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우량채 호텔신라…자산재평가 1년 만에 건전성 ‘빨간불’

이건엄 2026. 4. 1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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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 체크포인트]
14일 1300억 규모 무보증 회사채 수요예측 진행
차입금의존도 47.5% 껑충…실질 순차입금 1.2조 상회
재무지표 비우량급는 수익지표는 투기급에
실제 신용등급과 괴리에 회사채 투심 위축 우려
이 기사는 2026년04월12일 07시0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크레딧 체크포인트는 회사채 발행을 앞둔 기업을 대상으로 재무구조와 자금 흐름을 점검해 신용등급 위험을 가늠해보는 코너입니다. 재무제표에 나타난 숫자뿐 아니라 현금흐름의 질과 지속 가능성에 주목해 기업의 단·중기 재무 안정성을 살펴봅니다. 회사채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들이 보다 입체적인 시각에서 기업의 신용도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핵심 재무 지표와 잠재 리스크 요인을 짚어봅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호텔신라(008770)가 1년 전 대규모 자산재평가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면세사업(TR) 부진의 상흔이 깊어지며 그 효과가 완전히 빛을 바랬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부분의 재무지표가 현재 신용도에 크게 못미치는 BBB급에 머물면서 기관투자자들의 투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견됐던 건전성 악화가 현실화하면서 호텔신라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면세사업 부진 장기화에 골치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오는 14일 2년물과 3년물로 구성된 총 1300억원 규모의 무보증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최근 차입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조달인 만큼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호텔신라에 대한 투심을 억누르는 가장 큰 요인은 핵심 사업인 TR 부문의 뼈아픈 실적 부진과 이에 따른 대규모 손실이다. 내외국인 출입국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이용률 및 객단가 하락이 겹치며 업황 회복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공항면세점 임차료 부담이 가중되며 지난해 TR 부문에서만 53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호텔·레저 부문이 609억원의 이익을 내며 방어했지만, 전사 영업이익은 135억원을 기록하며 체면치레만 간신히 하는 데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일회성 비용이 겹치며 지난해 연결기준 1728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냈다. 인천공항 면세점 DF1 사업권 조기 반납을 결정함에 따라 2302억원 규모의 ‘사용권자산해지손실(위약금 등)’이 영업외비용으로 일시에 반영된 것이 치명타로 작용했다.

신라호텔 전경.(사진=호텔신라)

이러한 수익성 저하는 고스란히 재무건전성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HDC신라면세점 출자와 인천공항면세점 신규 입점 관련 보증금 납부 등으로 차입 규모가 확대된 가운데, 전반적인 재무 부담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실제 호텔신라의 주요 재무지표는 현재 신용등급인 AA-보다 최소 4단계 이상 낮은 BBB급에 머물고 있다. 신용등급은 우량채지만 실질적 재무지표는 비우량급에 해당하는 셈이다. 수익성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은 투기급인 CCC까지 떨어진 상태다.

가장 눈에 띄게 악화된 지표는 차입금의존도다. 지난해 말 기준 호텔신라의 자산총계 대비 차입금의존도는 47.5%로 전년(43.5%) 대비 4%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신용평가업계에서 적정 수준으로 보는 30~40%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리스부채를 포함한 총차입금은 1조 6837억원 규모에 달한다.

자본총계 대비 순차입금비율은 94.6%로 전년 대비 2.6%p 하락했으나 단기적인 자금 융통을 위해 단기금융상품을 크게 늘려 확보한 ‘착시 효과’에 가깝다는 평가다. 실제 신용평가사 조정 기준 실질 순차입금은 1조2000억원대를 훌쩍 상회하며 과중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유동비율 역시 107.9%로 전년 대비 14.8%p 하락했다. 수익성 저하 여파로 순차입금 대비 EBITDA 지표는 7배에 달해 여전히 과중하다는 평가다.

무색해진 자산재평가 효과…"예견된 일"

이번 재무 지표 악화는 호텔신라가 불과 1년 전 건전성 개선을 위해 대규모 자산재평가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호텔신라는 지난 2024년 말 서울 장충동2가 202 일대와 제주도 신라호텔 부지 등 보유 자산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토지자산 장부가액이 1917억원에서 1조 1289억원으로 급증했고, 2023년 394%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2024년 말 197%까지 대폭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당시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자산재평가의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재평가로 늘어난 자산 대부분이 당장 현금화하기 어려운 부동산 등 유동성이 낮은 유형자산인 탓에, 실제 자금이 필요할 경우 결국 차입을 통한 조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호텔신라의 부채비율은 다시 상승해 지난해 말 기준 220.1%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현금창출력 개선 없이 장부상 수치만 고쳤던 자산재평가가 길어지는 면세사업 부진과 맞물리며 오히려 재무 부담을 키우는 부메랑이자 독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면세 업황의 근본적인 턴어라운드 없이는 호텔신라의 자금 조달 여건이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질적인 현금유입 없는 자산재평가의 약발이 떨어진 상황에서, 조달 금리 상승과 추가적인 신용도 하방 압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산재평가에 따른 자본 확충은 장부상 지표 방어에 그쳤을 뿐, 실질적인 채무상환능력 제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주력인 면세 부문의 뚜렷한 현금창출력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는 한, 누적된 차입 부담은 결국 조달 비용 증가와 신용도 하방 압력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호텔신라 신용등급 맵핑 그리드 적용 결과.(표=한국신용평가)

이건엄 (leek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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