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앞둔 여야, 박상용 검사에게 올인하는 속내

한국 사회는 약육강식과 각자도생이 문제라고 하면서도, 그러한 세계관에 거부하기보다는 순응하는 게 보통일 정도로 사회적 신뢰가 바닥이다. 그런 점에서 매 정권 검찰을 포함한 수사기관 개혁이 주요 의제가 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최근 유튜브를 포함한 온갖 방송에 나와 적극적 주장을 펴고 있는 박상용 검사의 문제를 봐도 그렇다. 박 검사는 ‘공소 취소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감찰과 수사를 받겠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데, 일단은 수사가 정당한 절차대로 됐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공소 취소나 유무죄를 따지는 것은 그다음 일이다.
여기서 이 문제를 길게 논할 생각은 없다. 그보다는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에 여야 모두 이 주제에 몰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잠시 생각해볼 때다. 물론 뉴스 가치라는 면에서 ‘검사 뉴스’의 인기는 이해되기도 한다. 요즘 선거 뉴스는 사실 시시하다. 평론가들은 몇 주째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대구 등 일부 지역 선거 구도와 명망가들의 출마 전망, 세력 내 갈등 얘기가 그것이다. 과거에도 정치 뉴스의 중심은 이런 비슷한 얘기였지만 적어도 가치·노선·정책 문제로 포장(?)됐다. 하지만 요즘 뉴스는 과거에 비해 내용이 다소 보잘것없어졌다. 그 빈 공간을 ‘검사 뉴스’가 채우고 있다.
‘친명 대 친청’ 사례 반복되다가는
여기에 정치적 맥락은 없을까? 가령 여당의 상황이다. 언론은 여당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사건을 ‘명청(이재명-정청래)대전’ 등 계파 갈등의 틀에 밀어 넣는다. 최근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제명된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언론은 김관영 지사와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례를 비교했다. 다 같은 수사 대상인데 김관영 지사만 ‘빛의 속도’로 제명하고 전재수 전 장관은 꽃가마를 태우는 것은 뒤를 받쳐줄 계파가 있고 없고의 차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경우가 다르다. 김관영 지사는 현금 살포 장면이 포착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이 있고 유죄 가능성이 상당하다. 전재수 전 장관은 진술만 있는 상태다. 경선이 곧 당선인 지역과 후보의 ‘개인기’에 의존해야 간신히 이길 수 있는 지역의 선거 관리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바람직한가의 논란은 있을 수 있으나 계파 갈등의 렌즈로만 보기엔 사정이 복잡하다.
대통령과 여당을 포함해 집권 세력 간 견해차는 사안에 따라 있었고, 지금도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ABC 이론’으로 이어진, 검찰개혁을 둘러싼 정부와 여당의 대립이 그랬다. 최근에는 여당 지도부의 ‘대통령 사진 선거 활용 금지 공문’ 사건이 비슷한 시각으로 해석되고 있다. 역대 정권의 여당이 자당 후보에게 대통령 사진 사용을 제한한 일은 거의 없기에 이 방침은 논란이 됐다. 그러던 중 ‘청와대 요청으로 여당 지도부가 정한 것’이라는 청와대 인사의 발언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감찰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여기서 눈길이 가는 건 감찰 지시보다도 그게 알려졌다는 사실 그 자체다. 대통령이 당의 방침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안은 소통 부족 내지는 갈등 구도로 다뤄질 수밖에 없다. 일부 언론은 벌써 ‘친명 대 친청’ 구도로 이를 다룬다.
