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재원 코스포 의장 “비상장에 고인 투자, 상장 시장 선순환 복원 시급”
이익단체 넘어 정책 플랫폼으로
“상법 구조 개편 없인 창업 인재 유출 계속”
“공공이 혁신 서비스 초기 시장 맡아야”
“해외 유학생 창업 유도할 제도 전환 필요”
“스타트업 정책은 ‘업력 7년·10년’ 같은 획일적 기준으로 접근해선 안 됩니다. 자본 규모와 기업의 생애 주기에 맞춘 정교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젊은 혁신 기업과 보수적인 관(官) 사이에서 실제 변화를 만들어내는 가교 역할을 하겠습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조직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고 있다. 단순한 이익 대변 단체를 넘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다음 10년을 설계하는 ‘문제 해결형 정책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그 전환의 선두에 선 인물이 지난 2월 취임한 제5대 의장 김재원 엘리스그룹 대표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엘리스그룹 본사에서 만난 김 의장은 현재 스타트업 정책 환경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로 “상장 시장의 기능 약화”를 꼽았다.
그는 “지금 투자 자금은 비상장 시장에만 고여 있고, 제도권 시장인 코스닥 상장사의 환경은 오히려 더 열악해지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됐다”며 “비상장 단계의 투자가 상장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의장은 “현행 상법과 규제 체계는 사실상 대기업 지배구조 관리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역동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담아내기에는 맞지 않다”며 “창업자에게 과도한 책임과 형벌 규정을 전가하는 구조가 지속되면 유능한 인재들은 국내 창업 대신 해외를 선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최근 추경안에 포함된 창업 지원 예산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민생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창업자를 키우는 것은 단기적으로 청년을 고용할 ‘고용주’를 키우는 민생 정책이고, 장기적으로는 미래 먹거리 산업을 만드는 투자다. 현재 겉으로 보면 창업 생태계 지표는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금이 일부 기업에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을 더 제안한다면.
“자본력이 부족한 초기 창업자에게 실업급여 대신, 능동적인 도전을 장려하면서도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 주는 형태의 예산 배분을 검토해 볼 만 하다. 성장 단계 기업에는 일회성 보조금보다 투자 형태 자금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성장 단계 스타트업이 말하는 가장 큰 정책 공백은.
“자라날 수 있는 ‘보호막’이 부족하다. 지금 생성형 AI 시장만 봐도 클로드나 챗GPT 같은 글로벌 서비스가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토종 서비스 선택권이 사라지면 데이터 주권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혁신 서비스의 ‘첫 구매자(first buyer)’가 돼 시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공공 시장이 여전히 구축(SI) 사업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다수 스타트업 솔루션은 구독(SaaS) 기반이다. 공공기관이 구독형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예산 집행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또한, 현재 조달 구조에서는 서비스 품질보다 행정 규격을 잘 맞추는 기업이 수주하기 쉽다는 맹점이 있다. PoC(기술 실증) 기회 확대와 장기 계약 전환 같은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공공이 혁신 기술을 안심하고 도입할 기준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코스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가 앱을 검수하듯, 코스포가 혁신 서비스를 검증하는 ‘인증 플랫폼’ 역할을 하려 한다. 피지컬 AI, 방산, 기후테크, 모빌리티 등 분야별 특화 협의회를 통해 공공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서비스를 발굴하고 인증해 국가 예산이 의미 있게 쓰이도록 돕겠다.”
-공공 조달 시장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하려면.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 단순히 대기업을 배제하는 방식으로는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협력 시 분명한 인센티브를 주고, 기술 탈취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강력한 규제가 병행돼야 한다.”
-최근 지방정부 역할도 커지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자체는 인재 양성부터 창업, 유지까지 ‘0부터 1까지’ 전부 다 해야 한다. 단순 대기업 유치나 단발성 인센티브 제공으로는 효과가 없다. 특히 해외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실리콘밸리는 창업자의 절반이 이민자다.
반면 한국의 외국인 근로자 지원은 제조업에 몰려 있다. 국내 대학에서 공부한 우수한 유학생들은 졸업 후 일자리를 못 찾아 고국으로 돌아가는 실정이다. 이들이 창업하고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정교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복 투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일례로 지금 지자체별로 유사한 거대언어모델(LLM)을 경쟁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행정 실적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통합 활용 체계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신산업과 규제 충돌은 어떻게 풀어갈 건가.
“혁신이 가장 먼저 필요한 곳을 세분화해야 한다. 자율주행도 기존 운수 종사자 일자리 문제와 연결된다. 대중교통 운영이 어려운 지방 산간 지역이나 심야 시간대를 중심으로 우선 도입해 실증 데이터를 쌓고,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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