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엘도라도를 찾아라" 창업에 도전하는 예비약사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헬스케어의 급격한 발전으로 창업이라는 '엘도라도(새로운 기회의 시장)'를 개척하는 예비 약사들이 늘어나며 '약대 졸업 = 약국, 병원'이던 과거의 공식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
◆증가하는 기술기반 창업 기업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5년 연간 창업 기업동향'에 따르면 2025년 창업은 전체적으로 전년대비 4.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이는 경기를 타는 '숙박음식점업', '부동산업' 등의 업종이 포함된 수치로 '기술기반창업' 부문만 본다면 전년 대비 2.9% 증가하여 전체 비중 19.5%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특히, 기술기반창업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증가했는데,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앞으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만 있다면 최소 인력만으로 쉽게 창업에 접근할 수 있어 '기술기반창업' 기업의 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대생들의 창업에 대한 관심
최근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등 의료 산업의 혁신이 약학에서도 빠르게 일어나는 만큼, 약학을 전공하는 약대생들 역시 창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 2025년 한해동안 '대한약학대학학생협회(약대협)' 주관의 '약학 창업 네트워킹' 행사가 처음으로 개최되었고, 약대생과 IT 개발자가 함께 참여하는 '약학 x IT 융합 해커톤' 대회에서는 총 16개 팀 (80명)이 경쟁하기도 했다. 이러한 학생 단체 차원의 움직임을 넘어, 실제 약대생 신분으로 창업에 뛰어드는 사례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2025 의정부 혁신도시 스타트업 챌린지'에서 대상을 수상한 성상현 대표 (차의과학대 약학과)와 AI 맞춤형 영양제 소분 배송 플랫폼 '웰니스박스'를 이끄는 권혁찬 대표 (연세대 약학과)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다양한 길을 개척하는 약대생 창업 사례
차의과학대학교 약학과 6학년에 재학 중인 성상현 대표는 공인중개사 자격을 바탕으로 약국과 지역 상권을 연결하여 상생구조를 만드는 'PharmaD'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PharmaD' 프로젝트의 경우 2025년 '북부권역 지역연계 강화 창업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 뿐만아니라 '일반 식품 OEM 사업'과 '건강기능식품 소분 판매 사업'까지 준비하며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례에서 배우는 예비 창업인들의 마음가짐
성상현 대표와 권혁찬 대표의 사례는 약대생 창업의 서로 다른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먼저, 성상현 대표의 사업에서는 '현장 기반의 문제 발견'과 '실행력'이 돋보인다. 그는 공인중개사로서 직접 현장을 누비며 약국과 지역 상권의 구조를 체감했고, 그 과정에서 소상공인과 약사가 겪는 어려움을 파악해 'PharmaD'라는 사업 모델로 구체화했다. 특히 '학생'이라는 신분의 이점을 살려 현직 약사들과 편안하게 소통하며 현장의 고충과 니즈를 수집해 문제를 정의한 점이 특징적이다.
반면 권혁찬 대표의 사례에서는 약학적 전문성을 실질적인 문제 해결 모델로 구현해 내는 능력과 비즈니스의 확장성이 돋보인다. 그는 약료봉사활동을 통해 '영양제 오남용'과 '약물 상호작용'에 대한 문제를 직접 목격했고, 이를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닌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로 발전시켰다. 특히 약사 및 교수진을 바탕으로 한 약학 기반의 네트워크에 AI 기술을 결합해 '현장+학문+데이터' 구조를 구축함으로써 서비스의 신뢰도를 높힌 점이 주목할 만하다. 나아가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서비스 타깃을 개인에서 기업으로 넓히며 B2B 모델로 사업을 확장했다.
두 대표의 사례를 종합해 보면, 앞으로 창업에 도전할 약대생들이 갖춰야 할 핵심적인 태도는 명확해진다. 단순히 전공 지식만을 쌓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의 해결책이 실제 사회에서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구현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창업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행의 연속임을 보여주고 있다.
◆약대생 창업의 현실적 장벽과 제도적 과제

◆약대생 창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의 필요성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창업의 높은 문턱을 넘기 어렵기에,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사회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우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약사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진로를 전제로 설계된 현재의 약대 교육 환경에서는 창업이라는 도전에 심리적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창업을 유의미한 진로의 하나로 인정하고, 실패조차 소중한 학습 과정으로 품어주는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
둘째, 학점 연계 및 실무 중심 창업 교육 프로그램이 조성되어야 한다. 창업을 정규 교육과정과 연결한다면, 학생들이 보다 창업에 관심을 가지고 심리적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
셋째, 면허 취득 전 단계에서 제도적 유연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특히 규제가 엄격한 헬스케어 분야 특성상, 초기 실험과 검증 단계에서 많은 제약이 존재하는 만큼, 예비 창업가들이 안전한 범위 내에서 사업 모델을 테스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재정적 지원과 네트워크 인프라가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사업, 투자 연계 프로그램, 타 전공과의 협업 기회 확대 등은 창업 초기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약대 특유의 제한적인 교류 환경을 극복하고 타 전공과의 융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특히 이런 연계 프로그램이 적극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국 약대생이 꿈꾸는 창업의 '엘도라도'는 개인의 열정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교육·제도·투자가 함께할 때 비로소 현실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