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없어도…이용객 줄어들어도 ‘이동 도서관 버스’ 오늘도 달린다

광주일보 2026. 4. 1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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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사직도서관 버스 따라가보니
아파트 단지 등 20~30분씩 정차
소소한 얘기 오가는 ‘동네 사랑방’
“접근성 뛰어나 매주 기다려져요”
지난 10일 광주시 서구 풍암동 호반중흥아파트단지를 찾은 이동도서관 버스에서 이용객이 도서를 대출하고 있다.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지난 10일 광주시 서구 풍암동 호반중흥아파트 단지에 ‘이동도서관 버스’가 들어서니 이용자들 발길이 빨라졌다.

이들은 차량에 올라서기 바쁘게 평소 읽고 싶던 책을 한아름 품에 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버스를 나섰다.

이동도서관은 도서를 차량에 싣고 정기적으로 순회하며 주거지 가까이에서 도서 대출·반납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도서관 이용 범위를 확장하고 방문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독서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광주에서는 무등·사직(1994년 3월 시행)·산수도서관(1999년 3월) 등 3개 시립도서관의 이동도서관이 일주일 동안 23개 아파트 단지와 공공기관 등을 돌고 있다. 무등·사직도서관의 경우 올해까지 무려 33년째 운영 중인 셈이다.

전남에서도 전남도립도서관이 매년 13개 군 내 아동·사회복지시설과 지역축제, 캠핑장 등 60여곳에서 160여차례 ‘책책빵빵’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제4회 도서관의 날(4월 12일)을 맞아 광주시립사직도서관이 운영하는 이동도서관 버스를 따라가며 주민들을 만났다.

사직도서관 이동도서관 버스가 이날 봉선동 라인아파트를 시작으로 풍암동 호반중흥아파트와 주은모아아파트 등을 돌며 각 지점마다 20~30분씩 정차하는 동안, 이용객들은 사서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네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었다.

이용객들은 “가장 가까운 도서관도 걸어서 20분 거리인데 단지 안까지 도서관이 들어오니 접근성이 뛰어나 (이동 도서관이 오는) 금요일만 기다리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첫 이용객으로 버스에 오른 김수지(여·45)씨는 “이동도서관을 이용한 지도 벌써 4년째”라며 “책 몇권만 빌려도 무거운데 차가 없는 입장에서는 도서관까지 오가는 것도 쉽지 않다. 이동도서관이 없으면 초등학생 자녀에게 꾸준히 책을 읽히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최지혜(여·47)씨도 “이동도서관 차량은 이제 우리 가족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며 “아이가 스스로 책을 고르는 습관도 생겨 하교 시간에 맞춰 자주 찾는다. 책 상태도 일반 도서관보다 좋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용층이 학생과 학부모 중심이다 보니 차량 내부 책장의 절반은 아동 도서로 채워져 있고, 나머지는 문학·역사·과학 등 다양한 분야 도서로 구성됐다.

사서 강나영씨는 “매주 찾아오던 학생들이 보이지 않으면 걱정되거나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학부모들의 고민을 이해하게 되고, 책 추천이나 신간 안내도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뤄진다”고 귀띔했다.

이동도서관 이용객 수는 감소세다. 무등·사직·산수도서관 등 3개 시립도서관의 이동도서관 이용 인원은 2023년 7580명에서 2025년 4981명으로 34.3% 줄었고 같은 기간 대출 권수 역시 1만6210권에서 1만1589권으로 28.5% 줄었다.

예산과 운영 여건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광주시립도서관 이동도서관 관련 예산은 2024년 6351만7000원에서 2025년 6101만7000원, 2026년에는 3381만7000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차량도 관용차 내구연한인 10년을 훌쩍 넘겼다. 사직도서관은 2005년식, 산수도서관은 2007년식, 무등도서관은 2013년식으로 고장이 나도 부품을 구하기 어려워 직접 부품을 만들어 수리한 경우도 있었다는 게 도서관 관계자 설명이다.

인력도 부족하다. 사직도서관은 인력 부족으로 3년 전부터 오전 운영을 중단하고 오후에만 운영한다. 산수도서관은 이날 운전원 휴가로 예정된 운행이 취소되기도 했다.

조인숙 사직도서관 관리장은 “이용자가 적어도 단 한명이라도 수요가 있다면, 그에 맞는 독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공공도서관의 역할”이라며 “이용자들의 수요가 높은 평일 저녁시간대나 주말에도 차량을 운영하고 싶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만큼 안정적인 지원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윤주은 기자 yu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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