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술자 쓸모 없으면 버려"…대만 '국산 잠수함'의 민낯 [조철오의 방산노트]
'포섭 1순위' 韓 방산 기술자 노리는 대만…왜?
'中 대항' 1호 대만 국산 잠수함
건조 과정에 투입된 韓 기술
"기밀 자료 제공 요구 받았다"
끝나지 않은 포섭…다음 타깃도 韓

"대만도 결국 '섬 중국'입니다. 한국의 기술을 빼먹기 위해 돈으로 기술자들을 꼬드긴 뒤, 쓸모 없어졌다 싶으면 가차 없이 버리는 습성이 있어요."
지난 2023년까지 대만국제조선공사(CSBC)에서 일한 한국인 A씨는 본지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A씨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출신의 잠수함 설계 기술자로, 회사를 떠난 뒤 대만 측 제안을 받고 수년전 현지 잠수함 건조 사업에 참여했다.
문제는 일하는 동안 불거졌다. A씨는 “장보고급 잠수함 관련 도면 등 기밀 자료를 요구받았다”며 “몇 달 단위 계약으로 인력을 운용하면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면 바로 계약을 종료하는 방식이었다”고 주장했다.
韓 숙련공 손 거친 1호 대만 잠수함
그가 합류한 사업은 대만의 ‘국산 잠수함(IDS·Indigenous Defense Submarine)’ 프로젝트다. 대만은 중국 해군력 증강에 대응하기 위해 IDS 사업을 추진했고, 1번함인 ‘하이쿤(海鯤·Narwhal)’을 2023년 9월 공개했다. 하이쿤은 CSBC가 건조를 맡은 대만 최초의 국산 잠수함이다. 2016년 ‘반중’을 내건 차이잉원 정권은 취임 이후 이 사업을 본격 추진했고, 대만 해군참모총장 출신의 황수광을 총괄 책임자로 정했다.
대만 정부는 IDS 사업을 ‘국산화’로 강조해왔지만, 실제로는 해외 기술 의존도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많다. 초기에는 독일·일본 등으로부터 잠수함 도입을 검토했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해당 국가들이 협력에 소극적이면서 자체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영국 등 서방권 기술 지원과 함께 해외 전문가 영입이 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실제 건조와 설계 구현 단계에서는 한국 기술자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대만은 실제 건조 경험이 있는 숙련공을 한국에서 섭외했다. 대만 사업에 참여한 한국인 B씨는 “전세계적으로 잠수함을 단일 국가가 완전히 독자 개발한 사례는 없었다”며 “경쟁국 기술·인력 등을 조각조각 모아 ‘짬뽕’ 형태로 만든 것이 대만의 국산 잠수함”이라고 평가했다.
"대만, 추가 사업도 韓 기술자 쓸 것"

한국의 중소 방산기업 C·D사 등은 2019년 전후로 대만 측과 계약을 맺고 대우조선해양·해군 장교 출신 기술자 등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A씨와 B씨 역시 이들 업체를 통해 대만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당시 국가정보원은 일부 업체가 한국 잠수함 관련 기술 유출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확인했고, 경남경찰청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12월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D사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렸다. 익명의 국정원 관계자는 “당시 대만이 한국 기술자 등을 통해 도면을 수집하려 한다는 첩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대만은 1호함 공개 이후 추가 건조를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8호를 추가 생산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수년 내 최소 2척을 실전 배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다. 다만 ‘친중’ 성향의 야당의 반대와 정권 교체 등의 영향으로 사업은 수년째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대만 사업에 참여했던 C·D사와 기술자들은 2~8호 사업에도 결국 한국인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대만과 비공식적으로 협력한 경험이 있는 데다, 경쟁국들이 대만 사업 참여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퇴직한 대우조선해양 출신 인력이 경남 창원 등에 집중돼 있어 추가 인력 수급이 용이한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한편 1호함 하이쿤은 승조원 약 60명으로 운항하며, 길이 70m·폭 8m에 배수량 2500~3000t급으로 추정된다. 대만 정부는 초도함을 건조하기 위해 예산 약 493억 6000만 대만 달러(약 2조 2600억 원)를 투입했다.
방위산업 기획 보도로 제411회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습니다. 수년간 방산 하청업체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산업 생태계의 가장 아래층부터 그 위까지 흐름을 추적해왔습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물론 HD현대·한화오션 등 정점에 있는 기업들조차 쉽게 닿지 못한 현장의 이야기를 이곳에서 풀어냅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인 기술자 쓸모 없으면 버려"…K방산 노린 대만의 민낯 [조철오의 방산노트]
- "5000만원 내면 매물 공유" 중개사 모임 보니…드러난 실상 [돈앤톡]
- "절대 가지마" 경고에도 새벽부터 인산인해… '살목지' 뭐길래 [이슈]
- "게장+감 복용 금지" 뷔페 경고…몸 망치는 음식궁합은 [건강!톡]
- '반값 여행' 소문나자마자 끝…뜻밖의 '오픈런' 벌어진 곳
- "또 일본 갈 줄 알았는데"…5월 황금연휴 1위 여행지 어디?
- "일본의 콧대를 꺾었습니다"…러브콜 쏟아진 회사
- "한국에 최우선 공급하겠다"…중동 6개국 '깜짝 선언'
- "호텔서 커피 마셨더니…" 조회수 '300만' 대박 영상의 비밀 [현장+]
- "32만전자 간다"…삼성전자, 역대급 잭팟 예고에 주가 '들썩'