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타임 퇴직금도 줘야"…프리랜서 학원강사 손 들어준 법원 [김대영의 노무스쿨]
파트타임 기간도 퇴직금에 포함
법원 "퇴직 당시 신분으로 판단"

경기 부천의 한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강사 A씨는 2019년 11월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다. 처음엔 '전임' 신분이 아니었다. 다른 학원에도 함께 출강하고 있어서다. 이 학원에선 주 3일, 14시간 수업을 맡는 파트타임 강사로 일하며 고정급은 월 130만원을 받았다.
사건의 발단은 2022년 5월 무렵부터다. A씨는 그해 5월16일부터 이 학원에 전속된 전임강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수업 일수는 주 6일로 늘었고 급여 체계도 바뀌었다. A씨는 학원과 5대 5 비율제에 따라 급여를 정산하기로 했다.
같은 해 8월30일엔 이를 보완한 강의용역계약도 체결했다. 비율제로 계산한 금액이 280만원에 못 미치면 고정급 280만원을 지급하고 이를 넘기면 완전한 비율제로 넘어가는 구조였다. 계약서 이름은 '강의용역계약서'였다.
'용역계약서' 쓴 학원 강사 "퇴직금 달라" 소송전
하지만 계약서 명칭은 A씨와 학원의 실질적 관계를 담아내지 못했다. A씨는 학원과의 관계가 단순한 프리랜서 위탁관계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원 측 지휘·감독 아래 일한 근로자였는데도 퇴직 이후 퇴직금·연차수당 등을 받지 못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학원 측 주장은 달랐다. A씨는 '용역계약을 맺은 강사'일 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이들의 갈등은 법정으로 이어졌다. A씨는 학원을 상대로 퇴직 이후 그간 받지 못한 급여와 연차미사용수당, 퇴직금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가 학원의 지휘·감독 아래 근무했는지를 살폈다. 어떤 방식으로 근무를 수행했는지도 들여다봤다. 법원은 계약 형식보다 근로관계의 실질을 봐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제시했다. 이 기준에 따라 A씨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무한 근로자인지 따졌다.
법원이 주목한 장면은 꽤 구체적이었다. A씨는 매일 학급별 수강생 출결 현황과 수업 현황, 학생과 학부모 상담 내용, 특이사항 등을 적은 업무일지를 작성해 학원 측에 보고하고 결재를 받았다. 연간·월간 진도계획표, 시험대비 계획서, 시험분석 보고서도 제출했다. 신입생 상담이나 시험 후 학부모 상담, 학생 퇴원 시 상담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도 학원에 냈다.
학원 측은 시험 결과 안내 문자 내용이나 학부모 응대 방안 같은 업무 가이드라인을 A씨에게 제시했다. 결강 수업 보강일정을 보고하라거나 시험 후 상담을 하라는 식의 개별적·구체적 지시도 이뤄졌다. 서울남부지법 민사7단독 김재향 판사는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A씨가 학원의 상당한 지휘·감독 아래 일했다고 판단했다.
"강사 수입, 학원에 의해 통제"…근로자성 '인정'
수강생 배정 구조도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이 학원에선 학생들이 자유롭게 강사를 선택해 들어온 게 아니라 학원 측 상담을 거쳐 강사·수업시간이 배정됐다. 강사의 수입은 학생 수에 비례해 달라질 수 있었지만 정작 '어떤 반을 맡고 어떤 학생을 배정받는지'는 학원 측 결정에 달려 있었다.
법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A씨의 수입이 독립 사업자로서 자신의 능력과 의사에 따라 좌우된다기보다 학원 측 결정과 통제에 영향을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A씨의 이익 창출이 A씨의 능력과 의사, 수강생들의 선택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학원의 결정에 의해 좌우되고 통제됐다"고 지적했다.
급여 체계 변화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학원 측은 비율제를 근거로 근로자성을 부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A씨가 파트타임 강사에서 전임강사로 바뀌며 수업시간이 늘어난 점을 반영해 산정 방식이 조정된 것으로 봤다. 조정 전후로 A씨가 수행한 업무의 본질이 달라졌거나 학원 측의 관리·감독 방식이 달라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비율제로 계산한 금액이 280만원에 못 미치면 해당 액수를 보장하기로 한 약정이 결정적이었다. 최소한 해당 액수만큼은 근로의 대가 성격을 띤다는 판단 근거가 된 것이다. 강의실과 사무집기, 교재제본 재료, 교사용 교재, 영어자료 사이트 연회비 자료, 소모품 등을 학원 측이 제공한 점도 법원 판단에 힘을 실었다.
학원 측은 A씨가 한때 다른 학원에도 출강했던 데다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했고 근로계약서가 아닌 용역계약서를 썼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A씨가 다른 학원에 출강한 시기는 현재 학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때였고 전임강사로 전환한 뒤에는 다른 학원 겸직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출퇴근 시간이 분 단위로 고정돼 있진 않았지만 A씨는 지정된 시간과 강의실에서 수업해야 했고 학원 측은 수업 시작 20분 전까지 출근을 지시하기도 했다. 법원이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이유다.

"초단시간 근로기간도 퇴직금 산정 기간에 포함"
근로자성이 인정되자 쟁점은 '돈 문제'로 넘어갔다. A씨가 제기한 모든 주장이 인정된 것은 아니었다. A씨는 2019년 11월1일부터 2022년 5월15일까지 이 학원에서 초단시간 근로자로 일했다. 이 기간은 4주 평균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연차유급휴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 기간에 대한 연차미사용수당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전임강사로 일한 이후엔 얘기가 달라졌다. 법원은 A씨가 2022년 5월16일부터 2024년 5월31일까지 주 6일 근무하면서 소정근로일의 80% 이상 출근했고 이 기간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A씨에게 연차 권리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각 기간별 통상임금을 기초로 연차미사용수당을 계산해 총 388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퇴직금이다. 학원 측은 A씨가 처음 약 2년6개월 동안 초단시간 근로자로 일했던 만큼 해당 기간을 계속근로기간에서 빼고 퇴직금을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직급여법은 퇴직금 지급 대상에서 초단시간 근로자를 제외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4주간 평균 1주간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퇴직금 산정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4주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퇴직금 청구권은 퇴직을 계기로 발생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퇴직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기준에 따르면 퇴직 당시 초단시간 근로자가 아니었던 A씨의 경우, 재직 중 일부 기간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한 적이 있더라도 해당 기간도 계속근로기간에서 떼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A씨의 재직기간을 2019년 11월1일부터 2024년 5월31일까지 총 1674일로 인정했다. 이어 퇴직 전 3개월간 임금을 바탕으로 해당 기간만큼 퇴직금을 산정했다. 법원이 산정한 퇴직금은 1098만원이었다.
한 노무법인 소속 노무사는 "이 판결은 학원가에서 흔히 쓰이는 '용역계약', '프리랜서'라는 형식보다 실제 일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 것"이라며 "동시에 퇴직 시점에 초단시간 근로자가 아니라면 과거 초단시간 근무기간까지 계속근로기간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원 강사처럼 계약 형식과 실제 근무 실태가 엇갈리기 쉬운 직군에선 근로자성 판단과 퇴직금 산정 기준이 갈등의 핵심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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