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이 압구정3구역 사업 노린다…재건축 자금조달 구조 관건

[대한경제=김현희 기자]금융권이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에 눈독들이는 이유는 고액 자산가 고객의 확보는 물론, 재건축 사업비 조달 마진이 상당하는 점에서다. 사업비 규모만 최소 5조56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조합원들의 이주비대출과 중도금, 분담금 문제 등까지 고려하면 10조원에 육박할 수준으로 초대어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에는 외국인들의 매입 비중도 상당해 외국계 은행 현지법인까지 자금조달 구조에 참여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는 것이다. 외국인 조합원들은 국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외국계 은행 본점이나 현지법인을 통해 분담금 등을 최대로 조달할 수 있다. 압구정3구역 아파트 자체가 100억원 안팎의 시세여서 외국인 조합원들 10명만 돼도 무려 1000억원 수준이다.
외국계 은행들로서도 수천억원 규모의 자국인의 자산을 관리할 수도 있고,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을 통해 조달 마진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 시공사로 유력한 현대건설이 지난달 초 17개 금융회사와 업무협약을 맺은 'H-금융 솔루션'에도 SC제일은행이 포함됐다. 이외에 다른 외국계 은행의 현지법인도 포함된 것이 파악됐다.
SC제일은행도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취급할 뿐, 이주비대출이나 중도금 등 집단대출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SC제일은행은 현재 대주주가 영국 SC그룹이지만, 옛 제일은행이 전신이기 때문에 국내 시중은행과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집단대출이나 재건축 사업의 자금조달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는데, SC제일은행과 한 외국계 은행이 'H-금융 솔루션'에 참여한 것이다.
'H-금융 솔루션'은 재건축 단계별로 △사업비 △이주비(추가이주비 포함) △중도금 △조합원 분담금 △입주시 잔금 등 재건축 단계별로 최적의 금융상품을 지원하고 자금조달 구조를 제시하자는 것이다.
SC제일은행이 단순히 자산관리 특화 지점으로만 참여할 수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다른 외국계 은행 현지법인의 관심을 견제하기 위해 SC제일은행의 참여를 적극 지원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이 착공 등 본격화되면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 대주단이 구성되는데, 17개 금융회사를 모두 참여시킬지 아니면 일부 금융회사의 컨소시엄이 될지 알 수 없다. 이 과정에서도 외국계 은행 현지법인을 포함시킬지 여부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의 사업비는 3.3 ㎡당 1120만원으로, 총 5조5610억원이다. 현재 수준으로 계산한 사업비인 만큼 향후 시장상황 등에 따라 사업비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상당하다. 압구정5구역 재건축 사업비 1조4960억원까지 포함하면 무려 7조원 규모의 사업비 조달이 필요하다.
게다가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이 최소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 가량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외국인 조합원들의 분담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금융권도 외국인들이 압구정3구역 재건축 아파트를 대거 사들였기 때문에 외국계은행 현지법인들이 직접 한국 재건축 사업의 자금조달에 참여하려고 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건설 내부에서도 이같은 외국계은행의 관심도에 대해 고민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외국계은행이 국내 재건축 사업에 참여했을 경우, 자금조달 문제 등에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둔촌동의 올림픽파크포레온으로 재건축된 둔촌주공 사업에서도 조합 측의 사업비 만기연장 문제로 인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 금융회사들의 100% 동의가 필요했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에 외국계은행이 참여한다면, 자금조달 문제시 부동의 등으로 사업 자체를 기한이익상실로 만들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외국인 조합원들의 분담금 조달에 대해 적극 지원이 가능하지만, 국내 거주인들은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사실상 분담금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해야 하는 '형평성 문제'까지 발생한다. 금융권과 건설업계는 향후 외국인 조합원 비중이 상당해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다. 국내 거주인에 대한 가계대출 규제를 풀지 못한다면 최소 외국인들에 대한 대출 규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건설도 이주비와 분담금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H-금융 솔루션을 구축하겠다는 것인데, 가계대출 규제를 회피하는 구조도 문제고 외국인들과의 대출 규제 형평성도 문제가 된다"며 "외국인 조합원 비중으로 인해 자금조달 자체가 복잡해질 우려도 있어 신중하게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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