아든 선수들의 모습, 그런 가운데서도 위기에 빠지고 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은 마스터스가 아니고선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오거스타내셔널 코스와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보비 존스(Robert Tyre Johns Jr. 1902~1971)를 빼고는 존재할 수 없다. 조지아 공대, 하버드대(영문학), 에모리대(법학)를 거쳐 변호사자격까지 획득한 그는 당대 최고의 지성파 골퍼로, 미국 골프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구성(球聖)'으로 추앙한다.



 



그는 1923년부터 1930년까지 아마추어 대회를 지배했음은 물론 당시 최고의 프로 골퍼인 월터 헤이건과 진 사라젠 같은 스타들과 대결해 이기기도 했다. 변호사를 하며 파트 타임으로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한 그는 1930년 미국의 두 메이저인 US오픈과 US아마추어챔피언십, 영국의 메이저인 디오픈과 영국 아마추어챔피언십을 석권하며 사상 처음 한 해에 주요 대회 4개를 석권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그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뒤 은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챔피언 자리는 마치 새장과 같다. 처음에는 그 안에 들어가야 하고, 그 다음에는 그 안에 머물러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 안에 계속 머물 수는 없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은퇴하자마자 그는 금융계 친구 클리포드 로버츠와 함께 최고의 골프 코스를 만들겠다는 꿈을 실천에 옮겨 오거스타 외곽의 과수원과 묘목장을 사들여 1931년 착공, 2년 후 골프코스를 개장했다. 그리고 1934년 오거스타 내셔널 인비테이셔널 토너먼트 대회를 열고, 1940년 대회 이름을 마스터스 토너먼트로 변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코스에 따라 붙는 '신들의 정원'이란 명성은 코스를 뒤덮다시피 한 화려한 꽃 때문이다. 원래 부지가 과수원 묘족장이었던 탓에 코스를 조성할 때 이를 그대로 살려 코스 자체가 거대한 정원이 되었다. 분홍 빨강 보라색의 철쭉, 순백의 도그우드(산딸나무), 진홍의 동백꽃, 복사꽃, 자스민, 장미 등 300여종의 식물이 코스 곳곳에서 숨 쉬고 있다. 18홀 코스 이름도 모두 식물 이름이 붙었다. 꽃을 읽는 만큼 라운드의 깊이도 달라지는 코스다. 하늘과 호수의 블루와 식물이 발산하는 그린, 그 사이 백화가 만개한 코스를 노니는 골프 명인들의 경연은 그 자체로 4일간의 드라마다.



 



지구촌 시선을 모은 드라마의 주인공은 로리 맥길로이(37·북아일랜드)였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격한 그는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를 1타 차로 제쳐 그린 자켓을 차지했다. 첫날 공동 1위, 둘째 날 단독 1위, 셋째 날 공동 1위, 마지막 날 2타 차로 밀리면서도 결국 1타차 선두를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그러나 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카메론 영, 저스틴 로즈, 샘 번즈, 티럴 해튼, 러셀 헨리 등과 1~2타 차로 선두를 뺏고 빼앗기는 숨 막히는 순간을 거쳐야 했다.



 



지난해 마스터스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를 달성한 맥길로이는 타이틀 방어에 성공, 잭 니클라우스(1965, 1966년) 닉 팔도(1989, 1990년) 타이거 우즈(2001, 2002년)에 이어 마스터스 2연패를 달성한 4번째 선수로, PGA투어 통산 30승을 달성했다.



 



다시 가오리가 유영하는 심해로 돌아가자. 가오리는 목적지를 서두르지 않는다. 그러나 늘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물결을 타고 어딘가로 흐른다. 골프도 그렇다. 홀을 향해 나아가지만, 진짜 목적지는 스코어카드가 아니라 그날의 호흡, 리듬, 마음의 결이다.



 



라운드는 경쟁이면서 산책이다. 마스터스의 페어웨이를 걷는 선수들은 경쟁하면서도 천국 속을 걷고 있다. 그 모습은 경쟁이라기보다 수행이거나 신들의 산책에 가깝다.



 



가오리는 우리에게 묻는 듯하다. '당신은 지금 무엇과 싸우고 있는가?' 물과 싸우는 순간 가라앉고, 물과 함께 흐르는 순간 떠오른다. 골프도 같다. 코스와 싸우면 길을 잃고, 코스와 대화하면 길이 열린다.



 



결국 좋은 골퍼란 강한 사람이 아니라,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사람이다. 심해의 가오리가 그렇듯, 우리는 페어웨이 위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조용히, 그러나 깊게 지나가야 한다. 마치 로리 맥길로이가 위기 속에서도 흐름을 놓치지 않고 오거스타 내셔널 코스의 유영을 마무리 짓듯.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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