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천궁Ⅱ 조기 인도 타진⋯‘美 무기 큰손’ 걸프국들, 韓에 SOS”

이진영 기자 2026. 4. 1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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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 공백 우려에 무기 조달 ‘탈미’ 움직임”
한국ㆍ우크라ㆍ영국 등으로 공급망 다변화 모색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인 2024년 10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대공유도무기 천궁이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뉴시스)

걸프국들이 한국ㆍ우크라이나ㆍ영국 등으로 무기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전역에서 6주간 치열한 교전이 이어지자 방공 재고가 급격히 소진됐고, 이에 재무장을 위해 미국 이외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각광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 사이에 위태로운 휴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가장 가까운 지역 동맹국이자 미국산 무기 체계의 주요 고객인 중동 국가들이 전 세계를 훑으며 대체 미사일 방어 체계를 찾고 방어력을 신속히 강화할 창의적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WSJ는 “사우디아라비아ㆍ카타르ㆍ아랍에미리트(UAE)는 한국산 미사일 방어 시스템, 공중에서 목표물을 타격하는 우크라이나 드론, 그리고 전통적인 미국산 개틀링 기관포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우디는 최근 한국 한화와 LIG넥스원에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M-SAM·천궁Ⅱ) 체계의 인도 일정을 앞당길 수 있는지 문의했다. 또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생산 협력국 일본에는 해당 미사일 확보를 위해 접촉했다.

WSJ는 한국 국회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드론ㆍ미사일ㆍ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는 천궁이 이미 UAE에서 이란산 무기를 격추하는 데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천궁의 발사대 유형ㆍ무게ㆍ발사 속도ㆍ도입연도ㆍ원산지ㆍ대공 목표 사거리ㆍ목표물 최대 고도 등 스펙을 자세히 담은 그래픽 소개 자료를 함께 게시했다.

사우디는 또 우크라이나와 무기 생산 및 기술 경험 공유에 초점을 맞춘 방산협력 협정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UAE는 우크라이나와 방위 협력 협정 체결을 논의 중이며, 한국 기업에 요격 미사일 추가 공급을 요청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카타르 역시 우크라이나와 협력 협정을 맺었다. 카타르 관리들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요격 드론 훈련장을 방문해 현지 주요 방산 기업의 대표들과 회동했다.

우크라이나 방산업체와 군 관계자들도 걸프국들이 요격 드론과 전자전 장비를 요청해 왔다고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중동 걸프국들은 스타트업의 신규 장비 도입도 검토 중이다. 영국 정부는 10일 영국의 ‘케임브리지 에어로스페이스’가 드론 및 기타 탄약을 요격하기 위해 설계된 저가의 소형 미사일을 걸프 국가들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급증한 무기 주문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상황임에 따라 걸프국들이 대체 공급원을 찾는 것으로 해법을 찾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미국보다 성능은 낮지만 납기가 빠른 대안들이 부상하고 있다.

WSJ은 “중동 걸프국의 이러한 급박한 움직임은 미국과 걸프 국가들이 이란의 보복 공격 규모와 ‘샤헤드’ 같은 저가 드론을 활용한 물량 공세에 얼마나 허를 찔렸는지를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이어 WSJ은 “4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요가 급증했음에도 방산업계의 생산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면서 “미국 방산업계는 잠재적 주문을 놓칠 위기에 처했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문제의 핵심은 전 세계가 전쟁 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무기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WSJ는 강조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UAEㆍ쿠웨이트ㆍ요르단에 230억달러(약 34조원) 규모의 무기 판매를 추진했지만, 이들 물자의 상당수는 인도까지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가령 스위스는 2022년에 패트리엇 시스템 5개 포대를 주문했으나 미국으로부터 작년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공급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러한 지속적인 인도 지연을 이유로 스위스는 지난주 패트리엇 시스템 주문 취소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