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개가 공장 다니며 ‘오케이’ 한대요”···AI는 하청노동자부터 흔든다 [딸깍, 노동 ①]
2026년도 새해 시작과 함께 현대차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공개되자 사람들은 발전된 기술에 놀라고 또 그 기술이 가져올 충격에 당황했다. 인공지능(AI) 로봇이 일자리에 미칠 파장은 기존의 자동화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위기감이 번졌다.
생성형 AI와 AI 로봇의 등장 이후 제조업 노동자가 위태롭다는 우려만큼 화이트 칼라의 일자리가 안전하지 않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회계사같은 전문직이나 IT 개발자 직군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통계가 근거로 제시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위기에 노출되면서, 목소리는 잘 드러나지 않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제조업과 사무직을 가리지 않는다. 조직화가 어려운 프리랜서가 대부분인 직군, 언제 해고될까 노심초사하는 하청업체 노동자, 연봉 3000만원에 못미치는 중소기업 단순 사무직 같은 직종이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수석 경제학자는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취약계층”이라고 했다.
딸깍. AI로 클릭 한번이면 손쉽게 결과물을 받아들 수 있는 시대다. 너무 발전한 기술 앞에 인간의 창의와 숙련도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혼란스럽다. 늘 대체 위험에 놓였던 노동자들은 이번에도 AI의 ‘딸깍’ 한 번에 일자리가 사라질까, AI 도입을 명분삼아 ‘딸깍 해고’가 될까봐 속앓이를 한다.
AI는 누구를 먼저 밀어내려 하는가. 국가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태화강을 건너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부지에 들어서면 주차장부터 눈에 들어온다. 6층 높이의 빌딩형 주차장에는 출고를 앞둔 신차가 층마다 들어차 있다. 싼타페와 제네시스가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공장 부지로 시선을 돌리자 주차된 직원들의 차 수백대가 보였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만큼이나,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며 일하는 이들도 많다.
6개의 공장을 품은 세계 최대 규모 자동차 생산단지, 현대차 울산공장은 요즘 의문과 불안이 감돈다. 현대차 5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 노동자 김현제씨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보고 반신반의했다.
“공포보단 의구심이었어요. 어느 부위에 어떤 볼트를 박아야 하는지 사람은 손에 익어 있지만 기계는 설계된 계산 내에서만 움직이니까요.”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이모씨는 완성차를 최종조립하는 ‘의장’라인에서 일한다. 프레스→차체조립→도장→의장→검사로 이어지는 공정에서 의장은 자동화 정도가 가장 낮은 공정으로 꼽힌다. 그는 “로봇이 십자수하듯 정교한 작업까지 하긴 어렵다”며 “전동드라이버로 볼트를 조일 때 반 바퀴 덜 들어갔다는 느낌이나, 더 조이면 불량이 난다는 감각까지 로봇이 학습하긴 쉽지 않다”고 했다.
현대차노조는 차체조립은 일부 공정이 100% 자동화됐고, 도장도 90% 수준이라고 본다. 반면 의장라인 자동화율은 30% 안팎에 그친다. 1공장에서 근무하는 이성규씨(가명)는 “섬세한 공정, 사람 손으로만 할 수 있는 공정이 있는데 의장라인이 그런 대표적인 공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계가 일자리를 넘보긴 아직 이르다’는 생각은 종종 흔들린다. 이씨는 “각자 자기 공정만 보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전체를 보면 그렇지 않죠. 자동화가 진행될 때마다 조금씩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어요”라고 했다. 그가 동료들에게 말했다. “니는 몇 년 남았노. 다음 사람들이 문제다 아이가.”

“휴머노이드 도입의 전초기지” 신공장
요즘 현대차 하청 노동자들 사이에선 신공장과 재건축이 화두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전기차 전용 6공장을 완공했다. 지난달 코나·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1공장, 포터를 생산하는 4공장 2라인 재건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차가 다 만들어졌을 때 품질검사 하는 걸 ‘오케이’라 카거든요. 신공장은 로봇개 두 마리가 돌아다니면서 오케이를 한대요.”
6공장은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전기차 SUV ‘GV90’ 생산을 목표로 한다. 노동자들은 “자동화 수준이 높아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휴머노이드 도입의 전초기지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았다. 공장 하나 돌리는 데 약 4000명이 필요하지만 6공장은 투입 인원이 500명에도 못 미친다고 본다. 6공장엔 신차 보안을 이유로 별도 시험과 면접을 거친 정규직만 배치됐다.