당내 경선 과정에 비슷한 사례는 쌓일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전체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내부 분열을 봉합하는 특효약은 무엇일까? 공동의 적에 대항하는 것이다. ‘검사 뉴스’가 결과적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당 구성원과 지지층에 수사권을 남용하는 검사는 공적이다. 더군다나 실질적인 피해자가 이 대통령과 그 측근들 아닌가? 여당은 이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국힘, 아노미 상태에서 선거라도 치르려면
여당은 그렇다 치고, 제1야당 국민의힘은 왜 그럴까? 국민의힘이 청문회에서 선서를 거부한 박상용 검사를 데려가 ‘단독 청문회’를 연 모습은 다소 의아하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이 역시 정치적 맥락을 같이 봐야 의문이 풀린다. 가령 박 검사는 이 자리에서 “권력에 의해서 공소 취소가 되면 북한이 말하는 것에 반박할 수 없게 되고 사법주권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했다. 정치 영역에서 명백히 국민의힘과 손발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아노미(혼돈) 상태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의 기준 없는 컷오프 남발을 계기로 그렇잖아도 부실한 장동혁 지도부의 지도력은 완전히 붕괴했다. 장동혁 대표가 지역 일정을 잡았다가 갑자기 취소하는 일이 반복됐다. 선거 때 지역 후보로부터 이렇게까지 외면받는 당대표는 본 일이 없다. 소수정당에서도 이런 일은 없다(사실… 있었을 수도 있으나, 하여간 흔치는 않다). 면전에서 대놓고 물러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중진도 있었다.
대구마저 여당에 내주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 속에 다들 흰옷을 입고 각자도생에 나서자, 장동혁 대표도 살길을 찾기 시작했다. 갑자기 목적을 알 수 없는 유튜브를 개설하고 2박4일의 방미 일정 소화에 나선 것이다. 선거 시기에 당대표가 선거와 별 관계 없는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여의도 인근에서는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권 재도전 시나리오를 연상한다.
그러나, 그래도 어쨌든 선거는 치러야 한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을 때 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은 상대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에 나서기다. ‘우리 팀’이 국민의힘인데 상대가 이재명 정권이라면? 대응은 정해져 있다. ‘퇴임 후 재판받지 않기 위해 사실상의 독재로 검찰과 사법부를 장악, 공소 취소를 감행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을 전면에 내거는 일이다. 판사 출신이어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을 목적으로 한 개헌은 사실상 못하게 해둔 현행 헌법의 취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장 대표가 이 대통령을 만나 “중임이나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국민에게 선제적으로 해달라”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전략에 박 검사의 존재는 큰 도움이 된다. 그 결말이 무엇일지는 알 수 없으나, 적극 활용을 시도할 수밖에.
이러다 검사들이 또 ‘피해자 코스프레’ 할라
이게 ‘검사 뉴스’가 정치의 최전선이 된 이유일 테다. 정치권 사정이야 그렇다 치고, 이게 검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까? 소가 뒷걸음질하다가 쥐를 잡는 것처럼 정치권이 자기들 의도대로 움직인 결과 정의를 올바르게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좋지 않은 경우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검사들이 또 ‘피해자’를 자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가 뭐였는지는 이미 문재인 정권에서 경험했다. 그런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면 문제를 문제 그 자체로 봐야 한다. 오직 진실 추구를 우선해야 하고, 정치가 본래 자기 할 바를 성실히 하는 맥락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요즘 같은 때 너무 순진한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Copyright © 한겨레2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 40만6771㎞, 지구인이 가장 멀리 날아갔다
- 두 팔을 잃은 노동자, 이제야 ‘머물 권리’를 얻었다
- “본때를 보여줘야지!” 베이징 거리에서 들리는 낯선 ‘호전론’
- 국토부, 한겨레21 보도에 “휴게소 ‘대금 미지급’ 전수조사 하겠다”
- [단독] 휴게소 운영사에게 떼인 28억원… 점주는 세상 등졌다
- [단독] 맥쿼리 사모펀드, ‘알짜’ 휴게소서 2천억원 벌어갔다
- ‘로테이션 소개팅’은 왜 주류가 되었나
- “직장 내 괴롭힘” 외치니 보복, 조선뉴스프레스의 ‘뒤끝’
- 김부겸은 이미 이겼다, 당락 떠나
- “본때를 보여줘야지!” 베이징 거리에서 들리는 낯선 ‘호전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