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리포트] 학폭 한 번이면 끝… 바뀐 대입의 기준

정주원 기자 2026. 4. 13.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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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판 뒤흔드는 경고음, 인성 중심 평가 강화
학폭 신고부터 학폭위, 처분, 대입 영향까지 총정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위권 대학 99% 탈락… 학폭 기록, 대입에 치명타

[우먼센스] '학폭의 무게'가 더 무거워졌다. 2026학년도 대입부터 모든 대학이 수시·정시 전형에서 학폭 기록을 의무 반영한다. 학생부종합전형뿐 아니라 논술, 실기, 정시(수능위주)까지 예외가 없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26학년도 수시 전형 학폭 반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170곳에 학폭 기록이 있는 상태로 지원한 수험생은 총 3,273명이었고, 이 중 2,460명(75.2%)이 불합격했다.

서울 주요 11개 대학(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으로 좁히면 불합격률은 더 높아진다. 학폭 기록이 있는 지원자 151명 중 150명, 99.3%가 불합격했다. 학교폭력 기록이 대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학부모들도 신고 단계부터 학폭위 절차와 유의사항을 사전에 숙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각 단계별로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정보를 시간순으로 짚어본다.  

학폭 절차, 신고에서 시작된다

먼저 피해 학생 또는 보호자가 담임교사, 학교, 학교전담경찰관(SPO) 등에 학교폭력 사실을 알리면서 절차가 시작된다. 신고 직후 학교가 접수와 보호자 통보에 나서고, 24시간 안에 분리 조치 여부를 결정하며 48시간 안에 교육지원청에 보고한다. 이후 전담기구 또는 조사관의 사안조사와 전담기구 심의를 거쳐 학교장 '자체해결'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자체해결이 어렵거나 피해학생 측이 원할 경우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려 최종 조치를 결정한다. 

학교장 '자체해결' 요건 4가지

다음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의2)

첫째, 2주 이상의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요하는 진단서가 발급되지 않았을 것.
둘째,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재산상 피해가 즉각 복구 혹은 복구 약속이 있을 것. 셋째,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을 것. 넷째, 신고·진술·자료 제공에 대한 보복행위(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 포함)가 아닐 것.

단, 이 네 가지를 다 만족하더라도 피해 학생과 보호자가 "심의위원회 개최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밝혀야 가능하다. 

신고 직후 3일, 결과를 좌우한다

학폭전담변호사들에 따르면 학폭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신고 직후 3일 정도다. 법률은 학교장이 사안 인지 시 "지체 없이" 사실 확인에 착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학교폭력예방법 제14조), 실무에서는 보통 당일에서 그 다음날 중으로 학생확인서(진술서) 작성이 요구된다. 이 첫 진술서가 이후 처분 수위를 사실상 결정짓는다. 한번 제출하면 번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후 48시간 이내에 교육지원청 보고가 올라가고, 72시간 이내에 1차 면담조사가 시작된다.

피해자 측, 초기에 해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

드라마 '더 글로리' 화면 캡처

즉시 해야 할 것은 첫째, 학교에 신속하게 신고하는 것이다. 경찰 고소보다 빠르고, 가해자 접근 금지 등 긴급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다. 둘째, 증거를 확보한다. 신체 피해 사진, 카카오톡·SNS 대화 캡처(일시와 가해자가 드러나야 한다), 아이 주변 친구나 학부모를 만나 정보를 모은다. 의외의 증거가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도 있다. 가해 학생을 직접 찾아가 따지면 아동학대·명예훼손으로 역고소당할 수 있다. SNS나 학부모 단체 채팅방에 사건을 올리면 명예훼손·모욕죄 역고소에 더해 학폭위 심의에서도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 가해자 부모와 감정적으로 부딪히면 본인이 피의자가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질 수 있다. 

