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맞춤형 공약을”…지방선거 AI 대전, 민심 흔들까
유권자 나이·성별·소득·소비 패턴…유세 동선·공약·메시지 실시간 설계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평일 저녁 퇴근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개혁신당 서울시장 후보는 각각 어디로 유세를 가야 할까. 일반적으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하철 역세권'을 떠올린다. 그러나 사람이 몰린다고 반드시 투표권자가 많은 건 아니다. 서울 시민만을 기준으로 유동인구를 분석하면 어떨 땐 특정 아파트 단지 앞이 나을 수도 있다. 장소를 정한 다음에는 그 지역 유권자들의 연령, 소득·자산, 라이프스타일 등 천차만별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그 시각, 그곳에 필요한 메시지를 내면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를 움직일 수도 있다.
6·3 지방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각 정당은 '초정밀 타깃' 선거 전략에 매진하는 분위기다. 이는 AI(인공지능) 시대에 선거 패러다임도 변화 중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후보자와 유권자가 실시간·양방향 소통이 가능해진 시대에 '감'과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고 '과학'과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모든 유권자'를 위한 메시지를 던졌다면, 이제는 '유권자 한 명'을 위한 구체적 메시지로 설득력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국민의힘·개혁신당은 각각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자체 선거 전략 시스템을 개발했다. 정당이 보유한 데이터에 더해 국가데이터처의 마이크로데이터, 통신사의 유동인구 데이터 등 여러 출처의 빅데이터를 한데 모아 AI를 활용해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서울시장 후보 사례처럼 지역·연령·성별, 평일과 주말, 출퇴근 시간대별 인구 흐름 등에 따라 어디에 유세차를 보내고, 어떤 메시지에 집중할지 등 실시간으로 전략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정당별 세부적 차이점을 들여다보면, 당 정체성과 맞물린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최근 주요 선거를 휩쓸고 있는 민주당은 이번에도 가장 빠르게 이른바 '전략지도'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공천 접수 단계부터 'AI 기반 정치신용평가 모델'을 도입하고, 경쟁자 선거 전략 분석과 공약 설계 과정까지 디지털화하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 스스로 코딩 전문가이자 정치인으로서 선거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효과적으로 접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오픈소스로 공개한다는 점에서 개발자 마인드도 돋보인다.

與 총선 180석 비결? 답은 'AI 전략지도'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개발한 '전략지도'는 AI로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밀 분석해 웹 기반 지도로 시각화한 선거 전략용 지리정보 플랫폼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에서 이를 적극 활용했는데, 처음 시범 도입은 고(故) 이해찬 대표 체제의 제21대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총선에서 데이터 기반 선거 전략을 토대로 최다 의석인 180석을 확보한 이후 제22대 총선, 제21대 대선에서 전략지도의 분석 범위와 정밀도를 대폭 발전시켰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더 최신 버전이 활용된다. 통합 인프라를 구축해 선관위 데이터, 공공 데이터, 유동인구·소비패턴 등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한곳에 모으고, 선거 기간 여론과 이슈 흐름을 상시 모니터링해 전략지표가 흔들리는 지역에 즉각 대응하도록 했다. 후보들은 전략지도를 활용해 유세 동선, 자원 배분, 공약 우선순위를 세울 수 있게 된다. 가령 '30대 맞벌이 부부'가 많은 아파트 단지에는 주거·보육·교통, '어르신 비율'이 높은 지역에는 돌봄·의료·복지 중심으로 메시지를 조정하는 식이다.
전략지도는 크게 세 가지 정보를 지도 위에 나타낸다. 첫 번째는 '유권자 지형' 정보다. 이는 선관위에서 제공하는 최근 선거 결과(득표율, 투표율 등)를 동·투표구 단위까지 가공해 정당·후보별 강세·약세 지역을 지표화한 데이터다. '지역 유권자'의 특성도 제공한다. 가령 각 지역에 거주하는 유권자의 세대 구성 비율(청년·중장년·고령층 비중), 가구 소득과 자산 수준, 소비패턴 등이다. 마지막으로 '지역 환경 및 유동인구' 현황이 표시된다. 여기에는 상권 발달 정도, 지하철역·버스정류장 등 교통 요충지, 공원·문화시설 등 생활 인프라에 더해, 통신사 데이터를 활용한 시간대별 유동인구 흐름 정보 등이 포함된다.