1공장과 4공장 2라인 재건축은 ‘AI와 로보틱스를 결합한 지능형 생산 시스템 도입’을 표방한다. 회사는 국회에 “아틀라스 투입은 없고 완전 무인화는 어렵다”고 설명했지만 이성규씨는 “투입 인력을 거의 없애는 방향으로 설계되는 것 같다. 6공장처럼 만들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불안해 했다.
대체 가능성 1순위로 ‘하청 노동자’가 지목되자 걱정은 더 커졌다. 이씨는 “회사가 공장을 새로 지으면서 하청노동자나 계약직부터 자를 거란 소문이 돈다”고 했다. 김미옥 현대글로비스 울산지회장은 “당장 1공장이 철거되면 하청업체부터 문 닫게 되고 하청노동자는 잘리게 될 것”이라며 “새로 짓는 공장은 미국 공장처럼 아틀라스 인프라를 깔려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올해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단순 공정부터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아틀라스는 2028년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에서 부품 분류·서열 작업을 맡는다. 2030년부턴 정교한 부품 조립 공정까지 담당한다.

‘약한 고리’부터 위협하는 AI
현대차 하청 노동자 비율은 현장의 30~40%로 추정된다. 현장에선 로봇이 들어오면 하청업체가 맡고 있는 조립과 서열(부품 분류) 공정부터 영향받는다고 본다. 과거 공정을 자동화 기계로 대체할 때에도 하청 노동자부터 타격 받았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전후 사내 하청업체-비정규직 체제가 자리잡은 이후 30년 가까이 반복된 문제다. 이강령 현대모비스지회장은 “최근 AI 로봇 때문에 주목을 받는 것일 뿐, 자동화는 계속 진행됐고 피해받는 노동자는 정해져 있었다”고 했다.
2004년 4월 현대차 아산공장에선 도어장착 의장 공정의 자동화와 함께 하청 노동자 4명이 해고됐다. 2022년엔 3공장에 원키트시스템(물류 공급 자동화)이 도입되면서 기존 정규직 인력이 다른 공정으로 이동했고, 기존의 하청업체 일자리가 줄면서 계약직이 일부 해고됐다. 이씨는 “정규직은 다른 라인으로 가고, 그 자리에 있던 비정규직이 해고됐다. 약한 고리가 계속 밀려나는 구조”라고 했다.
현대차 안팎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속사정은 복잡하다. “비정규직이 AI 도입의 완충제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돈다. 공정에 AI와 자동화 도입이 가속화되면 하청 노동자는 고용 보장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3공장 원키트시스템 도입 과정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받은 상처도 있다. 2021년 3공장을 중심으로 정규직 고용은 보장받는 확약서 작성이 추진됐다. 당시 공개된 확약서에는 하청 노동자의 고용 보장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김미옥 지회장은 “AI 문제로 정규직 지부에 공동 대응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실현된 건 없다. 이번엔 전체 노동자의 고용 문제를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했다.

‘AI 로봇’은 아직, 그러나 ‘하청’이기에
‘치지직’ 소리를 내며 불꽃을 내뿜던 용접기 전원이 하나둘 내려갔다. 울산시 동구 전하동의 소조립·중조립·대조립 공장에서 나온 노동자들이 스쿠터에 올라탔다. 수천대의 스쿠터가 짝지어 향한 곳은 구내식당이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점심 풍경이다. 1야드와 2야드로 나뉜 울산조선소는 면적이 630만㎡로 축구장 880개 크기다. 스쿠터나 자전거 없인 이동이 어렵다.
“AI 로봇 들인다면서요? 걔들은 밥 안 먹잖아요. 스쿠터 행렬도 사라지겠죠 뭐.” 울산조선소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A씨가 말했다. “그런데요. 아직 조선은 멀었습니다. 제 아들도 일할 수 있을 거예요.”
조선소 분위기는 자동차와 달랐다. 지난달 말 찾은 울산조선소를 2시간 가량 둘러보니 야외 공정에선 로봇이나 자동화 기계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 직선 구간 용접에 자동화기계가 주로 쓰였는데 인간이 보완한 곳이 군데군데 표시돼 있었다. 여전히 곡선이나 구조가 복잡한 블록의 용접은 사람 몫이었다. ‘여기는 꼭 자동 용접기 사용하세요’라고 쓰인 팻말도 보였지만, 기기를 다루는 것은 사람이었다.
