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칼럼] 클래리티 법 논의에도 서클 주가와 비트코인 힘 못 받는 이유
클래리티 법안 ‘이자 금지’ 충돌
코인베이스 수익 구조 직격탄 우려
은행권 로비에 법안 불확실성 확대
USDC 수요 둔화 전망에 주가 압박

이 회사의 주된 업무는 대표적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서클(USDC)의 발행과 판매였다. 2025년 6월 초 이 회사는 615억 달러 수준의 USDC를 발행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장의 전통적 강자는 테더(USDT)로 당시 발행량은 1,537억 달러였다. USDC의 점유율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20~25%를 차지했다.
지니어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발행량의 100%에 해당하는 현금 또는 국채를 반드시 보유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법안에 따라 서클이 100억 달러의 USDC를 발행해 판매하면 100억 달러의 현금을 수령하게 된다. 스테이블코인은 그 가치가 달러와 정확히 1:1로 연동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써클이 100억 달러를 수익률 4%의 국채에 투자할 경우 앉아서 4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써클로서는 거의 위험이 없고 비용도 비교적 낮은 수익을 얻는 황금 거위와 같은 사업 모델인 셈이다. 이런 장점을 반영해 지니어스 법안의 통과가 거의 확실해지자 주가는 급등 랠리를 펼쳤고 서클 인터넷 그룹의 시가총액은 한때 800억 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6월 하순부터 서클 주가는 급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니어스 법안 통과의 호재가 주가에 반영된 데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 대한 사업 모델 의존이 결정타가 되었다. 서클은 주로 코인베이스 플랫폼을 통해 USDC를 유통하게 되는데 유통되는 USDC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의 50~60%를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해야 했다.
다시 말하자면, 써클이 100억 달러의 USDC를 발행해 4억 달러의 이자 수익을 낼 경우 2억 달러 상당은 코인베이스에 지급하는 이익 공유 구조였다. 이런 불리한 사업 구조 하에서 써클의 시가총액이 코인베이스의 시총에 근접하자 당연히 써클을 매도해 코인베이스를 매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졌다.
실제로 기술주와 암호화폐 등 파괴적 혁신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자산운용사인 아크 인베스트먼트(ARK Investment)의 캐시 우드(Cathie Wood)는 6월 20일 단 하루 만에 서클 주식 보유 수량의 21%에 해당하는 61만 주를 매도하고 코인베이스와 반도체 주식으로 갈아타기도 했다.
캐시 우드의 집중 매도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서클 주가는 올해 초까지 줄곧 내림세를 탔다. 2월 초 서클 주가는 주당 50 달러까지 하락하는 약세를 지속했다. 하지만, 50 달러를 바닥으로 3월 중순까지 써클 주가는 놀라운 반등세를 연출했다. 3월 18일 고점 136 달러까지 2.7배 급등하는 괴력을 보여 주었다.
당시 써클 주가의 상승이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전쟁이 시작된 상태에서도 급등 랠리를 펼쳤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대부분의 주식과 암호화폐 및 금은값이 죽을 쑤는 가운데 써클 주가만 홀로 독야청청했다.
올해 2월 초를 바탕으로 3월 중순까지 써클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눈에 띄는 실적 개선 덕분이었다. 2월 말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써클은 주당 43센트의 순이익(EPS)을 내놨다. 시장 예상치 16센트를 2.5배 상회하는 깜짝 발표였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매출액이었다. 분기 매출액이 7억 7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분기 순이익은 1억334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했다. 총매출이익률 40%, 순이익마진율 17.3%로 매우 양호한 수익성을 달성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2491억 달러로 분기 순이익을 훨씬 상회해 견고한 재무구조를 보여 주었다. 써클의 폭발적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이 있다.
최근 서클이 발행한 USDC의 시장 가치는 787억 달러로 작년 6월 대비 28% 증가했고 25%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경쟁 코인인 테더(USDT)의 시가총액은 1842억 달러로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써클의 성장성에 장밋빛을 더한 것은 실제 스테이블코인 사용량인 거래 대금이었다.
