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놀라게 한 부상… 그러나 밝고 당찼던 허예은의 목소리 “더 중요한 경기가 남았잖아요!”

아산/이상준 2026. 4. 1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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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아산/이상준 기자] 철렁했던 순간. 허예은(24, 165cm)은 문제 없음을 외쳤다.

청주 KB스타즈는 13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BNK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제압(81-55), 시리즈 스윕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했다.

웃으며 한 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 자리 하나를 얻었지만, 가슴 철렁한 순간도 있었다. 에이스 가드 허예은이 큰 고통을 입으며 코트를 빠져나간 것. 허예은은 3쿼터 시작 2분 56초가 지났을 무렵, 김예진의 스크린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왼쪽 허벅지에 충격을 입었다. 강한 통증을 호소했고,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아 코트를 빠져나가야 할 정도였다. 허예은은 이 시간 후로 다시 코트를 밟지 못했다.

주축 가드의 부상이 심각했으면, 이겼지만 비상사태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허예은은 문제 없음을 외쳤다.

경기 후 본지와 연락이 닿은 허예은은 몸상태에 대한 물음에 “조금 놀라서 덜컥 겁이 났다. 사실 더 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김완수)감독님이 배려해주셔서 경기 막판에는 벤치에서 회복할 수 있었다.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뤄냈기에, 잘 극복하려 한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몸 상태에 대한 걱정보다 챔피언결정전 선착에 대한 기쁨이 뇌를 지배했던 하루. 허예은과 KB스타즈에게 이 결과가 더욱 뜻깊었던 이유는 ‘쓰라림 지우기 성공’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시간을 지난 시즌으로 되돌려보면, KB스타즈는 강이슬과 나가타 모에, 허예은의 이른바 ‘하드 캐리’ 활약이 더해지며 우리은행과의 플레이오프 승부를 5차전까지 끈질기게 이어갔다. 그러나 최종전에서 고배를 마시며, 아쉬움을 남긴 채 짐을 싸야 했다.

그 쓰라림을 준 장소가 아산이었고, 1년가량이 지나 설욕에 제대로 성공했다. 허예은은 “지난 시즌에는 똑같은 장소(아산)에서 눈물을 흘리며 떠났다. 올 시즌은 기쁨을 즐기며 아산을 떠나서 뜻깊다. 항상 우리은행은 정규리그때나 플레이오프에서 자주 만났고, 만나면 어려운 상대였다. 그런 강팀을 상대로 아픔도 지워내고, 이길 수 있어서 좋다”라는 속내를 전했다.

게다가 3전 전승, 완벽한 경기 내용까지 더했다. 김완수 감독은 시리즈가 유리하게 이어진 힘을 묻자 허예은의 수비를 꼽기도 했다. 허예은은 실제로 우리은행의 핵심 슈터 오니즈카 아야노는 물론, 에이스 김단비 수비까지 도맡아하는 책임감을 선보였다.

“예은이는 디나이 수비부터 파이트 스루까지 열심히 수행하고 있다. 예전에는 수비가 신장이 작아서 불리한 면이 있었다. 지금의 수비는 (허)예은이가 만들어낸 결과다. 안 뚫리려 악착같이 수비하고 열심히 한다. 그런게 코트에서 계속 나오다 보니 스스로도 수비에 대해 터득하게 보인다. 정규리그에서는 (이이지마)사키 수비도 도맡아했다. 의욕이나 책임감 면에서 느는 게 보이고, 자기 것으로 만든다”라는 게 김완수 감독의 극찬이었다.

이를 들은 허예은은 “진짜로 감독님이 그렇게 이야기하셨나?”라고 여러 번 되물으면서 “인정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기분이 좋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평소에는 감독님께 수비에 대해 인정을 못받는 날이 많다(웃음). 그렇다 보니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는 데에서 놀라운 감정이 든다. 늘 (사카이)사라 언니를 보고 배우라는 말씀을 하시는 날이 많다”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책임감 넘치는 말 하나를 덧붙였다. “사실 공격을 하면서 수비까지 하는 게 선수로서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팀 승리를 위해서는 그런 마음을 버려야 한다. 무슨 역할이 주어지던 간에 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렇다고 수비에서만 공헌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른바 허강박(허예은-강이슬-박지수)으로 불리는 트리오의 위력은 시리즈 내내 드러났고, 어느 한 명이 부진해도 다른 쪽에서 터지니 우리은행이 막을 길이 부족했다. 그 숲에서 허예은은 감각적인 노룩 패스를 통해, 하이라이트 필름도 시리즈 도중 여러번 연출했다.

허예은은 이에 대해 ”지금은 솔직히 그런 장면들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보고 있다. 좀 더 내가 잘해서 이기고 싶고, 팀에 기쁨을 가져다 주고 싶다”라고 책임감을 전하며 “(강)이슬 언니와 (박)지수 언니와의 호흡도 계속 경기를 하면서 더 좋아지는 것 같다. 공격에서는 할 이야기가 그렇게 없지만, 수비에서는 집중해야 하는 게 많다. 대화도 더 많이 하면서 말 하지도 않아도 맞을 정도로 맞추고 싶다”라고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갖추고 싶음을 말했다.

한편 KB스타즈는 3차전 안에 승부를 끝내면서, 조금 더 여유있게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하게 됐다. 게다가 하나은행과 삼성생명간의 맞대결은 시리즈 전적 1승 1패가 되며, 알 수 없는 흐름으로 빠졌다.

허예은은 “하나은행이 올라오든, 삼성생명이 올라오든 간에 우승을 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만 5차전까지 하고 왔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라고 웃었다.

그렇게 인터뷰가 마무리되어갈 무렵, 허예은은 ‘여자농구특별시’ 청주 팬들에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많은 KB스타즈의 원정 팬들이 자리,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한 마음 한 뜻으로 바라고 힘을 불어넣었다.

“진짜 많이 와주시는 게 눈에 보이지 않나? 원정인데도 팬들께서 많이 와주셔서, 원정 경기를 하는 느낌이 안난다. 내가 다시 일어난 것도 팬들의 힘이 컸다. 더 중요한 경기가 남아있고, 6번째 멤버(팬)의 도움이 더 필요한 시기다. 앞으로 더 많은 힘을 주신다면, 나는 그에 맞는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

허예은은 다시 달린다.

#사진_김소희 인터넷기자,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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