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AI,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2026. 4. 1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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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는 인간처럼 춤을 추는 로봇과 테니스 코트에서 사람과 랠리를 주고받는 로봇,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가는 AI 시스템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로봇과 AI 기술은 통제된 환경에서는 높은 완성도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 투입되면 전혀 다른 도전에 직면한다.

특히 즉각적인 판단과 경험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현재의 로봇과 AI 기술은 아직 불확실성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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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AI·계산과학실장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는 인간처럼 춤을 추는 로봇과 테니스 코트에서 사람과 랠리를 주고받는 로봇,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가는 AI 시스템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시연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이미 인간의 영역에 근접한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전시장에서의 인상적인 장면이 곧바로 현실 산업과 일상생활에서의 실질적 활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기술 시연과 실제 적용 사이에는 여전히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로봇과 AI 기술은 통제된 환경에서는 높은 완성도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 투입되면 전혀 다른 도전에 직면한다. 산업 현장과 생활 공간은 수많은 변수와 예외로 가득 차 있으며, 조명과 소음, 설비 노후도, 작업자 숙련도 차이와 같은 요소들은 AI의 판단을 쉽게 흔든다. 전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던 기술이 현장에서는 잦은 오류와 중단을 반복하는 이유다. 특히 즉각적인 판단과 경험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현재의 로봇과 AI 기술은 아직 불확실성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생성형 AI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우 그럴듯한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이는 실제 이해에 기반한 판단이라기보다 확률적 패턴 추론에 가깝다. 그로 인해 사실과 오류를 구분하지 못하는 환각 현상이나 근거가 불분명한 결론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안전과 품질, 책임성이 중요한 산업 분야에서는 이러한 특성이 현실적인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한계는 모델 구조의 개선, 데이터 품질 향상, 인간 개입형 설계 등의 발전과 함께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 다만 기술의 진화 속도가 곧바로 현장 신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AI를 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을 맹신하지 않는 태도다. 최신 기술이라는 이유만으로 도입을 서두른다면 기대했던 혁신보다 현장의 혼란과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쉽다. 현재의 AI는 정답을 대신 내려주는 존재라기보다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 인간의 판단을 보조하는 도구에 가깝다. 향후 산업현장에서의 AI의 역할 역시 인간을 대체하는 방향보다는, 복잡한 판단 환경에서 인간의 의사결정을 확장하고 정교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AI가 제시하는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현장의 맥락 속에서 활용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산업 현장에서는 설비 이상 감지나 고장 예측을 위해 AI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초기에는 오탐지와 미탐지가 반복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이상 데이터 부족과 공정 조건 변동성 때문이다. 이후 현장 엔지니어와 데이터 분석가가 함께 공정 특성을 모델에 반영하면서, 현장에서 설명 가능하고 활용 가능한 AI로 개선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이는 기술 자체보다 도메인 이해가 성패를 좌우함을 보여준다.

AI 도입은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전략 과제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명확한 목적 설정과 단계적 적용, 현장 신뢰 확보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화려한 기술을 도입했느냐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얼마나 현실에 맞게 활용하느냐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 수준을 넘어, 생산성 향상과 품질 안정성, 안전 확보, 그리고 숙련 인력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축적·전승하는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의 AI를 냉정하게 이해하고 우리 제조업의 강점과 결합해 전략적으로 활용할 때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박정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AI·계산과학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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