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어린이날 문 닫을라··· ‘대형마트 2위’였던 홈플러스의 비명

전혜원 기자 2026. 4. 1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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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가 5월4일까지 연장됐다. 경영 위기의 원인을 바라보는 노사 간 시각차가 크다. 노사는 공적 개입을 희망하지만, 정부·여당은 소극적이다.
3월30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의 주류 코너에서 김현원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강서지회장이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주류 코너에 술이 아닌 옥수수수염차와 감자칩, 텀블러 따위가 진열돼 있다. 계란이 가득 차 있어야 할 냉장 매대 한쪽에는 컵라면 박스가, 소시지가 있던 냉장 매대에는 올리브유가 쌓여 있다. 마트를 찾은 손님들이 들르던 분식집과 미용실은 문을 닫았다. 서울시 등촌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강서점의 3월30일 모습이다. 이곳 계산원으로 일하는 김현원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강서지회장(46)은 “고객님들이 ‘어떻게 된 게 소주도 커피도 휴지도 없냐’고, ‘이러니 망하지’라고 저희한테 화풀이를 한다. 아까도 물엿을 사러 왔는데 없다며, 억울해서 빵이라도 사간다는 손님이 있었다. 본사를 끼고 있는 강서점이 이 정도면 다른 곳은 더하다는 얘기다. 손님들에게 ‘저희는 급여도 못 받고 일해요’라며 양해를 부탁드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한 게 2025년 3월4일이었다. 회생절차 돌입 1년을 맞는 올해 3월3일, 서울회생법원 제4부는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을 5월4일까지 2개월 연장했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12월부터 직원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지급했지만, 3월 월급은 4월2일 현재까지도 절반만 지급한 상태다. 홈플러스 내에서 식음료·패션·잡화점을 운영하는 입점 점주들은 판매 대금을 바로 받지 못하고 최장 60일 뒤에 홈플러스로부터 정산받는다. 김병국 홈플러스 입점점주협의회 회장은 “3월30일이 1월 판매분에 대한 대금을 입금받는 날인데, 지연될 예정이라는 공문을 받았다. 이러면 식자재 납품 금액, 직원 월급, 공과금, 생활비가 다 막혀버린다. 개인들이 빚을 내서 해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안수용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MBK파트너스의 책임이 크다. 유통 전문 회사가 아닌 사모펀드가 들어오면서 홈플러스의 자산을 빼먹었다”라고 주장했다. 사모펀드란 ‘소수의 투자자에게만 비공개로 자금을 모아 굴리는 펀드’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어서 공모(公募)가 아니라 ‘사모(私募) 펀드’다.

2015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영국 유통기업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당시 인수 거래 규모는 7조2000억원으로 거론된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 금액 상당 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했다. 이처럼 돈을 빌려서 회사를 인수하고, 그 차입금 상환 재원을 인수 대상 회사의 자산과 현금흐름에 의존하는 기업 인수 방식을 ‘LBO(Leveraged Buyout·차입 매수)’라고 한다. 인수 자금 가운데 차입금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면, 피인수 기업(법인)은 이후 뼈저린 경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마트에서 빵과 우유를 팔아 번 현금 중 막대한 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빌린 돈(차입금)의 규모에 대해서는 노사의 관점이 크게 엇갈린다. 홈플러스 경영진(지배구조상 MBK파트너스 측이 지명)은 인수 자금 가운데 빌린 돈이 2조7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 대출의 담보는 (당시 시점에선 미래에 인수할) 홈플러스의 자산이었다. 나머지 핵심 자금은 MBK파트너스의 사모펀드가 조성한 3조2000억원으로 충당했다는 것이다. 인수 당시 홈플러스의 현금 창출력을 감안하면 (회사 측이 주장하는) 신규 차입금 2조7000억원이 그리 과도한 편은 아니었다는 게 경영진 측 입장이다. 인수 당시 홈플러스는 이미 수조 원의 부채를 갖고 있기도 했다.