회사와 노동자 모두 “블록과 블록을 이어 붙여 만드는 배는 설계가 저마다 달라 로봇의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했다. 다홍색, 자주색, 초록색으로 페인트칠 된 LNG선, LPG선, 컨테이너선은 외형과 내부 구조가 모두 제각각이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설계 공정을 제외하면 조선소에선 AI 로봇 도입이 당장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소의 하청 노동자들은 AI 로봇을 반신반의하면서도 불안감을 느낀다. 울산조선소 한 켠엔 자동화 연구동이 보였는데 하청 노동자들은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곳”이라고 했다. 사내 공지사항엔 AI나 자동화를 다룬 게시물을 찾기 어려웠다. ‘2030년 자동화율 70%’를 목표로 한다는 업계 소식, 숙련도 높은 조선소 명장의 기술을 AI가 학습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오세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AI가 현실적 위협은 아니지만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라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 있다”라며 “스마트조선소 체제로 가면 숙련 노동자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조선소의 하청 노동자 비율은 60%를 넘는다. 하청 노동자와 재재하청으로 불리는 물량팀, 이주노동자가 고위험 현장 공정의 대부분을 맡는다. 2015~2016년 조선업 불황 직후 하청 노동자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있다. 숙련의 맥이 끊겼다. 하청 노동자 B씨는 “조선업이 호황인 지금도 임금 수준이 낮은데, AI로 자동화되면 얼마나 더 하청에 막 할까 싶죠”라고 했다.

AI로 ‘안전’ ‘일자리 매력’ 확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8월 전자공시스템에 올린 문서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투자위험 요소로 설명했다. 현장의 안전 대책으로 스마트조선소 고도화, 제조현장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꼽았다.
“AI 로봇으로 안전을요? 절반만 맞는 말이에요. 높은 데서 하는 고소작업처럼 위험한 파트가 많긴 하니까요.” 전직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 C씨가 말했다. “용접로봇 도입할 때에도 회사는 위험 업무 줄이겠다고 했는데 명분일 뿐이었죠. 진짜 목적은 하나둘 사람을 대체하는 것일 테니까요.”
하청 노동자들은 회사의 설명을 믿지 않는다. 2024년 조선소에서 중대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21명 중 18명이 하청 노동자였다. 몰리는 물량에 안전은 여전히 물음표다. “요즘은 주 52시간 근무론 부족해요. 지금 건조 중인 배만 20척이 넘고 한 주에 2척씩 완성되는데 ‘빨리빨리’ 하라는 얘기만 나오죠.” 조선소에 20년 넘게 일한 D씨가 말했다. 공장 외벽에 붙은 ‘아빠의 안전’ ‘휴식은 블록하부가 아닌 휴게실에서’ 같은 문구는 “공허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하청 노동자들은 조선소를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곳으로 본다. 숙련이 필요한 고된 업무인데 월급은 보통 200만원대 중후반, 초과 근무를 해도 300만원대 초반에 그치니 조선소를 찾는 이가 드물다. 하청 노동자의 임금은 정규직의 6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1월 울산을 방문해 조선소 구인난을 두고 “월급을 조금 주니까 그렇겠죠”라고 했다. 회사는 “AI 기술 도입으로 위험요인을 없애면 작업 환경이 좋아져 인력이 들어올 것”이라고만 한다.
하청 노동자들은 회사가 정규직 전환을 통한 숙련 확보나 임금인상은 외면한 채, 피지컬 AI의 발전을 기다리며 시간 벌기에 나섰다고 의심한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통고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안전을 명분으로 AI로 작업을 대체하려는 시도는 이어질 텐데 저임금을 유지할 방안을 찾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빈자리는 이주노동자가 메운다. 조선소의 이주노동자는 2021년 4500여명에서 2024년 2만2800여명으로 5배 가량 늘었다. 조선소 노동자 중 20%가 넘는다. 로봇을 많이 쓰는 것도 이주노동자다. 김종대 현대중공업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노조와 합의 없이 (로봇이) 도입된 상황에서 내국인 노동자에게 시키기엔 회사가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했다.
조선소에서 ‘도입은 아직’이라던 AI도 역할은 있었다. 하청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AI 번역기로 베트남어, 태국어, 인도네시아를 통역하는 일이 잦다”고 했다. 고위험 업무이다 보니 소통이 필수다. 한 하청 노동자가 답답해하며 말했다. “‘너 왜 점심 안 먹었어?’ 했는데 ‘너 왜 일 안 했어?’라고 번역해 서로 오해하고…. AI가 아직 이래요.”
김남희 기자 nami@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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