가해자 측, 초기 대응이 결과를 바꾼다

즉시 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아이와 차분히 대화할 것, 쌍방 사안이라면 증거를 수집할 것, 진술서를 준비할 땐 인정할 팩트와 허위·과장된 부분을 냉정하게 구분하여 정리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아이가 그럴 리 없다"는 식의 섣부른 단정이다. 초기 대응이 늦어질 경우 상황 파악과 소명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건 진행 과정에서 피해 학생 측에 직접 연락하는 행위는 주의가 필요하다. 사과나 합의를 시도하는 취지라 하더라도, 방식이나 내용에 따라 협박이나 회유로 받아들여질 경우 추가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학폭위, 어떻게 열리나

학교폭력 기록 반영 의무화의 '기폭제'가 된 정순신 아들 학교폭력 관련 청문회/사진=eoimage

현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는 학교가 아니라 교육지원청에 설치돼 있다(2019년 개정). 피해자와 가해자는 한 공간이 아니라 분리된 절차 속에서 각각 진술하고, 위원회가 조사자료와 제출 자료를 종합해 판단하는 대면 심의 절차에 가깝다. 

심의위원회는 10명 이상 5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법률·교육·청소년·심리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며, 해당 교육지원청 관할 학교 학부모가 전체 위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
 

학폭위 이후, 처분은 어떻게 되나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에 따라 심의위원회가 가해학생에게 내리는 조치는 9단계다.

사진=chatGPT/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4.3.5

조치는 보존기간과 졸업 전 삭제 가능 여부에 따라 분류해 구분했다. 1~3호 모두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며, 졸업과 동시에 삭제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조치는 하나만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치가 함께 부과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1호와 2호, 또는 3호와 2호가 함께 내려지는 사례가 흔하다.

1호(서면사과)는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사과문을 작성·전달하는 조치이다. 교육청 사례와 판례의 흐름을 분석해본 결과 일회성 언어폭력이나 가벼운 다툼처럼 지속성이 없는 경우에 적용되는 경향이 있다. 

2호(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는 일정 기간 피해 학생에 대한 접근과 연락을 제한하는 조치로, 이 역시 일회성이지만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거나 추가 피해를 막을 필요가 있을 때 내려진다. 두 조치는 함께 적용되는 경우도 많다.  3호(학교에서의 봉사)는 교내에서 청소나 도서 정리 등의 봉사활동을 수행하는 조치로, 반복적인 놀림이나 조롱 등 경미하지만 '지속된' 괴롭힘에 적용된다.

4~5호는 생활기록부에 기재되고, 원칙적으로 졸업 후 2년간 보존된다. 다만 반성 정도와 행동 변화가 확인될 경우 졸업 직전 심의를 통해 삭제될 수 있다. 4호(사회봉사)는 학교 밖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수행하는 조치로, 집단 괴롭힘의 초기 단계나 경미한 신체폭력처럼 '고의성'이나 '집단성'이 확인된 경우 내려진다.

5호(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는 지정 기관에서 예방교육이나 상담·치료를 받는 조치로, 가해 학생의 인식 부족이나 반성 부족 등 행동 교정이 필요할 때 적용되며 보호자 교육이 함께 부과되기도 한다.

6~7호는 생활기록부에 기재돼 졸업 후 4년간 보존되는 것이 원칙이다. 6호(출석정지)는 일정 기간 등교를 금지하는 조치로, 신체폭력이나 반복적 괴롭힘 등 피해 학생과의 즉각적인 분리가 필요한 경우 적용된다. 7호(학급교체)는 같은 학교 내에서 가해 학생을 다른 반으로 이동시키는 조치로,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됐거나 보복 가능성이 있는 경우 내려진다. 이 단계부터는 '제재'를 넘어 '분리'의 성격이 강해진다.

두 조치는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졸업 시 삭제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제18조 제5항에 따라 '심사받을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재학 기간 동안 서로 다른 학교폭력 사안 2건 이상으로 조치를 각각 받은 경우나, 해당 조치 결정일로부터 졸업학년도 2월 말까지 6개월이 경과하지 않은 경우다.