장동혁도 AI 선거 탑승? 자체 시스템 도입 '시동'
국민의힘은 어떨까. 장동혁 대표 역시 디지털 기반 시스템 도입을 주문해 실제 당에선 자체 프로그램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취재에 따르면,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선거전략 및 의사결정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완성해 이를 중앙당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후보의 동선을 짜기 위한 시뮬레이션 외에도 경쟁자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상대방 전략 및 유세 동선을 예측할 수도 있다. 또한 '공약 현실성 검증', '실시간 이슈 분석', '후보에 대한 여론 변화' 등도 가능하다. 가령 지자체의 과거 정책을 분석한 뒤 가용 예산이나 지역민들 여론 등을 토대로 새로운 공약을 설계하도록 돕는다. 공약 발표 이후 지역 내 지지율 변화나 여론 동향에 대한 예측도 해준다.
국민의힘은 이미 공천에 AI와 데이터 기반 공천 접수 시스템을 전면 도입했다. 온라인 공천 접수는 3월5일부터 시작해 지원자가 별도 방문 없이 PC와 모바일을 통해 자격 확인부터 신청서 작성, 서류 제출까지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실행했다.
공천 심사 및 검증 과정에도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다. 국민의힘은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I 기반 정치신용평가 모델'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지원자의 당 기여도·지역 공적 활동·도덕성 등 주요 요소를 수치화하고, 동일 직위 지원자 평균과 비교 분석한 결과를 레이더 차트 등 시각화 자료로 제공해 공천관리위원회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뒷받침한다. 또한 OCR(광학문자인식) 기술을 적극 활용해 업로드된 증명서의 주요 항목을 자동 인식하고, 이름·생년월일·발급일 등 기본 정보를 추출해 신청서 기재 내용과 대조·검증함으로써 심사의 정확성과 객관성을 강화했다.

이준석표 AI? 공약 설계부터 정책 검증까지
개혁신당은 유세 동선 최적화를 위한 이른바 'AI 사무장' 플랫폼을 개발했다. 두 정당과 달리 앱도 만들었다. 후보가 구체적인 유세 활동 목표를 먼저 입력하면 이에 맞게 유세 동선을 설계하는 식이다. 가령 AI 사무장 앱에 들어가 후보의 종교시설별 유세 선호, 이동수단(도보·자전거·스쿠터·승용차·트럭), 후보의 활동 강도(낮음·보통·높음), 시간대 등을 설정하면 그에 맞는 최적의 유세 거점을 알려준다.
이 외에도 GPS를 활용해 후보 이동 경로와 체류 시간을 기록하며, 활동 범위를 지도에 시각화해 선거구 내에서 소외된 지역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아울러 유세 도중 까다로운 선거법 위반 여부를 선관위의 유권해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즉각 답변해 주는 챗봇 기능을 탑재해 실무적 실수를 방지한다.
'공약 설계'와 '정책 검증' 시스템도 도입했다. 이준석 대표와 당 정책국은 외주 없이 야심작 'AI 정책 플랫폼'을 자체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지방의회 자료, 당 자료, 선거구 기준 생활 이슈, 법안 내용 등 수많은 공공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후보가 입력하는 명령어에 따라 공약을 만들어준다. 이는 현재 상용화된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과 같은 형식이지만 1차 검증을 거친 데이터를 활용하고 당 정강정책에 맞게 답변을 설계한다는 점에서 선거 맞춤형 시스템으로 부각된다.
예를 들어 검색창에 '◯◯ 지역구의 교통·안전 현안을 교통사고 다발 지점, 보행 안전, 신호 체계 등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하면 공신력 있는 데이터에 기반해 답변한다. 특히 정책을 구체화하기 위해 지역민들이 요구하는 내용을 의회 회의록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해당 지역의 가용 예산에서 공약을 실행할 수 있는지, 법률적 한계 내에서 실현 가능한지 등을 확인해 '마이크로 공약'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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