이마트·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차이

반면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측의 계산은 전혀 다르다. MBK파트너스 측이 동원한 자금 중 은행들이 가장 먼저 회수할 권리를 가진 선순위 차입금만 4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반박한다. 게다가 경영진이 ‘투자금’이라고 주장하는 3조2000억원 중 7000억원은 꼬박꼬박 이자(배당)를 줘야 하고 원금 상환까지 요구할 수 있는 RCPS(상환 전환 우선주)였다. 무늬만 주식일 뿐 빚이나 다름없는 이 7000억원까지 합치면, 사실상 5조원을 무리하게 ‘빚내서’ 인수한 것이 실체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실제로 홈플러스 법인은 이른바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인해 무거운 차입금 상환 의무를 떠맡게 된다. 이 방식의 실질적 흐름은 다음과 같다. 홈플러스 법인 소유의 점포(자가 점포)를 기관투자자 등에 판매한다. 그 매각대금으로 빌린 돈(선순위 차입금 등)을 갚는다. 홈플러스 법인은, 예전엔 자기 소유였던 그 점포를 투자자로부터 빌려 운영하며 임차료를 내게 된다. 자기 점포였기 때문에 내지 않아도 될 막대한 돈이 매달 월세라는 고정비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이에 홈플러스 경영진 측은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을 감안하면 큰 차이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68개 임대 매장 중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임대 매장으로 전환된 곳은 14곳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MBK파트너스 인수 전후 홈플러스의 현금흐름을 분석한 장석우 변호사(공인회계사, 법무법인 여는)는 “자기 소유 건물에서 장사하는 것과 남의 건물에서 비싼 임차료를 내고 장사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세일 앤드 리스백 증가로 임대인(점포를 매입한 기관투자자 등)에게 배분되는 몫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점포 리뉴얼 등에 대한 투자 여력이 제약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서도 홈플러스 경영진 측의 인식은 퍽 다르다. 차입 인수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보다 ‘규제 환경’에 주목한다. 홈플러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변곡점이 두 번 있었다. 첫째, 2018년 최저임금이 17% 가까이 오르면서 연 1400억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했다. 경영 계획상 전혀 준비하지 못한 충격이었다. 물론 다른 대형마트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았지만, 일용직과 단기 계약직 위주로 운영되는 타 마트와 달리 홈플러스는 2019년 전 직원 정규직화를 단행하면서 인건비와 복지비용 상승 타격이 더 컸다. 둘째, 이마트나 롯데마트는 물류센터를 별도로 두고 그곳에서 배송하지만 홈플러스는 점포 하나하나가 곧 물류센터 개념이라 매장에서 직접 배송한다. 그런데 (2012년 3월부터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매월 2회 일요일 휴무와 밤 12시~오전 8시(2013년 4월부터 오전 10시) 영업시간 제한이 시작되고 홈플러스 점포가 해당 규제를 적용받으면서, 저희만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지 못했다. 적어도 신선식품은 쿠팡과 경쟁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새벽배송이 가능하도록 영업일·영업시간 규제 완화 법안을 통과시키려 노력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회생 신청 직전인 2025년 2월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의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하며 이렇게 썼다. “(홈플러스는) 대주주 변경 이후 자산매각 등을 통한 인수금융 상환을 우선 과제로 삼았으며 설비투자 규모를 크게 축소해 점포당 매출이 감소하는 등 자체 집객력이 저하되었다.” 그 결과 순수익이 비용을 내기 어려운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결국 온라인 시장 확대로 대형마트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차입금 상환을 위해 점포 매각을 단행함에 따라 임차료 등 고정비 부담이 늘고 투자 여력은 축소되면서 자체 경쟁력도 떨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홈플러스 노사가 공히 바라는 것은 공적 개입이다. 현재 회생 절차를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맡고 있는데, 이런 방식이 아니라,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8곳이 공동으로 설립한 구조조정 전문기관 ‘유암코(UAMCO)’가 기존 경영진이 아닌 제3자 관리인으로서 회생 절차를 주관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에 MBK파트너스가 투입한 긴급 운영자금 1000억원 외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나 정부 차원에서도 공적자금을 우선 빌려줘서 숨통을 트이게 해달라고도 요구한다. 그러나 유암코도, 산업은행도, 이들을 움직일 정부·여당도 소극적이다. ‘MBK홈플러스 사태 해결 TF 단장’인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간기업인 데다, 유통업이 (해운이나 항공, 조선 같은) 국가 기간산업이라고 보기 어려워 정부에서 공적자금을 넣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인 민병덕 의원은 “‘공적자금을 투입해도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라는 우려 때문에 다들 주저하고 있는 듯하다.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 브랜드인) 익스프레스가 매각되면 분위기가 좀 반전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형 실직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

반전을 기대할 여지가 없진 않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무리하게 공적자금을 투입해달라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회생이 가능하게 일시적으로 돈을 빌려달라는 것이다. 일단 납품이 돼야 돈이 돌 수 있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된다. 월 인건비가 600억원이다. 대주주 책임은 추후에 별도로 논하더라도 직원과 입점 소상공인, 납품업체, 그 가족까지 30만명은 우선 살리고 봐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직원만 1만9000명이고 거래처가 6000곳이다. 그중에서 3000곳은 매출 절반 이상을 홈플러스를 통해 일으킨다. 코로나19 때 문 닫은 적 없고 정부 기조에 따라 농산물 가격을 낮추는 등 홈플러스도 대형마트로서 공적 역할을 감당했는데, 정부는 우리를 ‘든든한 주주사가 있는 단순 유통 사기업’으로만 본다.”

지난해 12월1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간부들이 24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지난해 5월1일에서 19일까지 19일간, 11월8일에서 12월4일까지 27일간, 올해 2월3일에서 2월25일까지 23일간 세 차례 단식을 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태는 좀처럼 이슈의 중심에 서지 못했다. 안수용 지부장은 “유암코가 들어오는 게 왜 중요하냐면 ‘정부가 홈플러스를 살릴 의지가 있구나’라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홈플러스 망하게는 안 한다’고 약속은 많이 해주시는데 실질적으로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숨이 넘어갈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사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도 긴급 운영자금 마련에 참여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한 데다, 홈플러스가 설령 회생에 실패해도 62개 점포를 담보로 갖고 있는 메리츠금융으로서는 돈을 못 돌려받을 일이 거의 없어서 추가 자금을 투입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현원 강서지회장은 “이러다 5월4일까지도 해결이 안 되면 다음 날인 어린이날 문 닫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크다”라고 말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형 실직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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