8호부터는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남고 졸업 전 기록이 삭제는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불가하다. 8호(전학)는 가해 학생을 다른 학교로 옮기는 강제 전학 조치로, 장기간 집단 괴롭힘이나 금품 갈취, 협박 등 구조적이고 중대한 폭력에 적용된다. 초·중학교(의무교육)에서는 퇴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가장 무거운 처분으로 기능한다.

9호는 교육적 교정의 범위를 넘어선 경우로 판단되는 단계다.  이른바 퇴학처분으로 고등학생에게만 적용된다. 성폭력이나 중대한 신체 폭행 등 범죄 수준의 사안에서 내려진다.

학폭위 조치, 반복성ㆍ단체 여부ㆍ보복 가능성 따라 달라져

결국 조치는 해당 사안이 일회성인지 반복적인지, 개인 간 갈등인지 집단 따돌림인지, 피해 정도의 심각성과 보복 가능성 등 따라 달라진다. 접수 이후 피해 학생에 대한 협박이나 보복 행위가 확인되면 조치 수준이 더 높아지거나 가중될 수 있다.

처분에 불복할 수도 있다. 피해 학생 또는 가해 학생, 그들의 보호자는 교육장이 내린 조치에 대해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 피해 학생 측은 처분이 부당하게 가볍다고 판단하면 불복할 수 있고, 반대로 가해 학생은 무겁다고 생각하면 불복할 수있다. 단,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제기했다고 해서 처분의 효력이 자동으로 멈추지는 않는다. 집행정지 결정을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 

대학 입학처/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학 입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

학교폭력 기록에 대한 '실질 불이익 강화'가 주요 대학의 공통 흐름이다. 특히 상위권 대학일수록 1~3호도 가볍게 보지 않는 추세다. 입시 전문가들은 "4호(사회봉사) 이상 처분 기록이 있으면 서울 주요 대학 입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연세대학교·고려대학교는 호수별 정량 감점제를 시행하며, 중대한 처분에는 사실상 낙방 수준의 페널티를 부여한다. 서울대학교는 학폭 기록을 호수별 정량 감점표로 공개하지는 않지만, 입학전형에서 정성평가 및 감점요소로 반영하고 있다.

또한 성균관대학교는 1호 조치에 정시 총점의 10%를 감점하고, 2호부터는 총점 0점 처리해 사실상 입학을 차단한다. 서강대학교 역시 1호에 총점 1,000점 만점 중 100점 감점, 2호부터는 마찬가지로 총점 0점 처리다. 수능 만점을 받아도 불합격이라는 뜻이다. 

다만 대학이 실제로 보는 것은 '몇 호'라는 숫자만은 아니다. '갈등 상황에서는 어떻게 책임을 인정했는지', '관계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이후 행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 성찰 과정과 공동체 회복을 더 중요하게 판단한다. 

그러므로 사과와 관계 회복이 이뤄지고, 이후 행동이 달라졌다면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반대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유사한 행동이 반복됐다면 불이익은 훨씬 커진다. 같은 3호 조치라도 사안의 구체적 내용, 이후 태도 변화, 책임 수용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해석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성적보다 인성'…평가 기준의 전환

국가교육위원회 출신의 한 교육 전문가는 "학교폭력 이력을 평가에 반영한 것은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도적으로 드러낸 사례"라고 말했다. 모 대학 입학처에서도 "학교의 신뢰를 해치는 행위는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입시 과정에서 관계역량과 책임감, 그리고 공동체 의식을 함께 평가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도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입시 평가 기준이 성적 중심에서 한 단계 확장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에는 학업 성취와 비교과 활동이 주요 평가 요소였다면, 이제는 개인의 책임 의식과 윤리성까지 반영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학교폭력 반영은 단순한 제도 개편이 아니라 입시 철학의 변화이자 인재상 재구성의 흐름인 셈이다.  

정주원 기자 jungjuwon05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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