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리티 "이란 종전 불확실성에도 비트코인 급변동 없을 것"

이정훈 2026. 4. 1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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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매도수요 대체로 흡수…6.5만달러 충분히 지지할 듯"
"원유 백워데이션+신용스프레드 안정적…전쟁 우려 단기적"
"상승국면 재진입엔 촉매 필요하지만, 바닥 다지기는 진행 중"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과 이란 간 종전협상이 불발에 그치면서 또 다시 시장이 불확실성 하에 놓였지만, 비트코인 매도수요가 상당 부분 흡수된 만큼 가격 급변동이 나타나는 대신에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가 전망했다.

유리엔 티어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글로벌 매크로 디렉터는 12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시장 환경을 두고 “또 한 번의 거친 롤러코스터”라고 표현하면서 매주 점점 더 낯선 헤드라인이 쏟아지는 듯한 장세라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핵심 메시지는 상황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티머 디렉터는 “시장이 전반적으로 볼 때 현재의 지정학적 긴장, 특히 이란을 둘러싼 갈등이 생각보다 이른 시일 내에 어떤 형태로든 해결될 것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급등했음에도, 원유 선물곡선은 여전히 백워데이션 상태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먼 만기의 선물 가격이 근월물보다 약 40달러 낮게 거래되고 있다는 것인데, 그는 “이런 구조가 시장이 현재의 공급 차질을 장기 위기가 아니라 단기적인 병목 현상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장 움직임 역시 이런 신중한 낙관론을 뒷받침한다. 한때 약 9% 하락했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현재 낙폭이 1% 수준까지 회복됐다.

신용스프레드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시스템 전반의 스트레스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방어적 자산으로 여겨지는 영역에서도 신호는 단순하지 않다. 보통 상관관계가 낮은 금과 채권이 최근에는 더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티머 디렉터는 이를 부분적으로 글로벌 자금 흐름의 결과로 해석한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운송에 제약을 겪는 국가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이나 미국 국채 같은 고유동성 자산을 매도하고 있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이례적인 상관관계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티머 디렉터는 비트코인은 이런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또 다른 층위를 더하고 있다고 봤다. 비트코인은 점점 금처럼 움직이는 반면, 금은 때때로 비트코인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비트코인이 12만6000달러에 도달했을 때, 빠르게 움직이는 자금은 디지털자산에서 빠져나와 금으로 이동했다. 이는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에서도 확인됐다. 그러나 그는 비트코인이 이미 고점 대비 50~60% 하락한 상태이기 때문에, 시장에 남아 있는 이른바 ‘약한 손(paper hands)’이 훨씬 줄었다고 보고 있다.

매도 압력은 대체로 상당 부분 흡수됐고, 반대로 큰 폭 상승했던 금은 되레 조정에 더 취약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두 자산 모두에 대해 여전히 강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은 기술적으로 흥미로운 구간에 와 있으며, 6만5000달러 선이 견고한 지지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비트코인이 바닥을 다지는 과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다음 상승 국면을 이끌 촉매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편 티머 디렉터는 주식시장이 사실상 성공적인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낙폭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으로 그는 기업 실적의 견조함을 꼽았다.

중요한 점은, 이란 갈등 이전부터 더 넓은 거시 환경이 이미 우호적이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관세 철회 결정은 정책 환경을 개선했고, 인공지능(AI) 주도 거품에 대한 우려도 현실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AI와 소프트웨어 밸류에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의적인 시선을 건강한 신호로 본다. 진짜 거품 국면에서는 투자자들이 더 이상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지 않지만, 지금은 오히려 정반대라는 것이다. 이런 검증과 의문 제기가 시장 과열을 막는 데 도움이 됐다고 그는 평가했다.

이런 배경은 여전히 건설적이라고 티머 디렉터는 주장한다. 그는 이를 강한 경기 중반(mid-cycle) 확장 국면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몇 가지 리스크도 지적했다.

하나는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 기술주에 대한 집중 위험이다. 또 다른 핵심 우려는 금리 위험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5%에 근접하고 있으며, 5%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금리가 하락이 아니라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주의 깊게 봐야 할 중요한 신호라는 설명이다.

결국 티머는 변동성 국면을 단지 위기만이 아니라 기회로도 해석한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유동성의 수요자가 아니라 공급자가 되라고 조언한다. 혼란한 시기에 공포에 휩싸이는 사람은 가격을 받아들이는 ‘프라이스 테이커(price taker)’가 되지만, 장기적 시각을 가진 규율 있는 투자자는 시장에 나서 가격 형성에 참여하는 ‘프라이스 메이커(price maker)’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피델리티 역시 이런 접근법에 따라 변동성에 기대어 유동성을 공급하고, 다른 이들이 물러설 때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한다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사건이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티머는 두려움 때문에 시장 밖에 머무르는 것은 실행 가능한 전략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신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와, 스트레스 국면에서도 시장에 참여하려는 태도가 앞으로 나아갈 최선의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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