최근 서클이 발행한 USDC의 시장가치는 787억 달러로 1위인 테더(USDT) 시장가치 1842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USDC의 시장 점유율은 25%로 테더의 58%에 여전히 뒤지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 거래대금을 보면 엄청난 반전이 발생한다. 올해 1분기 USDC의 누적 거래액은 2.6조 달러로 USDT의 1.5조 달러를 크게 앞지른다.
지니어스법 시행 이후 본래 홍콩에 기반을 둔 테더가 미국을 규제 환경을 만족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틈을 타 써클이 스테이블코인 시장 공략에 성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서클의 초기 시장 선점은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스테이블코인이 막 개화하고 있는 상태에서 기관 투자자와 비자(Visa) 등 결제 시스템이 USDC를 기본 인프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USDC가 발행과 사용량 지표에서 기록을 새로 써가면서 '디지털 달러'의 표준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자 써클 주가도 곧 전고점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론도 더불어 커졌다. 하지만 3월 중순 이후 써클 주가에는 또 한 번 찬바람이 일었다. 주당 136 달러를 넘었던 주가는 3월 23일 127 달러로 고점 대비 7%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전주곡에 불과했다. 다음 날 서클 주가는 101 달러로 마감해 전일 종가 대비 20% 넘게 급락했다. 희망에 부풀어 조정을 감내하던 투자자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폭락이 덮친 셈이다. 최근에는 주가가 추가로 하락해 85 달러가 붕괴되기도 했다. 써클 주가를 이토록 무참하게 끌어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역설적으로 써클 주가 급락의 주범은 지니어스 법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DBDC) 법안과 더불어 암호화폐 3법 중 하나로 불리던 클래리티(Clarity) 법안이었다. 정식 명칭은 '디지털 자산시장 명확화' 법안이다. 이름이 의미하듯이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와 기준을 명확히 해 시장을 육성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법안 자체의 취지를 보면 작년 통과한 지니어스 법안에 맥락이 닿아 있다. 디지털 자산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대단히 의미 있는 법안이다. 법안의 중요성이 크다 보니 법 통과 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법을 빨리 시행해 스테이블코인과 암호화폐 자산 관련 산업을 육성하려 하지만 이해 당사자의 반발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내몰렸다.

현재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암호화폐 플랫폼들은 사용자가 USDC를 보유하면 3.5~5% 상당의 보상(rewards)을 지급하고 있다. 은행은 이 보상이 실질적으로 이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규제를 피하고자 보상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경제적 실질은 이자와 다를 바 없어 암호화폐 업계가 비인가 예금 사업을 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이렇게 보상금이 지속적으로 지급될 경우 거의 영 퍼센트에 가까운 이자를 지급하는 은행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대거 암호화폐 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월가는 클래리티 법안이 계류 중인 미 상원에 강력한 로비를 펼쳐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을 금지하는 조항을 초안에 담으려 했다.
문제는 스테이블코인 보상 지급이 금지되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코인을 발행하는 써클의 수익성도 악화할 수 있다. 최근 써클 주가 폭락은 미 상원 은행위원회를 둘러싼 치열한 로비전의 후폭풍이 작용한 결과였다. 은행의 로비에 의회가 흔들리자 코인베이스와 같은 플랫폼은 강하게 반발했다. 아예 법이 없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이렇게 전통 금융권과 암호화폐 업계가 정면으로 대치하면서 클래리티 법안 앞에도 큰 불확실성이 생겼다. 암호화폐를 지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에 신경을 쓰고 마가(MAGA) 진영이 분열해 리더십이 약해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암호화폐 업계는 이자가 아니라 네트워크 참여 활동, 즉 스테이킹(staking)에 대한 보상은 허용하라는 입장이다.
클래리티 법안이 불확실성에 휩싸이고 오히려 암호화폐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크립토 가격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일정상 상반기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미 역사를 쥐고 흔들었던 월가의 동의 없이는 어떤 금융 혁신도 쉽지 않음을 최근 클래리티 법안 동향은 잘 보여주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francis.kim@furman.edu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및 국제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예금보험공사로 전직해 적기 정리부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2005년 미국으로 유학 가서 코넬대학교 응용경제경영학 석사 학위를받았고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재무금융학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대학에서 10년 넘게 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연준 통화정책과 금융리스크 관리가 주된 연구 분야다. 저서로 '페드 시그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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