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MZ 몰리는 '로컬 맛집', 대박난 비결은

정혜인 2026. 4. 1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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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성심당·부산 이재모피자 등 로컬 브랜드 급성장
MZ세대 KTX 타고 '성지순례'…지역 경험 소비
영업이익률 20~30%대…서울 프랜차이즈 압도
성심당 롯데백화점 대전점. / 사진=성심당 인스타그램

"대전 가면 성심당, 부산 가면 이재모피자."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끄는 '맛집 순례' 코스입니다. KTX를 타고 몇 시간씩 내려가 줄을 서서 빵을 사고 피자를 먹는 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요. 이들에게는 '오직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게 오히려 매력이죠. SNS에는 이들 맛집을 방문한 인증샷이 넘쳐납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각 기업의 실적으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실적 쑥

로컬 기업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업은 대전의 '성심당'입니다. 성심당은 1956년 대전역 앞 찐빵집으로 시작해 올해 70주년을 맞았는데요. 튀김소보로와 부추빵 등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 진출 없이 오로지 대전 안에서만 지점을 늘리며 '대전 아니면 못 먹는 빵'이라는 희소성을 브랜드 파워로 키웠죠. 최근에는 딸기시루 같은 케이크로 MZ세대 오픈런을 부르고 있습니다.

성심당의 성장세는 매우 가파릅니다. 성심당을 운영하는 로쏘의 매출액은 2023년 1243억원에서 지난해 2629억원으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도 2023년 315억원에서 지난해 644억원으로 같은 기간 두 배 늘었죠.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성장률은 각각 35.7%와 34.5%에 달합니다. 특히 영업이익은 웬만한 대기업 빵집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부산에도 지역을 지키며 성장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1992년 부산 남포동에서 시작한 '이재모피자'인데요. 푸짐한 토핑과 좋은 재료, 합리적인 가격으로 입소문을 탔죠. 최근에는 부산역과 서면으로 지점을 확장하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재모피자 운영사 에프지케이의 매출은 2023년 167억원, 2024년 337억원, 지난해 461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도 2023년 40억원에서 지난해 127억원으로 3년 만에 3배 넘게 늘었죠.

그래픽=비즈워치

부산의 '모모스커피'는 최근 젊은 세대에게 주목 받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입니다. 2019년 전주연 바리스타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한국인 최초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요. 부산 영도에 대형 로스터리 카페까지 열며 '커피 도시 부산'의 상징이 됐습니다.

모모스커피의 매출액은 2023년 134억원에서 지난해 323억원으로 2년 만에 두 배 넘게 뛰었습니다. 영업이익은 2023년 7억원에서 지난해 64억원으로 같은 기간 9배 넘게 급증했죠.

광주의 '창억떡집'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떡집은 1965년 광주 동명동에서 시작해 2대째 가업을 이어오는 역사 깊은 곳인데요. 떡이 트렌디한 디저트로 인식되며  MZ세대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 호박인절미가 '제2의 두쫀쿠'로 불리며 '떡켓팅'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죠. 운영사 창억의 매출은 2023년 341억원에서 지난해 458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고요. 영업이익은 2023년 44억원에서 지난해 76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지역이 진짜다

이들 말고도 전국에는 많은 로컬 브랜드가 있습니다. 속초 여행 필수 코스로 꼽히는 '만석닭강정'은 '식어도 맛있는 닭강정'으로 유명합니다. 전국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열지만 속초 외 지역에는 정식 매장을 내지 않습니다.

광주 '궁전제과'도 성심당과 함께 전국 5대 빵집으로 불리며 유명세를 타는 곳인데요. 공룡알빵과 나비파이가 시그니처 메뉴죠. 최근 들어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제주의 '우무'도 있습니다. 우무는 우뭇가사리 푸딩으로 젊은 층을 사로잡고 있는데요. 비누와 화장품까지 영역을 넓히며 제주 로컬 브랜드의 대표주자로 자리잡는 중입니다.

이재모피자 / 사진=독자 제공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은 서울에 매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모모스커피나 창억떡처럼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만석닭강정처럼 서울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재모피자는 부산이 아닌 제주에 딱 한 개의 매장을 갖고 있죠. 하지만 대부분 본점이 위치한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MZ세대에게는 이런 '오직 거기서만'이라는 희소성이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MZ세대는 단순히 상품을 사는 데 만족하기보다 그 브랜드가 가진 공간과 분위기를 직접 경험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지방으로 향하죠. 모모스커피 원두를 온라인에서 주문할 수는 있지만 온천장 본점에서 커피를 마시는 경험과는 다릅니다.

결국 이들에게는 '물리적 공간의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프랜차이즈보다는 지역의 역사와 스토리가 담긴 로컬 브랜드가 '진짜'처럼 느껴지는 거죠. 

'서울=성공' 공식은 옛말

지역을 지키는 것은 이들 브랜드에게도 합리적인 선택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서울 진출'이 성공의 기준이었습니다. 지방에서 잘되면 당연히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는 지역에 머무르며 지역만의 특성을 지키는 게 오히려 더 강력한 생존 전략이 됐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비용'일 겁니다. 서울 강남이나 홍대 같은 핵심 상권의 임대료는 평당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달합니다. 권리금까지 합치면 초기 비용만 수억원이 필요하죠. 반면 지방 도시는 상대적으로 임대료 부담이 적습니다. 게다가 이들 로컬 기업 중 상당수는 본점 건물을 소유하고 있어 고정비가 더 낮습니다.

가맹 관리비도 없습니다.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 같은 프랜차이즈는 본사에 로열티를 내야 하지만 이들은 모두 직영 체제라 그럴 필요가 없죠. 원재료도 지역 공급망을 활용해 더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습니다. 이재모피자가 임실 치즈를 고집하는 것도 전라도 지역 생산자와 직거래해 원가를 낮추면서도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다만 이재모피자는 이달부터 임실 치즈를 대신해 자체 개발 치즈를 사용 중이라고 합니다.

모모스커피 도모헌점. / 사진=독자 제공

실제로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상당히 높습니다. 이재모피자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7.6%를 기록했고요. 성심당의 영업이익률은 24.5%였습니다. 모모스커피는 19.7%, 창억은 16.6%였죠. 서울의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높은 임대료와 가맹비 때문에 한자릿수 영업이익률에 그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이런 구조는 소비자에게도 이득입니다. 서울 임대료 거품이 빠진 가격으로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살 수 있으니까요. 성심당의 튀김소보로가 1700원에 팔릴 수 있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서울 진출을 하지 않으면서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고 그 이익을 다시 품질 개선과 매장 확장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집니다. 성심당이 대전 안에서 계속 지점을 늘리고 이재모피자가 부산 핵심 상권에 매장을 추가하는 것도 이런 구조 덕분으로 풀이됩니다.

정부도 이런 로컬 기업들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유망 로컬창업가를 발굴하고 활기 넘치는 지역 상권을 만들기 위해 '모두의 지역상권 추진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로컬 기업이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거겠죠. 서울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내려오게 만드는 것, 그게 로컬 기업의 진짜 힘입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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