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아끼자면서 더 파는 우스운 상황”···가격 눌렀더니 과소비가 생겼다
유가 급변 속 ‘통제가로 물량 확보’ 심리
“에너지 절약” 정부 정책 기조와 충돌
재생에너지 신속 전환도 구조적 한계

3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 사흘째인 12일 전국 주유소 석유제품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최고가격제가 당장은 가격 폭등을 막는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석유제품 과소비를 유발해 정부의 에너지 절약 방침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92.69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1.15원 오른 수치다. 서울은 0.25원 상승(2024.48원)에 그쳤다. 완연한 둔화 추세다.
정부는 최고가격제로 석유 가격 상승을 억제해왔다. 오피넷을 보면 3월 2주차 전국 주간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01.60원, 경유 가격은 1924.45원이었다.
지난달 13일 1차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이후인 3월 3주차 휘발유는 1829.34원, 경유는 1827.96원으로 떨어졌다. 3월 4주차 땐 휘발유 1819.23원, 경유 1815.77원으로 더 내려갔다.
같은 기간 휘발유·경유 판매량은 반대로 증가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3월 2주차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량은 25만7243㎘, 경유는 35만2300㎘로 집계됐다. 3월 3주차 땐 각각 27만7307㎘, 36만0761㎘로 늘었다. 3월 4주차 판매량은 휘발유 32만1051㎘, 경유 40만9949㎘였다.

업계에선 정부가 석유제품 가격을 통제할 때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늘어나는 석유제품 수요가 정부의 각종 에너지 절약 정책과 정면으로 부딪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휘발유를 아끼자면서 휘발유를 더 팔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정부 비축유를 방출하지 않고 4월과 5월을 넘길 수 있을 것 같다”며 “가장 중요한 공동 과제가 에너지를 절약하고 아껴 쓰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정부의 가격 개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정부가 공공기관 2부제와 같은 에너지 절약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로 석유제품 수요를 관리하는 요소는 가격”이라며 “정부의 가격 개입이 길어지면 수요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사태로 재생에너지 도입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구조적인 제약으로 빠른 전환은 어렵다는 진단도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중동 전쟁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할 것인가’ 보고서에서 전쟁으로 급등한 에너지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이에 따른 금리 인상이 자본 조달 비용에 민감한 재생에너지 투자를 위축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금리 2% 상승 시 가스 발전 비용은 11% 오르는 데 그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은 20%나 뛴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도 재생에너지 전환의 한계로 꼽았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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